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거래에서 진술·보증 조항은 대상회사에 관한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거래종결 이후 발견된 위반사항에 대한 경제적 위험을 당사자 간에 배분하는 핵심적인 계약 장치입니다. 그러나 진술·보증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실무상 이미 종결된 계약 전체의 취소나 해제까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은 손해배상에 의한 사후적 매매대금 조정으로 해결되나, 그 손해액 산정 방식은 개별 사건마다 차이가 있고 일관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진술·보증 위반의 구제수단이 사실상 손해배상에 한정되어 온 상황에서, 본 판결은 약 241억 원 규모의 M&A 거래에 대하여 사기취소와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를 모두 인정하고 매매대금 전액의 반환을 명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실무의 틀을 넘어서는 선례적 의미를 갖습니다.

 

1. 사건의 개요

T사(이하 '원고')는 2022. 4.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하는 H사(이하 '대상회사')의 주주 10인(이하 '피고들')으로부터 대상회사 발행주식의 약 60.36%와 경영권을 약 241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및 경영권 인수계약(이하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수 이후 금융정보분석원의 종합검사 등을 통해, 계약 체결 이전부터 대상회사에 중대한 법규 위반과 운영상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대상회사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는 불수리되었고, 대상회사는 결국 2024. 5. 가상자산거래소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인수계약의 취소 또는 해제에 따른 약 241억 원의 매매대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과 주요 소송수행 전략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 피고들이 가상자산거래소 운영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에 해당하여 이 사건 인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② 피고들의 행위가 이 사건 인수계약상 진술·보증의무 위반 및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가. 중요사항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및 기망에 의한 인수계약 취소

법무법인(유) 세종은 원고가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한 핵심 목적이 대상회사를 원화마켓에 진출시키는 데 있었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인수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된 양해각서 및 인수계약의 관련 조항을 토대로, 원화마켓 진출 가능성이 원고의 인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음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법무법인(유) 세종은 재무실사의 기초가 된 거래량의 대부분이 자전거래에 해당하고, 자전거래를 제외하면 대상회사의 지분가치는 0원이라는 점을 방대한 거래자료 분석과 감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이로써 대상회사의 실제 거래량 정보가 계약 체결 여부는 물론 약 241억 원의 매매대금 산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결정적 사항이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위법행위를 알고도 오히려 법규 위반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진술·보증한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상회사의 거래량과 원화마켓 진출 가능성이 계약 체결 여부와 주식 가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며, 피고들이 자전거래 및 위법행위 사실을 고지하였다면 원고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들이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피고들이 이 고지의무를 위반하고 오히려 하자가 없다고 진술·보증한 것이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기망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인수계약의 취소를 인정하였습니다.

나. 진술·보증의무 위반 및 채무불이행에 따른 인수계약 해제

법무법인(유) 세종은 피고들의 이러한 위법행위가 원화마켓 진출이라는 인수계약의 주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서, 합의된 성상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회사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주된 채무를 불완전이행한 것이라고도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건 인수계약에는 "거래종결일 이후에는 어떤 사유로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이 조항이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권까지 배제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법정해제권을 배제하는 약정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해당 조항은 계약에서 별도로 정한 약정해제권을 거래종결 이후 제한하려는 것일 뿐 민법상 법정해제권까지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들이 합의된 성상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을 양도한 것은 주된 채무의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거래종결 이후 해제를 금지하는 조항은 약정해제권의 발생만을 차단할 뿐 법정해제권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인수계약의 해제 역시 인정하였습니다. 

다. 재무적 투자자(FI)의 원상회복책임

대상회사 지분 약 4.05%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인 피고 F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위법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F 역시 인수계약의 매도인으로서 진술·보증을 하였다는 점, 인수계약상 진술·보증 조항이 매도인의 지분율이나 경영 관여 여부에 따라 주체를 구분하지 않았고 'Knowledge Qualifier'도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가 인정되는 이상 원상회복의무는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피고들이 매매대금 약 241억 원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3.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가. 약 241억 원 규모의 M&A 계약에 대하여 사기취소 및 해제를 모두 인정하고, 매매대금의 전액 반환을 명한 이례적인 사례

M&A 거래에서 진술·보증 위반 시 매수인의 구제수단은 사실상 손해배상에 한정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판례와 학설이 손해배상을 통한 사후적 가격조정만을 논의하여 온 가운데, 본 판결은 진술·보증 위반이 계약의 주된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에 이른 경우에는 계약 전체의 해제와 매매대금 전액 반환이 가능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진술·보증 위반의 구제수단 체계를 손해배상에서 해제·원상회복까지 포함하는 범위로 확대한 선례적 의미를 갖습니다.

나. M&A 거래에서 매도인의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사례

본 판결은 M&A 거래에서 매도인의 신의칙상 고지의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상회사의 사업실적이 매도인의 위법행위로 인해 왜곡되어 기업가치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 실적이 인수 여부와 가격 결정의 핵심 요소였다면 매도인에게 적극적인 고지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다. 거래종결 후 해제금지 조항의 효력 범위에 관한 판단

M&A 계약 실무에서는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종결 후 해제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조항의 효력 범위, 특히 민법상 법정해제권까지 배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실무상 논란이 있었습니다. 본 판결은 이러한 조항이 계약에서 별도로 정한 약정해제권의 행사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민법상 법정해제권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법정해제권 배제 약정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으로, 향후 M&A 계약서의 해제 관련 조항 설계 시 중요한 참고가 될 것입니다.

라. 재무적 투자자(FI)도 진술·보증의 주체가 된 이상 계약 취소·해제에 따른 반환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확인한 사례

재무적 투자자나 비경영주주라도 다른 매도인들과 함께 진술·보증의 주체가 된 이상 경영 불참여만으로는 원상회복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FI가 매도인으로 참여하는 M&A 계약에서 진술·보증 범위와 Knowledge Qualifier 등 책임제한 조항을 설계할 때 중요한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대상회사의 방대한 거래자료와 내부자료, 관계기관의 검사·처분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감정을 통해 자전거래가 기업가치 평가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가상자산사업자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과 M&A 계약상 진술·보증 및 고지의무 법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약 241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거래소 인수계약에 관하여 계약의 취소 및 해제와 매매대금 전액의 반환을 인정받는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