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야스쿠니신사에 방화한 중국인 류창씨를 일본으로 인도해 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검사가 범죄인 인도심사청구를 한 데 대하여 『류창을 일본국에 인도하는 것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이로써 중국과 일본 간 중대한 외교 현안이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외교상 파장을 고민하며 주시하였던 류창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배경과 사실관계>
류창의 할아버지는 항일투쟁 도중 전사한 혁명열사이고 그 외할머니는 한국인으로서 중국에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였습니다. 류창은 2011. 10. 3. 지진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자원봉사를 위하여 일본에 갔다가 2011. 12. 18. TV뉴스에서 한일정상회담 때 일본국 노다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비분강개하였습니다. 류창은 2011. 12. 26. 새벽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신문 중 중앙문 남쪽 기둥에 휘발유 2-3리터를 뿌리고 방화하고 현장을 떠났으나 불은 경비원에 의해 즉시 진압되었습니다. 류창은 그 직후 한국으로 와 2011. 1. 6. 주한 일본대사관 건물에 화염병을 던져 이를 불태우려 하였습니다. 류창은 현장에서 체포된 후 두 번째 범행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서 현존건조물방화미수죄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 2012. 11. 6.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습니다. 일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라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의 명을 받은 검사는 2012. 11. 8. 서울고등법원에 범죄인 인도심사청구를 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3. 1. 3. 고지 2012토1 결정>
서울고등법원은, 범죄인의 범행 동기, 범행 목적을 고려하고, 범죄인의 정치적 신념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견해가 대한민국과 중국, 국제사회의 견해와 일치한 점, 야스쿠니 신사가 법률상 종교단체의 재산이기는 하나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등 국가시설에 상응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점, 범행 동기와 시간대, 범행 대상의 규모와 비교한 소손 면적의 정도 등으로 보아 공공의 위험성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그 범행은 일본국의 일본군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에 항의하고 그와 관련된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행해진 일반물건에의 방화 범죄로서 일반범죄로서의 성격보다 그 정치적 성격이 더 주된 상태에 있는 상대적 정치범죄이므로 한일간 범죄인 인도 조약 제3조가 정하는 절대적 인도거절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검사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 결정의 의미>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범죄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절충설을 택하여 주관적, 객관적 사정과 함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 폭탄테러 미수 사건 등의 배후 조종자라는 혐의를 받던 베트남인 범죄인 인도심사청구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06. 7. 27. 고지 2006토1 결정의 판시 취지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06. 7. 27. 고지 2006토1 결정의 사안은 범죄가 정치적 소란에 부수하고 그 일부를 구성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부수성 이론의 핵심인 객관적 요소가 뚜렷하였기 때문에 부수성 이론은 물론 다른 어느 설에 의하더라도 정치적 범죄를 인정하는 데에 이론이 없었던 데 반하여, 서울고등법원 2013. 1. 3. 고지 2012토1 결정의 사안에서는 정치적 소란이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의 대상인 야스쿠니 신사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중시하여 이를 국가적 내지 정치적 조직질서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아 객관적 요소를 폭넓게 보아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류창의 범죄가 정치적 범죄인지 그 여부가 핵심쟁점이 된 사건으로서 그에 딱 들어맞는 선례가 없어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세종은 쟁점에 대한 법리를 개발하고 국제법과 동북아 역사에 정통한 대학교수를 참고인으로 법정에 출두하게 하는 등 변호인 주장을 법리와 이론 면에서 뒷받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법원으로부터 변호인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이끌어낸 바, 한, 중, 일 3국간의 중요한 외교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밑거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 상기의 사항에 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여 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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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야스쿠니신사에 방화한 류창 - 일본 송환 면해
20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