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1. 사안의 개요

B공사는 항만시설의 신설∙개축∙유지∙보수∙준설 등 공사 시행, 항만의 경비, 보안, 화물관리, 여객터미널 등 항만의 관리∙운영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사업주입니다.  B공사는 C사와 D사에게 항만 갑문 정기보수공사(이하 ‘갑문 정기보수공사’라 합니다)를 도급하였습니다.  그런데 C사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L은 2020. 6. 3.경 갑문 상부 난간에서 H빔을 하강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A는 B공사의 대표이사이자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였습니다.  이에 A와 B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및 원심] 제1심은 B공사가 건설공사인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C사에게 발주하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책임이 있는 자이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의 안전조치 및 제39조의 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른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함으로써, A와 B공사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원심은 (ⅰ) B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ⅱ) 설령 B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가정하거나, B공사가 사업주로서 독자적인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A와 B공사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관한 고의가 있다거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A와 B공사를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그러나 대법원은 B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A는 사고 당시 B공사의 대표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로서, 안전보건기준규칙이 정한 중량물 취급 시의 사고 위험이나 근로자의 추락 위험 방지 조치 등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였고, 의무 위반과 피해자L의 추락,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이 B공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인정한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B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B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을 직접 작성하였으며,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하였음.

② B공사는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그 산하에 갑문 운영∙관리 및 갑문시설물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전담부서인 ‘I팀’을 두고 있었고, I팀의 갑문설비파트 직원 6명은 갑문의 일상∙주간∙분기별∙반기별 점검을 각 수행하였음.  B공사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갑문에 관하여 대한민국과 체결한 관리위탁 계약에는 갑문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가 위탁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고, 갑문시설은 항만시설 내 핵심시설로 B공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개년 사업으로 매년 갑문시설의 정비∙보수 계획을 수립∙시행하여 왔음.  B공사는 위와 같이 계획한 갑문시설 정비∙보수 사업의 일부를 시행하고자 C사 등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장인 항만 갑문에서 보수공사를 하도록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도급한 것이었음.

③ B공사는 자본금이 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C사는 자본금 10억 원, 상시 근로자수 약 10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임.  그렇다면 갑문 유지∙관리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B공사는 항만의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면서, B공사의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함.

 

3. 의의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발주한 회사도 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