2026년 8월 2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및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시행일은 2027년 9월 9일).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보유하고 있는 사건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으며 이와 함께 공정위의 불처분 결정에 대한 신고인의 재조사요청 절차를 명문화하고, 하도급 분쟁조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하도급법상 처분시효 제도를 정비하였습니다.
1. 공정위 보유 사건자료 법원 제출 의무화
종전에도 법원은 공정거래법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되었을 때 필요한 경우 공정위에 대하여 해당 사건의 기록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공정거래법 제110조).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있으면 공정위가 요구받은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사건 자료의 제출이 공정거래법 제119조에 따른 비밀엄수의무에 저촉될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공정위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피해기업이 공정위 조사자료를 민사소송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i) 법원이 공정위에 자료제출 요구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아울러 (ii) 그러한 요건 하에 법원이 자료제출 요구를 하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처분을 한 이후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공정위의 자료제출 의무를 명시하였습니다.
2. 자료제출 요건 및 영업비밀 보호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이 공정위에 대하여 자료제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가 공정거래법 제111조에 따른 상대방 당사자에 대한 자료제출명령의 신청 등 합리적인 노력을 통하여 해당 위반행위 및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취득할 수 없음을 소명한 경우이어야 합니다. 이는 공정위의 자료제출을 의무화하면서도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가 남용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을 둔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자료도 명시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비밀 자료인데, 법원은 공정위가 영업비밀임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경우에는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자료의 제시를 명할 수 있고 또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이 그 자료가 위반행위나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공정위는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 법원은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제출 요구의 목적 내에서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또는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야 하고, 또한 당사자나 공정위 신청에 따라 이를 알게 된 다른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이 소송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3. 당사자의 자료제출명령 신청 및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의 적용 범위 확대
현행법에서는 당사자의 자료제출명령 신청 및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는 부당한 공동행위와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 특정 유형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국한하여 인정되었는데 개정안에서는 이를 모든 유형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확대하였고, 또한 제출자료의 범위에 손해의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 이외에 위반행위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까지 포함시켰습니다.
4. 재조사요청권 명문화
개정안은 신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의 불처분 결정에 대한 재조사 요청 절차를 법률에 명문화하였습니다. 종전에도 무혐의 등 불처분 사건에 대해 재조사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그 근거가 공정위 내부 사건절차규칙에 그쳤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가 신고사건을 조사한 후 처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그 사유를 신고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신고인은 이러한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5. 하도급 피해기업의 증거 확보 수단 강화 및 처분시효 제도 정비
하도급법 개정안 또한 공정거래법상 공정위 자료제출 및 소송 상대방에 대한 자료제출명령 제도를 준용하도록 정비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법원이 공정위에 관련 사건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상대방에 대한 자료제출명령의 대상도 기존의 손해 입증 및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서 위반행위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까지 확대됩니다.
하도급법상 처분시효 제도도 분쟁조정 절차의 특성을 반영하여 정비됩니다. 개정안은 적법하고 유효하게 진행된 분쟁조정에 소요된 기간을 원칙적으로 처분시효 산정에서 제외하되, 분쟁조정 신청이 취하·각하되거나 소송 제기로 조정절차가 중지된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처분시효에 포함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처분시효의 기산점을 종전의 ‘신고일’에서 ‘신고접수일’로 명확히 규정하여 시효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였습니다.
6. 향후 대응과제
이번 개정으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후속 민사소송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공정위 조사와 민사분쟁을 별개의 절차로 보지 않고 사건 초기부터 최종 손해배상소송까지 연계한 통합적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대방 내부자료는 물론 공정위 조사자료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적극 고려하여 소송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조사대상 기업의 입장에서는 조사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가 향후 민사소송의 핵심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내부 문서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영업비밀은 단순 표시만으로 보호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므로, 필요한 경우 열람 제한이나 비밀유지명령 등 법적 보호수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불처분 통지 후 30일 이내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피신고기업 역시 최초 불처분 결정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고 단정짓지 말고, 재조사 및 후속 민사소송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재조사 요청만으로 불처분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최초 조사 단계부터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나 누락된 소명자료가 없는지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2027년 9월 9일 개정법 시행에 맞춰 자료 제출, 영업비밀 보호, 재조사·분쟁조정 대응, 후속 민사소송 가능성을 하나의 리스크 관리 체계 안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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