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간 체결된 중재합의가 선택적 중재합의 인지 아니면 전속적 중재합의 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전속적 중재합의를 인정한 사례]
1. 사안
원고는 2012. 9. 19. 피고와 강관 스레딩 설비 2기 공급 계약(이하 ‘이 사건 공급계약’)을 체결함.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는 국문과 영문 부분이 병기되어 있었으며, “8. 통제 법률(Arbitration)”이라는 표제 아래 분쟁 해결 조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 규정되어 있음. 이 사건 조항의 국문은 “본 합의는 한국법률이나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이고, 영문은 “All disputes, controversies, Claims or Difference arising out of, or in relation to this agreement, or a breach hereof, shall be finally settled by Korean Law or in accordance with the Commercial Arbitration committee of International Commercial Law”라고 기재되어 있음.
원고는 이 사건 공급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며, 원상회복 의무 이행으로 기지급 물품대금 2,528,080유로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음.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을 지적하며 이 사건 공급계약과 관련된 모든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는 전속적 중재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항변하였음.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 청구인용
원심은 이 사건 조항 중 “한국법률의 통제(by Korean Law)” 부분을 통해 준거법에 관하여만 합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법에 따른 분쟁해결수단을 수용하는 데도 합의하였다고 해석하여, 이 사건 조항이 선택적 중재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음.
그리고 이를 전제로 선택적 중재조항은 일방 당사자가 중재 절차를 선택하고 상대방이 이에 응했을 때 비로소 중재합의로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 원고가 중재합의의 존재를 부인하며 소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한 후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음.
나. 대법원: 원심파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청구를 각하함.
중재법 제9조 중재합의 항변의 근거가 되는 중재합의는 대상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를 의미함.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는 당해 중재조항의 내용, 당사자가 중재조항을 두게 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함. 이 때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음.
이 사건 조항의 표제가 국문은 “통제 법률”이지만 영문은 “Arbitration(중재)”이라고 명시되어 있음.
이 사건 조항 본문의 국문 부분은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중재기관의 통제를 언급하고 있으며, 영문으로는 보다 명확하게 “All disputes,….shall be finally settled by ...in accordance with the Commercial Arbitration committee of International Commercial Law(모든 분쟁 등은... 국제상사법의 상사중재위원회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어, 중재절차로 분쟁을 해결할 것을 명시하고 있음.
한편, 이와 병렬적으로 규정된 “한국법률의 통제(by Korean Law)” 부분은 그 문언의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준거법에 관한 합의로 읽혀지고, 재판절차를 포함하여 대한민국법에 따른 분쟁해결수단을 수용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이지 않음.
또한 중재절차에 관한 조항을 두면서 재판절차를 분쟁해결의 수단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재판절차 역시 분쟁해결수단으로 합의하였다고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것은 아님.
중재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일부 문언이 모호하더라도, 장래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합의가 인정되는 한 중재합의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있으며, 그러한 흠결만으로 유효한 중재합의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됨.
이 사건 조항을 통해 나타난 당사자들의 의사는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판단되며, 대한민국에서의 재판 또는 중재를 선택적으로 정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전속적 중재합의에 해당함.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한국법률의 통제’와 같이 준거법을 지정하는 문구가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재판 관할을 설정하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해석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음. 즉, 준거법 조항과 별개로 중재합의가 명시적으로 존재한다면 이는 전속적 중재합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함.
또한, 중재 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지가 명확하게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인정되는 한 중재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중재합의의 유효성 범위를 넓게 판단함.
따라서 계약서 작성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분쟁해결방안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 적절해 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