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 판단 시 고려되는 사항이 추가됐다. 즉,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에서는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와 관련하여 원청 사업장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시 노동위원회는 특별히 아래와 같은 사항을 교섭단위 분리의 다른 사항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
이와 같은 '추가 원칙'은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원청 기업과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에 국한되는 사항이며, 원청 노동조합 간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는 기존의 일반원칙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의 차이, 교섭관행의 차이 등을 고려)이 그대로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22P)'에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의 내용을 상급단체가 다른 경우로 해석하고 있으며,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설명으로 인해, 노란봉투법 적용으로 원청 사업장이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할 경우, 과연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고용노동부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 내용
(1)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의 의미
고용노동부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은 해당 규정의 의미를 "하청 노동자에 관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경우, 교섭단위 분리의 일반원칙인 제3항에 규정된 사항들도 함께 고려하되, 제4항에 규정된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해석이 원·하청 교섭에서 하청노동자에 관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경우에는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 교섭단위 분리 형태 예시(상급단체 상이)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교섭단위 분리 형태를 A 상급단체, B 상급단체로 분리 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교섭단위 분리 예시로 아래와 같은 <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3) 상급단체 차이만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는 오해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이 발표된 초기에는 "상급단체가 다르면 무조건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시행령 규정과 고용노동부 매뉴얼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더라도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그대로 유효하며, 교섭단위 분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으며, 이러한 기조는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이 상급단체가 다를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규정이긴 하나,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예시를 든 우려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판단할 때,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이질성이 있는지,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가 부적절한지, 교섭단위 미분리 시 노동조합 간 갈등상황이 지속되고 노사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실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사실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3. 노란봉투법 시행 후 원·하청 간 단체교섭의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노동위원회 판단
(1) 교섭단위 분리 기각 사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양대 노총의 갈등을 이유로 접수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 출범 배경과 역사, 그간의 갈등 관계, 추구하는 노선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 차이나 갈등은 양 노총 사이의 주관적·임의적 사정에 불과할 뿐 분리 필요성의 합리적 이유로 보기 어렵다는 점,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분리 여부를 판단할 때 노조 간 이해나 사정 등을 우선 고려하라는 것이지 개별 노조나 총연합단체 그 자체가 교섭단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격한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의 차이, 교섭관행이 존재하지 않고, 노조 간 이해가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 보이나 오히려 이해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이 더 많아 보이며, 노조 간 단체교섭 방식 등이 다소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이 결여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교섭단위 분리를 불허하는 판단을 했다.
(2) 교섭단위 분리 인정 사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 노조는 소속 조합원의 사용자와 대립하던 경우가 많았던 점, 신청 노조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사유로 신청 외 노조 A에 대해 시정신청하고, 신청 외 노조 B의 위원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기도 하는 등 신청 외 노조들과 갈등한 점, 교섭단위 유지 시 신청 노조와 신청 외 노조들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청 노조를 하청교섭 단위 전체에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 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독자적으로 요구한 점, 노조 간에 게시판 사용과 공정대표의무 관련 반목과 갈등이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노조 간에 이해관계의 공통성이 부족하고 이익 대표성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했다.
(3) 교섭단위 분리 관련 노동위원회 결정 방향에 대한 소고
고용노동부에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실무 담당자들은 상급단체가 상이한 경우에는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런데 원·하청 간 단체교섭의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노동위원회 결정을 살펴보면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기업에게 새로운 단체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현재 노동위원회의 판단 방향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다.
다만, 노동위원회 결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과 제4항의 관계 설정이 여전히 애매하다는 점이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은 교섭단위 분리의 일반원칙인 제3항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될 뿐이지, 일반원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고려될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4항의 추가 원칙을 독자적인 요소로 볼 수 없다면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의 일반원칙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
4. 결론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원청 사업장과 하청 노동조합 간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 즉, 추가 원칙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뿐이고, 제3항의 일반원칙 기준도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의 일반원칙 기준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추가 원칙인 제4항의 기준만을 검토하고 판단했다면 이러한 결정은 법원에서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 본고는 월간 노동법률 9월호 기고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