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산업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정부 등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산업재해의 예방 조치와는 별개로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대응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산업재해 발생 이후 다양한 유형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는데, 사용자(기업)가 금전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법적 공방으로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물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있다.

이 같은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소극적 손해, 적극적 손해, 위자료 등의 손해가 문제되는데, 손해액 및 배상액을 결정하는 방법이 상당히 복잡하다.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고, 그와 같이 산정된 손해액 중 사용자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지(과실상계), 보험급여 등으로 인해 전보된 부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손익상계)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배상하는 금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의 내용을 소극적 손해, 적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의 3가지 항목으로 나누고 각각을 별개의 소송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76. 10. 12. 선고 76다1313 판결 등).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각 소송물별로 어떠한 것들이 쟁점이 되는지 정리한다.

 

2. 소극적 손해에 관해

소극적 손해란 불법행위(즉, 산업재해)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상실 이익을 뜻한다. 일실수익(일실수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 평가설 VS 차액설

소극적 손해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평가설과 차액설이 있다. 평가설은 소극적 손해의 본질을 '노동능력의 상실 자체'라고 보며, 상실된 노동능력의 가치를 불법행위 당시의 소득 등에 의해 평가한다. 반면 차액설은 소극적 손해의 본질을 피해자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의 상실로 보며, 따라서 불법행위 당시의 소득과 불법행위 후의 소득과의 차액이 손해액이 된다.

실무에서는 평가설에 의해 소극적 손해가 산정되고 있다. 평가설에 따를 경우 노동능력의 상실이 있는 이상 불법행위 이후에 올린 수입이 손해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 일실수익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

산업재해에 있어서 피해자는 급여생활자다. 급여소득자의 일실수익은 사고 당시 실제 수입이 기준이 된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6134 판결 등). 일실수익은 반드시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60257 판결), 산업재해 전 수입이 객관적이고 고르다면 사고 전 3개월이나 1년간 수입의 평균 또는 단 1개월의 수입이라도 그 기준이 될 수 있다[손해배상소송실무(교통·산재), 2017년 개정판, 제120~121면].

법원은 피해자의 실제 수입보다 보통인부의 도시일용노임이 더 다액인 경우 후자를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80. 2. 26. 선고 79다1899 전원합의체 판결). 실제 수입이 보통인부의 도시일용노임보다 많은 경우에도 정년 시점부터 가동연한(만 65세,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보통인부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일실수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생계비(수입의 3분의 1)를 공제한다.

다. 노동능력상실률의 판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무에서는 노동능력상실률의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있다(평가설). 노동능력상실률은 신체감정인(의사)의 감정결과를 포함해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하고 법관이 규범적으로 판단한다. 즉, 법관이 신체감정인의 감정결과를 그대로 채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3다53719 판결).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체감정결과가 법관의 노동능력상실률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당사자 및 소송대리인들의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에 신체감정신청서를 발송할 때 첨부되는 질문지를 잘 작성해야 한다. 동일한 의료기록을 통해 신체감정을 실시하더라도 어떠한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적극적 손해에 관해

가. 기왕치료비

적극적 손해는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지출한 비용상의 손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입원치료비, 통원치료비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일반병실이 아닌 특실에 입원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 의사의 소견에 따라 부득이 특실로 옮겨 진료를 받게 됐다거나, 당해 치료행위의 성질상 반드시 특실에 입원해 진료를 받아야만 할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39413 판결).

나. 향후치료비

신체감정 당시를 기준으로 치료가 종결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정 향후치료비를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킨다. 향후치료비의 경우도 신체감정결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판단한다.

다. 개호비

피해자가 중상을 입어 그 치료기간 또는 치료가 종결된 이후에도 후유장해로 인해 일정기간 또는 여명까지 타인의 조력을 받는 경우 이와 관련된 기왕개호비, 향후개호비도 손해배상액에 포함된다.

향후개호비 역시 신체감정결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판단하는데, 개호기간, 개호가 필요한 시간, 개호인의 숫자 등을 판단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5712 판결은 '사고일부터 여명종료일까지 1일 8시간 정도의 도시 성인에 의한 개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개호가 필요하다거나, 2인 이상의 개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향후개호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8332 판결의 경우 식물인간 상태인 피해자에게 성인남녀 1.5인에 의한 하루 12시간의 개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개호비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당사자 및 소송대리인은 신체감정결과 및 관련 판결례 등을 통해 향후개호비 산정의 기준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게 된다.

 

4.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보험급여에 따라 전보된 부분은 손해배상액에서 손익상계해야 한다. 한편,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 중 피해자 본인의 과실부분에 상응하는 부분은 과실상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손익상계와 과실상계의 순서가 문제되는데, 기존 판례는 과실상계를 먼저, 손익상계를 그 다음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손익상계를 먼저 하고 과실상계를 그 다음에 하는 것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한편, 손익상계의 경우 각 손해와 그에 대응되는 항목의 보험급여 사이에서만 손익상계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적극적 손해가 100만 원, 소극적 손해가 100만 원 발생했는데, 적극적 손해에 대한 보험급여가 120만 원, 소극적 손해에 대한 보험급여가 50만 원 지급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적극적 손해 100만 원을 초과하는 120만 원의 보험급여가 지급됐으므로 적극적 손해와 관련해서는 손해배상액이 남지 않게 된다. 다만 적극적 손해 100만 원을 초과하는 20만 원 부분을 소극적 손해에서 추가로 공제할 수는 없고, 소극적 손해는 100만 원에서 그에 대응되는 보험급여 50만 원만이 공제돼 50만 원이 남게 된다.

과실상계의 경우 재판에 현출된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해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손익상계 후 소극적 손해 50만 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 본인의 과실이 20%라면, 사용자가 부담하는 손해액은 40만 원(=50만 원×80%)이 된다.
당사자들은 소송에 사건 경위와 관련된 자료를 현출해 사용자와 피해자(근로자) 중 누구의 과실이 더 큰지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5. 위자료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손익상계, 과실상계의 대상이 아니다. 이 역시 재판에 현출된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해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고, 상해의 부위 및 정도, 후유장애의 부위 및 정도,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직업, 재산 및 교육의 정도 등의 피해자 측 사정과 함께 가해자의 재산, 가해행위의 경위와 상황, 가해자의 고의·과실 여부 등 가해자 측 사정까지 두루 고려해 그 액수를 판단하게 된다.

 

6. 합의가 체결되는 경우

업무상 재해와 관련해 사용자와 근로자(피해자) 사이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근로자는 업무상 재해와 관련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체결되는 경우, 그 합의가 유효하다면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소송은 각하 또는 기각된다.

다만, 합의의 내용에 따라 합의의 효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합의 체결 경위를 고려해 합의의 성립 자체가 부정될 여지도 있고,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되거나, 착오에 의한 취소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합의 당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후발적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제반 사정을 고려해 후발손해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등). 따라서 합의 체결시에는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 합의서 문구를 작성해 합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소송이 제기되는 리스크를 낮출 필요도 있다.

 

7. 결론

이처럼 손해배상(산) 소송은 산업재해를 입은 피해자의 손해액 및 배상액을 결정하는 절차로서, 그 과정에 상당히 많은 계산상 쟁점이 존재한다. 청구원인에 대한 다툼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해 손해배상액이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각 쟁점의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송이 아닌 합의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합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후속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서 문구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고는 월간 노동법률 10월호 기고문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