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 대신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한 신탁계약서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부동산등기부에 편철되었더라도, 개정 신탁법의 취지에 따라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해당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사실에 한정되며, 신탁계약 내부의 권리·의무 관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수탁자는 제3자인 관리단에게 이를 대항할 수 없다고 본 사례]

 

1. 사안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이 포함된 집합건물의 관리단이며, 피고는 소외 회사(위탁자)와 소외 회사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신탁회사임.

이 사건 신탁계약 제10조, 제15조에서는 관리비 및 세금 등 신탁재산 관련 비용은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 신탁계약서는 신탁등기 당시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부에 편철되었음.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1년간 체납된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음. 이에 대해 피고는 신탁원부의 대항력,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의무자로 정해진 점 등을 주장하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을 원용하며,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한 점과 그 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수탁자인 피고는 신탁계약 내용을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의 관리비 청구를 기각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음.

가. 관련 법리

개정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1이 규정의 취지는 어떠한 재산에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하면 그 재산이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독립하여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것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임.

그러므로, 개정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계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에 따라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게 되더라도 위와 같은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음.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신탁계약은 개정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임(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은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의 적용 사안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이 부적절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신탁의 등기로는 이 사건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별되는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뿐임.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납부의무는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부에 편철되었더라도, 수탁자인 피고는 제3자인 원고(관리단)에게 이를 대항할 수 없음.

원심은 신탁계약 내용을 이유로 피고에게 관리비 납부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신탁법과 부동산등기법 해석을 오해한 법리적 잘못이 있음. 원심은 관리비의 성격과 관리단 규약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수탁자의 납부의무 존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

 

4. 판결의 의의

  • 종래에는 신탁원부 기재 내용을 바탕으로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었으나, 개정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계약의 경우 대법원은 개정 신탁법의 취지에 따라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해당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사실에 한정되며, 관리비 납부와 같은 신탁계약 내부의 권리·의무 관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
  • 향후 집합건물 관리단이나 공공기관 등 제3자가 수탁자를 상대로 채권 청구를 할 경우, 신탁계약상 내부적 비용 부담 규정이 면책사유로 인정되지 않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음.
  • 다만, 개정 신탁법 시행일 전에 체결되어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의 경우,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과 개정 신탁법 제4조 제1항 간 규정 내용상의 차이, 대법원이 본건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신탁원부의 대항력을 인정하였던 종전 판결(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이 계속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됨.

 

1 구 신탁법 제3조 (신탁의 공시) ① 등기 또는 등록하여야 할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