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의 개정과 관련하여 두번째로 소개하여 드릴 내용은, 지난 시간에 소개하여 드린 미국의 이른바 ‘MFW 기준’과 관련된 최근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Delaware General Corporation Law, DGCL) 제144조 개정에 관한 것입니다.

 

1. 서론 - 법 개정의 배경

미국은 주(州)마다 회사법이 존재하고, 영업 장소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주를 선택하여 회사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미국의 주들은 저마다 자기 주의 회사법의 매력을 높임으로써 자기 주에서 회사를 설립하도록 유도하는데,1 이 때 가장 많이 선택되는 주가 델라웨어주입니다. 미국에서 작년 한해 신규로 상장된 회사의 약 80%가 델라웨어주에서 설립되었고, 미국 Frotune 500대 기업의 2/3 이상이 델라웨어주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델라웨어주는 인구 약 100만 명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설립에 있어 델라웨어주가 선호되는 이유는 델라웨어주에서는 회사법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배심원이 없이 법률 전문가인 7명의 판사로만 구성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에서 사건을 심리함으로써 재판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되고 결과의 예측 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과 더불어, 매년 주 의회가 새롭게 대두되는 회사법 관련 이슈들을 검토하여 일반회사법에 반영함으로써 가장 선진화된 회사법 체계를 유지, 발전시켜 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델라웨어주가 2025. 3. 25. 일반회사법을 개정하였습니다. 이는 최근 테슬라, 드롭박스 등 일부 유명기업들이 머스크의 스톡옵션에 관한 Tornetta 판결, 주주간계약에 관한 Moelis 판결 등 일련의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판결들에 불만을 품고 본사를 델라웨어주에서 텍사스주나 네바다주로 이전하는 이른바 “덱시트(DExit)” 현상이 일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일반회사법 제144조 개정은 지배주주가 관련된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법원의 MFW 기준 적용에 있어 지배주주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심사기준 또한 엄격하다는 비판에 대하여, 이사와 지배주주의 책임에 대한 법적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존의 판례법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이해상충거래에 대한 절차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제144조 개정의 주요 내용

개정법 제144조는 이해상충거래에 대한 이사 및 지배주주의 책임에 관한 조항으로서, 이번 개정의 핵심은 지배주주가 관련된 거래, 즉 ‘지배주주거래’(controlling stockholder transaction)2에 관한 것입니다.

(1) 지배주주의 정의 규정 및 지배주주의 과실책임 면책 규정 신설

우선 개정법 제144조(e)(2)은 ‘지배주주(controlling stockholder)’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배주주는 대체로 (a)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과반수를 보유 또는 지배하거나, (b) 이사회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계약상 또는 기타의 권리를 갖고 있거나, 혹은 (c) 과반수 의결권을 보유 또는 지배하는 것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권한(power)이 있는 주주로 한정됩니다. 여기서 기능적으로 동등한 권한이란 적어도 의결권의 1/3 이상을 보유 또는 지배하고 and 회사 업무에 관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권한(power)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기존에는 지배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의결권, 계약상 권리, 상업적 관계성, 특정 이사 등과의 관계성 등 이른바 소프트 컨트롤(soft control)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개별적 사실과 상황에 근거해 판단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의결권이 1/3 미만인 주주라도 지배주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3 그러나 개정법으로 인해 의결권이 3분의 1 미만인 자는 지배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문화되었습니다.4

한편, 개정법 제144조(d)(5)은 지배주주는 (i) 회사 또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duty of loyalty)를 위반하였거나, (ii) 선의(good faith)에 기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고의적인 부정행위 또는 알면서 법을 위반한 행위가 개입되었거나 또는 (iii) 해당 거래로부터 부적절한 개인적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나 주주에 대해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2) 지배주주 거래에 대한 안전항(safe harbor) 조항 신설

개정법 제144조(b)은 ‘비공개회사화 거래’(going private transaction)5 이외의 지배주주 거래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조건(즉, 위원회의 승인, 소수주주의 승인 또는 행위나 거래가 회사와 주주에 대해서 공정할 것) 중 어느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형평법상 구제 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이사회가 명시적으로 협상(또는 협상 감독) 및 거래 거부 권한을 부여한 특별위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배주주 거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공개되었거나 알려져 있으며, 위원회에 속한 이해관계 없는 이사 과반수가 선의에 기하여 중과실 없이 해당 지배주주 거래를 승인(또는 승인을 권고)한 경우(단, 특별위원회에는 이사회가 해당 지배주주 거래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없다고 결정한 이사가 2명 이상 포함되어야 함); 또는

② 해당 지배주주거래가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의 승인 또는 추인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승인 또는 추인을 위해 주주에게 제안된 시점에서 유효한 거래의 조건으로 되어 있으며, 이해관계 없는 주주들이 강요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여 의결권의 과반수로 해당 지배주주거래를 승인 또는 추인한 경우; 또는

③ 해당 지배주주거래가 회사 및 주주에게 공정(fair)한 경우

다만, 개정 일반회사법 제144조(c)은 비공개회사화(즉, 폐쇄회사화) 거래의 경우에는 위 ① 및 ② 조건을 충족하거나, ③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이나 형평법상 구제 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기존에는 비공개회사화 거래에 국한되지 않고 지배주주가 비례적이지 않은 이익을 받는 모든 지배주주 거래에 있어서는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 기준이 적용되어 ① 이해관계 없는 이사(특별위원회)의 승인 및 ② 소수주주의 다수결(MoM)에 의한 승인 모두를 충족하여야 비로소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이른바 ‘MFW 기준’).

