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기관투자자, ‘단순 의결권 행사자’에서 ‘상시 대화 파트너’로
2026. 10. 1.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정되어 있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상정이 보류되었습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 개정안은 상장회사 주식을 25% 이상 취득하여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에는 인수인이 ‘50%+1주’ 이상이 될 때까지 잔여주주들의 주식을 공개매수를 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2026. 9. 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앞서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안이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 매수를 허용함에 따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매각 기회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처리 보류를 요청하였고, 이는 이번 상정 보류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기관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의결권 행사와 대화에 머무르지 않고 입법 과정에서도 공동으로 의견을 내고 또 그 의견이 실제 입법 일정에도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Engagement)가 한층 강해졌음을 보여줍니다.
개별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과거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 안건에 찬반을 표시하는 의결권 행사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연중 서한과 비공개 대화를 통해 회사의 경영 방침과 이사회의 역할을 묻는 상시적인 대화 상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안건이 부결되거나 표 대결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른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본시장 제도 개편이 있습니다. 2025년 개정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가 자리를 잡아가는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이어지면서, 달라진 제도의 취지에 맞게 기업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살필 주체로서 기관투자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6. 9. 10.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게 되어(상법 제542조의7 제3항), 기관투자자의 표가 이들 회사의 이사회 구성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관투자자 역시 수탁자 책임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시장의 평가를 받는 환경에 놓인 만큼, 주주관여 활동은 앞으로도 한층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달라지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변화를 짚어보고, 기업이 이에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는 이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을 넘어 기업과의 연중 대화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방식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배당정책, 임원보수, 산업안전 등을 주제로 서한을 보내 비공개 대화를 요청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사안이 이사회 차원의 방침에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확인합니다. 대화는 통상 서면 질의와 회신, 경영진 면담 등의 형태로 여러 차례 이어지며, 논의의 초점도 개별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이사회가 이를 관리·감독하는 원칙과 체계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 이후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관투자자는 주주제안이나 주주총회에서의 반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관여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 갑니다.
관여의 기준과 동기도 함께 정비되고 있습니다. 주요 연기금들은 안건별 찬반 판단 기준을 사전에 명문화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은 2026. 7.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질적으로 평가하여 운용사 선정과 사후평가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위탁자금의 추가 배정 및 회수와도 연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투자대상회사에 대한 관여 실적이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관여 활동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관여를 뒷받침하는 제도 변화 — 10년 만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이러한 흐름에 제도적 동력을 더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면 개정입니다. 2016년 도입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2026. 7. 24.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정되었으며, 개정 코드는 2027. 1. 1.부터 시행됩니다(이하 “개정 코드”).1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규범이지만, 그 영향은 관여의 상대방인 기업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 관여 범위의 확대와 절차의 구체화
개정 코드는 먼저 기관투자자로 하여금 투자대상회사의 이사회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를 점검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상법 개정의 취지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수탁자 책임의 범위에 환경(E)·사회(S) 등 지속가능성 요소를 명시적으로 포함하였습니다. 그간 기관투자자의 관여가 이사회 구성이나 임원보수 등 지배구조(G) 문제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산업안전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사안도 관여의 주제로 빈번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개정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관여활동에 관한 내부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고, 투자대상회사의 대응에 따라 관여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절차(Escalation)를 갖추도록 하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서한과 비공개 대화, 주주제안으로 이어지는 관여 방식이 개별 기관의 재량을 넘어 코드가 요구하는 절차로 자리 잡게 되는 셈입니다.
이 밖에 개정 코드에는 적용 대상 자산을 채권·비상장주식 등으로 넓히는 내용과 기관투자자 간 협력적 관여에 관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적용 대상 확대는 아직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고 협력적 관여는 대량보유보고제도 등 관련 법제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새롭게 도입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상황입니다.
