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계약을 통하여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그러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계약상 분쟁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근 십수년 동안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고 국제교류와 해외투자가 빈번해 짐에 따라 해외에서의 법률 분쟁이나 외국기업을 상대방으로 하는 국제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과 러시아기업 간의 국제분쟁 사건의 대다수는 그 배경이 어떠하였던 간에 유사한 계약상의 문제들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다수의 한국기업들의 러시아의 특수한 계약법적인 이해나 적정한 대책이 없이 국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한적이나마 러시아기업과 다양한 형태의 국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러시아 계약법과 계약 문화의 측면에서 실무상 주의할 부분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러시아의 계약 법정주의와 서면주의 이해

우리나라는 낙성계약주의 대원칙을 취합니다. 대부분의 신용사회에서는 낙성계약주의 원칙을 취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계약이 성립한다는 주의입니다. 낙성계약주의를 취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간 합의한 계약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법이 관여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러시아는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낙성계약주의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중대한 계약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계약법 관련 규정은 민법을 중심으로 여러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률들에는 당해 법률과 관계되는 계약들에 대해 명칭, 형식과 내용, 효력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 형식도 대부분 서면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에 정한 내용과 형식을 따르지 않은 계약은 계약이 성립되지 않거나 무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기업과 체결하는 계약의 준거법을 러시아법으로 하거나, 계약의 이행지나 강제 집행지가 러시아가 될 경우에는 당 계약과 관계되는 러시아 계약법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철저한 상대방 검증과 정확한 당사자 표기

러시아 기업들은 자국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방에 대한 검증 작업을 계약협상과 병행하여 매우 철저하게 하는 편입니다. 상대방 검증은 주로 상대방의 법적인 실체에 관한 부분, 서명권자의 체결 권한의 존부에 관한 부분, 계약 승인을 위한 특별 절차의 존부에 관한 부분 등이 주된 검증 대상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계약 이행에 적합한 당사자인지? 이행을 위한 재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당 계약에 절차상 하자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당사자를 검증한 이후에는 검증된 당사자를 계약서상에 명시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사실상 상호 제한이 없어 동일 상호로 수개의 기업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표기하지 않으면 당사자 혼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 표기에는 당사자 검증과정에서 확인한 정보를 최대한 꼼꼼하게 기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인등록번호나 세적등록번호, 은행계좌번호 등은 물론, 특히, 주소지 표기는 분쟁이 발생한 경우 자료 송달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잘못된 주소지로 송달된 경우에는 분쟁에서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의 절차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간주되어 집행 승인이 거부 될 수 있기 때문에 등기부상의 법률주소지는 물론 실주소지까지 꼼꼼히 기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계약상 분쟁 해결기관이 외국기관인 경우 이 부분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계약 효력일의 임의 지정 문제

일반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효력일은 당사자가 임의적으로 정하는 것이 통례지만 러시아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약 발효일을 러시아 법률로 정하고 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 정관으로 계약효력과 관련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라이선스계약이나 프랜차이즈 계약, 저당권설정계약 등의 경우에는 러시아 법률상 관할 국가기관에 계약서를 등록한 시점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러시아의 유한회사에서 제3자와의 지분양수도 계약은 공증을 요하고 당 계약에 따른 지분이전 시점은 계약서를 공증한 날로 하며, 공증을 요하지 않는 지분양수도 계약, 즉 기존 사원간의 지분양수도계약은 법인등기부상 사원의 명의 개서일을 지분이전 시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거래나 자기 거래의 경우 특별 승인 절차에 관해 회사법(혹은, 정관)이 정하고 있는 바, 이를 위반한 경우 주주(사원) 혹은 회사 자신이 소송을 통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계약의 적법성에 확신이 없는 경우 보완규정을 둬야

당사자들이 긴급히 계약을 할 필요가 있거나 여타 사정으로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특별 조항을 규정해 두면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본 계약의 내용이 적용 법률에 반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당해 조항은 무효로 하고 그 외 다른 조항들은 유효한 것으로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안 당사자는 지체없이 상대방에 이를 통보할 의무가 있으며, 양당사자는 부적법한 계약 내용을 안 날로부터 ( )일 이내에 적법한 내용으로 계약 변경에 합의하거나 본 계약을 해지합니다. 위법한 계약임을 안 당사자는 상대방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재판상 혹은 재판 외의 어떠한 경우에도 이것을 상대방에 불리한 주장의 근거로 이용할 수 없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일부 조항의 위법성을 이유로 전체 계약이 무효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위법한 계약 내용이 있음을 안 당사자가 상대방에 이를 숨기고 계약 의무를 불이행한 이후 계약의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계약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시도를 예방하는 효과(금반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종 합의한 계약서의 인쇄는 상대방에게 맡기지 말아야

양당사자간 최종 합의한 계약서의 인쇄는 본인이 하는 것이 좋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기업 가운데 고의 과실의 문제를 떠나서 상대방과 최종 합의한 내용과 다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중요 프로젝트에 관한 계약은 조인식을 별도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어느측에서 서명하게 될 계약서를 준비하느냐가 실무상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준비할 경우 내용에 대한 확인을 별도로 해 봐야 하는데 조인식장의 분위기상 이것이 쉽지 않고, 또한 자문에 관여한 변호사가 입회하여 확인하지 않은 한 합의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단시간에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최종 합의된 계약서는 본인이 직접 인쇄하여 상대방이 검토하게 하는 것이 위험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러시아 공증 절차를 활용해 보자

유한회사에서 제3자와의 지분양수도계약과 같이 공증이 강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계약서는 공증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의 공증은 대외적 공신력을 높여주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공증인이 공증할 문서에 대한 법적인 검증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 만합니다. 아울러 상대방 검증에 필요한 서류도 사본이 아니라 공증사본을 요청하는 것이 문서의 위조나 변조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계약을 러시아 공증사무소에서 공증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번거로울 수 있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러시아 계약법과 계약문화는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기준과도 크게 다르고 복잡하므로 계약 체결 시 계약 조건에 대한 유불리의 문제에 앞서 계약의 적법성과 실효성의 문제를 우선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의 발생 된 러시아기업과의 수많은 상사분쟁이 러시아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기업과 잘 체결한 계약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도 생기지만, 계약을 잘 못하면 계약 목적의 달성을 방해하고 분쟁을 유발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러시아기업과 계약 시 분쟁해결기관을 결정함에 있어 주의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정노중 러시아 변호사, <러시아 무역투자 진출 법적 환경과 분쟁 대응방안 설명회> 초청 강연

법무법인 세종의 정노중 러시아 변호사는 지난 4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상사중재원이 주체한 “러시아 무역투자 진출 법적환경과 분쟁 대응방안 설명회” 에서 “러시아 상사분쟁의 예방과 해결” 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였습니다. 참석자들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며 강연은 성황리 마무리 되었습니다.

정 변호사의 주된 업무분야는 러시아 & CIS와 관련한 국제거래, 현지투자 및 분쟁해결로, 제반 러시아법률 (외국인투자법, 민법, 토지법, 인허가법, 세법, 회사법, 지적재산권법, 외국인신분법, 반독점법, 도시건축법 등)에 대해 종합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외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2006), 러시아 현지에 로펌을 설립 운영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다수의 현지 법률실사와 상사분쟁사건, 특허분쟁사건, 집행사건 등을 대리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 상기의 사항에 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여 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