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rtsaeng 케이스 –

지난 2013. 3. 19. 미국 연방대법원은 저작권에 있어 최초판매 원칙(First Sale Doctrine)의 적용 범위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최초판매 원칙이란 적법하게 취득한 저작물의 소유자는 저작권자의 독점적 배포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권리소진의 원칙(Exhaustion Doctrine)이라고도 합니다.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 (a)항 전문은 “ Notwithstanding the provisions of section 106(3), the owner of a particular copy or phon¬orecord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 or any person authorized by such owner, is entitled, without the authority of the copyright owner, to sell or otherwise dispose of the possession of that copy or phonorecord.”라고 규정하여 일반적으로 저작물에 대한 최초판매 원칙을 인정하고 있고, 우리 저작권법 제20조 단서도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배포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하여 최초판매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규정에 따른 최초판매 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해 (i) 지역적으로 국내의 경우로 한정된다는 견해(국내 소진설)와 (ii) 지역적 제한 없이 전세계에 걸쳐 인정된다는 견해(국제 소진설)가 대립하고 있고, 그에 따라 미국에서는 저작물의 병행수입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결론을 달리하는 판례가 여러 차례 선고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Quality King Distributors, Inc. v. L’anza Research Int’l, Inc., 523 U.S. 135 (1998) 사건에서 저작물을 수입하는 경우 최초판매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미국에서 제작되어 해외로 수출되었다가 미국으로 다시 역수입된 제품에 관한 것으로, 처음부터 해외에서 제작된 병행수입품의 경우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명시적인 판결이 나오지 아니한 상태에서, 하급심에서는 국내소진설이 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Omega SA v Costco Wholesale Corp 541 F. 3d 982 (9th Cir. 2008) 사건에서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 (a)항의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복제물에 한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국내소진설의 입장을 택하였으며, 위 연방항소심의 판결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의견이 4:4로 갈림에 따라 서면 상의 이유도 개진하지 못한 채로 국내소진설을 택한 연방항소법원 판결이 확정된 바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사건에서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 (a)항이 규정하고 있는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은 지역적 제한이 없으며, 해외에서 제작된 병행수입품에 대하여도 최초판매 원칙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태국계 학생 Kirtsaeng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학생으로, 대학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뒤 이를 미국에서 판매하였습니다. 다만 Kirtsaeng이 판매 한 교과서에는 “이 책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동에서 판매가 허락되었으며 그 외의 지역에 수출할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자 출판사인 John Wiley & Sons는 Kirtsaeng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고, Kirtsaeng은 이에 대하여 최초판매 원칙으로 항변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제2항소법원은 국내소진설의 입장을 택하여 Kirtsaeng의 최초판매 원칙 항변을 배척하면서 출판사 측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찬성의견 6인 대 반대의견 3인의 결정으로 Kirtsaeng의 항변을 받아들임으로써, 최초판매 원칙이 국제적으로 적용됨을 확인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연방대법원은 ①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 (a)항에서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은 그 문언상 지역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여기에 지역적 제한을 두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위 조항을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복제본을 제외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② 또한 “평등 대우의 원칙(Equal Treatment principle)”의 면에서도 해외에서 제작된 복제본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으며, ③ 특히 국제적 소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의 도서관이나 중고 책 딜러들, 기술 회사(technology companies), 소비재 판매 소매상들 및 박물관의 역할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어, 과학과 실용 예술의 발전을 진흥하고자 하는 헌법상 저작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최초판매 원칙의 국제적 적용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헌법이 출판사에게 지역적으로 제한된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출판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국내소진설의 입장이 우세하던 기존 하급심의 경향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국제소진설을 채택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세기의 판결로 평가되고 있지만, 위 연방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여전히 병행수입 허용 여부에 관한 논란은 불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출판사들이 미국 외 지역에서도 출판물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거나 아예 미국 외 지역에서는 출판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존재하고, 특히 2011년 미국이 제안한 환태평양 우호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에 관하여도 주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작권법상 최초판매의 원칙은 유형물인 복제물의 배포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Capitol Records, LLC v. ReDigi Inc., 2013 WL 1286134 (S.D.N.Y. Mar. 30. 2013)}.

한편 지적재산권에 관하여 권리의 소진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까지도 각 권리별로, 또한 나라마다 그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못합니다. 미국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작권에 관하여는 최근 선고된 Kirtsaeng 판결에 의해 비로소 국제소진설이 채택되었으나, 상표권에 관하여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소진설이 채택되고 있었던 반면{Apollinaris Co. Ltd v. Scherer , 27 Fed 18 (SDNY 1886)}, 특허권에 관하여는 아직도 국내소진설이 채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Jazz Photo Corp.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264 F.3d 1094 (Fed. Cir. 2001), Fujifilm Corp. v. Benun, 605 F.3d 1366 (Fed. Cir. 2010)}. 반면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각 권리별로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상표권이나 저작권은 모두 유럽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물건에 대해서만 소진이 인정되는 것으로 통일적으로 규율되고 있으며{Directive 89/104/EEC Article 7, Directive 2001/29/EC Article 4 (2)}, 특허권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Directive 98/44/EC Article 10 에서 생명공학특허(biotechnological patent)에 관하여 유럽지역 내에서의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다른 유형의 특허에 관하여도 역시 유럽지역 내에서 소진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에서 특허권에 관하여도 국제소진설을 택할 것인지, 나아가 미국과 유럽은 상호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지역적 소진 범위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라 사료됩니다.

* 상기의 사항에 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여 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