나. 이행점검의 명문화와 점검 결과의 활용
개정 코드는 참여기관이 매년 이행보고서를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를 명문화하였습니다. 이행점검은 자산운용사·연기금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전체 참여기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코드에 이름만 올려 두는 형식적인 참여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참여기관별 이행 여부를 비교한 종합보고서를 공개하고, 점검 결과를 연기금과 공유할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로서는 실질적인 관여 실적을 쌓아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행보고서에는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관여 내역이 담기는 만큼, 회사가 기관투자자의 서한과 질의에 대응한 내용 역시 관여 실적의 일부로 기록되어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기업의 과제 — 수동적 대응에서 전향적 준비로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기관투자자의 관여를 경영 간섭이나 위협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장기 투자자인 기관투자자는 규제기관이 아니라 회사의 지속 성장을 함께 바라는 동반자입니다. 관여활동은 기업이 성장 전략과 자본배분 원칙을 주요 주주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중장기 전략과 그 근거가 충실하다면, 대화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비공개 대화는 이견이 공개적인 표 대결로 번지기 전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유용한 통로입니다. 대화를 통해 장기 투자자와 쌓은 신뢰는 경영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준비 없이 맞이하는 관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서한을 받은 뒤에야 대응을 시작해서는 관여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사로서는 ▲ 이사회 차원에서 기관투자자 관여에 대한 대응 원칙을 세우고, ▲ 실무 조직이 서한과 비공개 대화에서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며, ▲ 주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정책과 관심 주제를 미리 파악하고, ▲ 주주총회 시즌에 국한하지 않고 연중 상시적인 소통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여 내역이 기관투자자의 이행보고서 등을 통해 기록되는 만큼, 특정 기관투자자에 대한 설명이나 약속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시장 전체를 상대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하는 기관투자자에 따라 설명이 달라지지 않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대화 과정에서 회사가 설명하거나 약속한 사항과 실제 이행과의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관여의 수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대화 이후에도 이행 경과를 관리하고 그 결과를 기관투자자에게 다시 설명하는 데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의 설명을 뒷받침할 근거도 갖추어야 합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이른바 ‘밸류업 공시’)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아야 합니다. 정관 변경이나 이사 보수한도 등 주주총회 안건을 설계할 때에도 기관투자자의 눈에 주주보다 경영진의 이해를 앞세운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회사의 입장과 시장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세종 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기관투자자 소통 전략 자문 서비스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가 한층 활발해지면서, 기업으로서는 이제 기관투자자와 수시로 대화하고 소통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통은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련 법령의 준수,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 내부 역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함께 요구되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기업지배구조전략센터 산하 기업지배구조연구소를 통해 기관투자자 소통 전략 자문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관여를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인식 변화는 자문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관련 자문 의뢰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세종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회사가 기관투자자와 신뢰에 기반한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주주관여 과정에서 그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음 사항을 중심으로 자문하고 있습니다.
① 주요 기관투자자·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결권 행사 정책 및 관여 동향 분석
② 이사회 차원의 기관투자자 관여 대응 원칙 및 내부 실무 체계 수립
③ 기관투자자 서한·비공개 대화 대응을 위한 질의 분석, 답변 논리 구성 및 면담 준비 지원
④ 기관투자자의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본 주주총회 안건 및 밸류업 공시 사전 점검
⑤ 주주관여 사안 발생 시 수시 대응을 위한 상시자문 제공
비공개 대화에서 회사가 제시한 설명과 자료는 이후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방향이나 추가 관여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달 방식뿐 아니라 그 내용이 갖는 법적 의미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법률 검토와 자본시장 실무 경험을 결합하여, 기관투자자와의 대화가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먼저 이해하고 대화에 나서는 기업이 결국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와의 대화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관투자자와의 대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하신다면, 세종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그 첫 단추를 함께 채우겠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의 기업지배구조전략센터 산하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관투자자 주주관여 상시자문을 비롯하여 주주환원 및 IR 전략 수립,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과 관련 공시, 이사회 운영 선진화 방안, 임원 보수 정책 수립, 이사 후보 적격성 검증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하여 축적된 실무 경험과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로부터 서한이나 비공개 대화 요청을 받았거나, 기관투자자와의 소통 체계를 미리 점검하고자 하는 기업은 언제든지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개정 코드의 내용은 2027년 이행점검부터 반영되며, 참여기관은 가이드라인 개정 후 6개월 이내에 개정사항의 반영 여부와 향후 계획을 제출하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