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 노동법(Employment Act 1968)상 비위행위에 따른 해고에 관한 고용청구심판원(Employment Claims Tribunals)1의 결정과 계약에 따른 해고에 관한 고등법원(High Court)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아래에서는 해당 결정 및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싱가포르에서 사용자가 임직원을 해고하는 경우 유의하셔야 할 사항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JGP v JGQ [2026] SGECT 1 — 비위행위에 따른 해고
본 사건에서 사용자는 직원들의 의료비 청구 내역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후, 일부 직원들이 의료비 청구 규정을 고의적 또는 부정한 의도로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해고하였습니다. 그중 일부 직원들이 싱가포르 노동법 제14조 제2항2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임을 주장하며 고용청구심판원에 복직 청구를 제기하였고, 고용청구심판원은 해당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i) 싱가포르 노동법상 요구되는 정당한 조사(due inquiry)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및 (ii) 사용자가 해고통지서에 기재한 해고 사유를 입증하였는지, 나아가 해당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 여부였습니다. 고용청구심판원은 특히 사용자가 고의 또는 부정한 의도를 해고 사유로 명시한 이상, 단순한 청구 규정 위반뿐만 아니라 그러한 고의 또는 부정한 의도까지 입증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고용청구심판원은 사용자가 사전에 조사를 통지하고 직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 점에서 정당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직원들 사이에 일정 금액 미만의 의료비는 상세 내역 없이 청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었고, 동료 및 의료기관 직원의 설명에 의존하여 청구한 정황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의 또는 부정한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직원들이 기존 관행에 의존하여 허용되지 않는 청구를 한 과실은 인정되었으나, 유사한 행위를 한 다른 직원들에게 경고나 성과급 삭감 등 해고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가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과실만으로는 해고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3
2. Prashant Mudgal v SAP Asia Pte Ltd [2026] SGHC 15 — 성과개선프로그램
본 사건의 원고는 고위 임원으로, 직장 내 경영진과 갈등을 겪은 후 고용계약에 따른 해고 통지를 받고 해고되었습니다. 원고는 사용자가 고용계약상 묵시적 상호 신뢰 의무(implied term of mutual trust and confidence)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해고의 정당성을 다툼과 동시에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싱가포르법상 고용계약에는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중대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묵시적 상호 신뢰 의무가 존재함을 인정하였습니다.4 다만, 사용자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사정이 필요하며, 해당 의무가 계약에 근거한 사용자의 해고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자가 이미 원고를 해고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진정한 개선 기회를 부여할 의사 없이 성과개선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결국 그 결과에 관계없이 해당 임원을 해고한 행위는 상호 신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5 다만, 고용계약에서 1개월 전 통지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고 사용자가 이를 초과하는 통지기간을 부여하였으므로, 해고 자체는 적법하다고 보았고, 손해배상 청구는 해당 임원이 사용자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보아 S$1,000의 명목상 손해배상만을 인정하였습니다.
3. 실무상 시사점
위 결정 및 판결은 싱가포르에서 임직원을 고용하는 사용자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비위행위를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에는 직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정당한 조사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해고통지서에 해고 사유를 기재할 때에는 입증 가능한 범위에서 신중하게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유사한 비위행위에 대하여 직원별로 차등적으로 징계를 하는 경우에는 해고의 비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차등적 처분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계약에 따른 사용자의 해고권 행사 자체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만, 이미 해고를 결정한 상태에서 성과개선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고용계약상 묵시적 상호 신뢰 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는 공개된 결정 및 판결에 기반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자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 고용청구심판원은 싱가포르의 고용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심리하는 State Courts 산하 심판기관으로, 2019년부터 싱가포르 노동법 제14조 제2항에 따른 부당해고 관련 청구를 심리하고 있습니다.
2 싱가포르 노동법 제14조 제2항은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또는 이유 없이(without just cause or excuse)” 해고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 고용청구심판원에 복직 또는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3 고용청구심판원은 직원 간 징계의 형평성 자체가 독립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나, 비위행위가 인정된 경우 해고의 비례성을 판단하는 데 고려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직급 및 책임, 비위행위의 정도와 기간, 과거 징계 전력, 조사 협조 및 반성 여부, 해당 직무의 특성 등에 합리적인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차등적인 징계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4 싱가포르 Court of Appeal 및 Appellate Division of the High Court는 종전 판결에서 고용계약상 묵시적 상호 신뢰 의무의 존재 여부를 명확히 확정하지 않고 향후 판단할 문제로 남겨두었습니다. 본건에서 고등법원은 기존 싱가포르 판례 및 정책적 고려 등을 검토한 후 해당 의무가 싱가포르법상 고용계약에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법원은 성과개선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영진 사이에서 원고를 해고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있었고, 원고가 성과개선프로그램 기간 중 실제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음에도 해고 방침이 유지된 점, 성과개선프로그램의 진행 및 평가에 관한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그 결과도 원고에게 통지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