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체결된 오피스텔 공급계약에서 수탁자가 신탁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지기로 하는 ‘책임한정특약’은 유효하다고 본 사례]

 

1. 사안

원고는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 따라 시행사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수탁받은 피고 신탁회사와 사이에 오피스텔 1세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 위 공급계약에는 피고 신탁회사(매도인)가 원고(매수인)에게 공급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책임한정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음. 위 공급계약상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도록 오피스텔이 준공되지 않아 입주가 지연되자, 원고는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피고 신탁회사에 대하여 계약금 및 위약금(분양대금의 105)을 청구한 사건임.

 

2. 법원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0가단5231440 판결)은 입주지연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제권 및 그에 따른 피고의 위약금 지급의무를 인정하면서, 공급계약상 피고 신탁사의 ‘책임한정특약’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을 설시하며, 신탁법상의 유한 책임신탁에 관한 규정을 회피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피고 신탁회사의 책임제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음.

①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수탁자가 부당한 편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
② 해당 특약의 문구가 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어 수분양자가 신탁회사와 그 특약의 내용에 대해 교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③ 위 책임한정특약이 공시되지 않음에도 그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거래상대방의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 보전처분 진행 등에 있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④ 결국 위 책임한정특약은 신탁회사가 사업주체 겸 분양자의 지위를 가지는 토지신탁 사업에서 신탁회사의 사업위험 내지 구상위험을 수분양자 등에게 전가하도록 만드는 점

나. 2심 및 대법원의 판단

그런데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2나28040 판결)은 1심과 달리 아래와 같은 사정을 지적하면서, 위 책임한정특약은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공급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피고 신탁회사의 책임이 신탁재산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피고 신탁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음.

① 본건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신탁등기의 일부로서 공시된 점,
② 피고 신탁회사가 공급계약상 매도인으로서 부담하는 책임은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에 한정된다는 위 책임한정특약은 공급계약 내용의 일부로서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신탁법의 개정(2011. 7. 25. 법률 제10924호)으로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신설되었다고 하여 수탁자와 제3자 사이의 개별적인 책임한정특약이 금지된다거나 그러한 특약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원고는 이러한 특약 등을 포함한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그 조항을 자세히 읽고 설명을 들어 이해하였고 위 계약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계약서에 자필로 기재한 점

대법원 역시,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이러한 약정도 유효하고, 신탁법이 유한책임신탁을 도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약정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이 부분 상고를 기각함.

 

3. 본 판결의 의의

과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797 판결에서는 “구 신탁법(2002. 1. 26. 개정, 제6627호) 제48조 제3항에서 수탁자가 경질된 경우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신수탁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신수탁자가 전수탁자의 채무를 승계하되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취지이므로, 그 경우 채권자의 신수탁자에 대한 이행판결 주문에는 신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집행력을 제한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의 한도에서 지급을 명하는 취지를 명시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음.

그렇지만 이후 하급심에서 분양계약상 책임한정특약을 이유로 한 신탁회사의 책임제한 이 판결주문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음. 참고로, 대상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4다204986 판결에서는 이행판결의 주문에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이 있다는 취지를 표시하지 않은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23. 12. 8. 선고 2022나2018134 판결)에 대하여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하였음.

따라서 대상판결 및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4다204986 판결은 현행 신탁법하에서도 책임한정특약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이행판결의 주문에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지급을 명한다’는 취지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다만, 신탁회사로서는 신탁계약상 본건과 같은 책임한정특약을 두고 있는 경우, 향후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신탁부동산에 대한 분양계약 등 거래 상대방에게 책임한정특약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해당 계약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계약서에 자필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