그러나 개정법은 (i) 위 ① 또는 ② 중 어느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족하다고 보므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요구하는 MFW 판결의 요건을 보다 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ii) 위원회에 최소 2명 이상의 이해관계 없는 이사가 포함되어 있고 이해관계 없는 이사 과반수의 승인이 있으면 안전항 요건이 충족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모든 구성원이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Match 판결의 요건도 완화하고 있습니다. (iii) 아울러 MFW 판결 등은 처음부터(거래에 관한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ab initio) 미리 특별위원회와 소수주주 과반수의 승인을 얻을 것을 조건으로 하고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개정법은 주주들에게 지배주주거래에 대한 승인 또는 추인을 제안하는 시점에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3) 지배주주거래 이외의 이사나 임원과의 이해상충거래에 대한 안전항(safe harbor) 조항 일부 개정

개정 전 일반회사법 제144조(a)은 이사 또는 임원의 이해상충거래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무효 또는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법 제144조(a)은 안전항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형평법상 구제 조치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문화하였습니다.

개정법 제144조(a)상의 안전항 요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해당 이해상충 행위나 거래에 대한 해당 이사 또는 임원의 이해관계 및 해당 행위 또는 거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이사회 또는 이사회내 위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되었거나 알려져 있는 경우, 그리고 이사회 또는 위원회가 선의에 기해 중대한 과실 없이, 당시 이사회 또는 위원회에 재직 중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해당 행위 또는 거래를 승인하는 경우. 단, 이사의 과반수가 해당 행위 또는 거래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가 아닌 경우, 이사회가 해당 행위 또는 거래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2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내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는

이해관계 없는 주주들이 강요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정보에 기하여 의결권의 과반수로 해당 행위 또는 거래를 승인 또는 추인한 경우; 또는

③ 해당 행위 또는 거래가 회사 및 회사의 주주에게 공정한 경우

(4) 안전항 조항의 ‘이해관계 없는 이사’의 의미

개정법 제144조(e)(4),(5)는 안전항 조항에서 요구하는 이해관계 없는 이사, 이해관계 없는 주주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 없는 이사 및 주주의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당해 행위나 거래의 당사자가 아닐 것

2. 당해 행위나 거래에 대하여 중대한 이해관계(material interest)6를 갖지 않을 것.

3. 당해 행위나 거래에 대하여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는 자와 중대한 관계(material relationship)7가 없을 것.

NYSE 또는 NASDAQ에 상장된 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해당 거래소의 규칙에 따른 독립성 판단기준을 충족한다고 결정한 경우, 해당 이사는 해당 거래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다고 추정됩니다.8 흥미로운 것은 당해 행위나 거래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는 자의 지명이나 추천이나 투표로 이사로 선임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이사가 이해관계 없는 이사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9

개정 전에는 해당 행위나 거래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기반한 분석이 필요하며,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개인적 및 직업적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심사는 매우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사실에 특화된 것으로 변모하여 불확실성을 초래하였다고 합니다.10 이에 대해 개정법은 증권거래소 기준을 반영한 추정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상장기업이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때 일관된 기준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3. 시사점

개정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제144조는 기존 판례법보다 지배주주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완화된 규제 내용도 우리나라 관점에서는 입법이나 해석에서 있어 참고가 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개정 상법 제383조의2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하고, 이해상충거래에 앞서 독립적인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안전항(safe habor) 요건을 구비하는 과정에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제144조의 개정 내용이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재>

  1. 미국의 이른바 MFW 기준(MFW 판결과 Match 판결)
  2.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144의 전면 개정
  3. 테슬라의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관련 판결
  4. Unocal 판결과 Blasius 판결
  5. 기업인수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결례와 soft law

 

1  이러한 ‘규제 간 경쟁’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i) 설립지 변경의 결정을 통제할 수 없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가장 심하게 박탈하는 국가 혹은 주가 승리하는 ‘밑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와 (ii) 자본시장이 회사법 선택의 영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법을 가진 국가 또는 주가 승리하여 ‘위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대립하여 왔습니다.
2 지배주주거래란 ① 회사 또는 그 하나 이상의 자회사와 지배주주[controlling stockholder, DGCL § 144(e)(2)] 또는 지배그룹[controller group, DGCL § 144(e)(1)] 사이에 이루어지는 행위/거래 또는 ② 지배주주 또는 지배그룹이 다른 주주가 일반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금전적 또는 기타 이익을 누리는 행위/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DGCL § 144(e)(3)].
3 Tornetta v. Musk 사건[310 A.3d 430 (Del. Ch. 2024)]의 이른바 Superstar CEO doctrine 참조.
4 This definition establishes a presumption of control for majority holders while setting a brightline requirement of at least one-third ownership for minority shareholders to be deemed controllers. It eliminates the growing risk that one could be deemed a controller despite owning nominal (or even no) stock. (Stephen M. Bainbridge)
5 DGCL § 144(e)(6) 참조.
6 중대한 이해관계란 실제적 또는 잠재적 이익(손해 회피 포함)을 의미하며, 이사의 경우에는 해당 행위 또는 거래의 협상, 승인 또는 허가에 참여할 때 이사 판단의 객관성을 저해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DGCL §144 (e)(7)].
7 DGCL §144 (e)(8)
8 DGCL §144 (d)(2)
9 DGCL §144 (d)(3)
10 Teamsters Union 25 Health Services & Ins. Plan v. Baiera, 119 A.3d 44, 61 (Del. Ch. 2015)
(“Delaware law does not contain bright-line tests for determining independence but instead engages in a case-by-case fact specific inquiry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