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하여 첫번째로 소개하여 드릴 것은 미국에서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과 관련하여 발전하고 있는 MFW 기준입니다.

 

1. 미국 판례법상 이사의 신인의무와 심사기준

미국 판례법상 이사와 지배주주는 회사는 물론 주주에 대해서도 신인의무를 부담하며, 신인의무는 크게 주의의무(duty of care)와 충실의무(duty of loyalty)로 분류됩니다.  주의의무가 이사에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적극적 의무라고 한다면, 충실의무는 이사가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을 금지하는 소극적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는 통상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 「완전한 공정성 기준(entire fairness test)」 등이 논의됩니다.  미국은 일찍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확립하여 가급적 이사의 결정에 대한 사법심사를 자제하여 왔습니다.  다만 소수주주 축출거래 등 심각한 이해충돌 상황에서는 가장 강화된 심사기준인 ‘완전한 공정성’ 기준을 적용하여 왔습니다.

 

2.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판단에 관한 이른바 MFW 기준

(1) MFW 판결(2014)  

델라웨어주 법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전형적인 경우인 이해상충 거래에서 ‘완전한 공정성’ 기준을 적용하여 거래의 절차적 공정성과 내용적 공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만, 사안에 따라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심사기준을 완화하여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충실의무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경영판단의 원칙과 완전한 공정성 기준 중 어떠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는지와 관련하여 델라웨어 주의 여러 판결례가 존재하는데, 델라웨어 주대법원이 2014년 선고한 Kahn v. M&F Worldwide Corp. 판결(MFW 판결)을 통해 이른바 ‘MFW 기준’이 정립되었습니다.

M&F Worldwide Corp(이하 ‘MFW’)의 지분 43%를 소유한 모회사인 MacAndrews & Forbes Holdings, Inc.(이하 ‘M&F’)는 2011. 6. MFW의 비상장화를 목적으로 한 합병을 추진하고자 MFW의 소수주주들에게 잔여지분을 주당 현금 24달러에 매수하겠다고 제안하였고, MFW는 ① MFW의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② 이해관계 없는 소수주주 과반수의 승인을 모두 얻을 것을 거래의 조건으로 명시하였습니다.  MFW의 특별위원회는 M&F와 협상하여 매수가격을 주당 25달러로 인상하였고, 2011. 12. 소수주주 65.4%의 찬성으로 합병이 승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합병에 반대한 소수주주들이 지배주주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을 주장하며 델라웨어 주형평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패소하였고, 불복하여 상소하였으나 델라웨어 주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지배주주가 관여한 거래일지라도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② 소수주주의 다수결(MOM)1에 의한 승인이라는 두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③ 다음의 『세부적인 요건』을 더 갖추면,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기준이 아니라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습니다(MFW기준).  여기서의 세부적인 요건은, (i) 지배주주가 위와 같은 이중보호장치를 거래성사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ii) 특별위원회가 독립성을 갖출 것, (iii) 특별위원회가 거래의 적정성을 평가할 자문단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거래를 확정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것, (iv) 특별위원회가 공정가격을 협상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다할 것, (v) 소수주주가 거래의 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vi) 강요 없이 주주의 자유로운 의사를 묻는 투표가 진행될 것입니다.

(2) Match 판결(2024)

위 MFW 판결 이후 MFW 기준이 소수주주 축출합병(소위 squeeze-out merger)을 넘어 지배주주와의 일반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2024. 4. 4. In re Match Group, Inc. Derivative Litigation 판결(Match판결)에서 이를 긍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거래는 Match Group과 그 지배주주인 IAC사이에서 행해진 逆스핀오프(reverse spinoff) 거래였습니다.  미국 델라웨어주 소재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 InterActiveCorp(이하 ‘IAC’)는 인터넷과 미디어 섹터에 주로 투자하는 회사로, 온라인 데이팅 사업을 영위하는 Match Group(Tinder 등 데이팅 플랫폼 운영)의 지분을 80% 이상 보유,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거래구조가 다소 복잡한데, IAC와 Match Group은 2019년 12월 일련의 사업구조 재편 거래에 합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IAC는 ‘New IAC’를 설립하면서 기존 IAC 법인에는 Match Group의 상당한 부채와 함께 온라인 데이팅 사업을 승계시키고, 기타 사업 및 자산은 New IAC로 분할한 뒤, 기존 IAC의 사명을 “New Match”로 변경하여 독립적인 두 개의 상장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이었습니다.2

Match Group은 본 거래가 지배주주인 IAC와의 거래이므로, IAC와의 교섭을 위하여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분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IAC와 Match Group 양측에서 이해관계 없는 소수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Match Group의 일부 소수주주들은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에 해당하는 분리위원회의 위원 3인 중 한 명이 과거 IAC의 CFO였고 현재도 계열사들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어 분리위원회의 독립성이 결여되었고, IAC가 거래의 양 당사자이자 지배주주로서 IAC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부문과 재무구조를 이전하고 Match Group에는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게 하였다고 주장하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델라웨어 주형평법원은 이사회가 MFW판결이 제시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주주의 소를 각하(motion to dismiss)하였습니다(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되면 이사가 신인의무를 다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해 거래를 승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원고가 이러한 추정을 번복하지 못하는 이상 본안 심사 없이 각하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소하였고, 델라웨어 주대법원은 소수주주 축출합병 이외에도 ‘지배주주가 관여하여 비례적이지 않은(non-ratable) 이익을 보는 거래 일반’의 경우에도 MFW 기준이 요구하는 강화된 절차를 충족하지 않으면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될 수 없음을 밝히는 한편, MFW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중보호장치의 하나인 특별위원회 승인에 관하여 위원 ‘전원’의 독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여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엄격한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3. 시사점

우리 판례는 1990년대 말부터 하급심에서 ‘경영판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는 대법원 판결에도 ‘경영판단’ 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지만, 미국법상의 경영판단의 원칙과는 다소 다르게 운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개정 상법에서 새로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 이사가 충실의무 또는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평가될 것인지 실무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미국에서는 살펴본 바와 같이 지배주주 관여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주주들의 공평하고 비례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정한 절차적인 안전항(safe harbour)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이사들에게 경영판단이라는 보호장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MFW 기준을 비롯한 미국 델라웨어주 판결례의 일련의 심사기준이 우리나라 법원 판결에 의하여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향후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연재>

  1. 미국의 이른바 MFW 기준(MFW 판결과 Match 판결)
  2.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144의 전면 개정
  3. 테슬라의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관련 판결
  4. Unocal 판결과 Blasius 판결
  5. 기업인수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결례와 soft law

 

1 소수주주의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은 이해관계 없는 주주의 승인(approval of disinterested shareholders)이라는 용어와 같은 뜻으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2 기존의 Match Group(Old Match)은 Old IAC, 즉 New Match(Match Group Inc.)의 자회사에 흡수합병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