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국제중재 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각국은 중재제도의 활성화와 국제중재사건의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중재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하고, 중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었던 규정들을 정비하는 등 중재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5월 19일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먼저 개정 중재법은 중재의 정의를 ‘재산권상의 분쟁 및 당사자가 화해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비재산권상의 분쟁’(예컨대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분쟁이나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 등)으로 확대하고, 중재합의가 서면이 아니라 전자우편 등에 포함된 경우에도 중재합의의 내용을 추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도록 중재합의의 서면성 요건을 완화하였습니다.

또한 현행 중재법은 당사자 일방이 중재인 선정에 응하지 않는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 법원이 중재인을 선임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왔고 특히 국제중재의 경우는 법원이 외국 당사자에게 중재인 선임 관련 송달을 할 때 그 절차가 지연되거나 적법한 송달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중재법 개정안은 법원 또는 그 법원이 지정한 중재기관이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중재인 선정에 있어 법원의 공정성과 중재기관의 전문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현행 중재법은 법원의 집행판결의 대상을 ‘중재판정’으로 명시하고 있어, 중재판정부가 임시적 처분을 내려도 법원을 통해 집행할 수 없고 별도의 보전처분을 신청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으나, 개정 중재법은 중재지가 대한민국인 경우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이 법원의 결정을 통해 승인 및 집행될 수 있음을 명시하였습니다.

나아가 개정 중재법은 현행법 상 임시적 처분의 대상이 ‘분쟁의 대상’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을 삭제하고 임시적 처분의 종류를 현상의 유지·복원, 특정한 조치의 금지, 집행 대상이 되는 자산의 보전 방법의 제공 또는 증거의 보전 등으로 세분화하여, 중재판정부가 다양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임시적 처분의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여 임시적 처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등 개정 UNICITRAL 모델중재법의 관련 규정을 대부분 수용하였습니다. 또한 중재법 개정안은 증거조사에 관한 법원의 협조를 강화하였으며, 중재판정부가 중재비용 및 지연이자를 정할 수 있는 명문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여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강화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은 모두 중재지가 대한민국인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정 중재법은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 및 집행절차를 현행 판결절차에서 필요적 변론을 요구하지 않는 결정절차로 변경함으로써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절차의 간이성 및 신속성을 확보하였으며, 이는 중재지가 대한민국이 아닌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한편, 대한상사중재원 역시 최근 국제상사중재의 동향과 실무를 반영하여 국제중재규칙을 개정하고 6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개정 국제중재규칙은 중재인 확인 절차를 도입하여 대한상사중재원이 당사자나 중재인들이 지명한 중재인을 먼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명백히 부당한 중재인 지명이 있는 경우에는 중재인 지명 확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통해 중재인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중재판정부 및 중재판정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정 국제중재규칙은 여러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 또는 동일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여러 분쟁을 한 번의 중재 절차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당사자 추가 및 청구의 병합에 관한 절차를 신설하였습니다. 이로써 중재판정부는 중재절차가 개시된 후에도 제3자를 중재절차의 당사자로 포함시킬 수 있고, 이미 진행 중인 중재절차의 동일한 당사자 간에 새로운 분쟁이 발생한 경우 청구의 병합을 통해 다수의 분쟁들을 하나의 중재절차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정 국제중재규칙은 당사자들이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 긴급한 보전 및 임시적 조치를 필요로 할 경우 종국적인 권리 구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긴급중재인에 의한 긴급처분제도(긴급중재인제도)를 신설하였습니다. 이는 개정 중재법이 임시적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과 그 범위를 확대한 것과 취지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중재판정부가 긴급한 보전이나 임시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사안에 관하여 신속하게 임시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여 국제중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 중재법과 대한상사중재원의 개정 국제중재규칙은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중재제도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지며, 나아가 우리나라가 국제중재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