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및 사업보고서의 중요 사항 부실 기재와 회계법인 부실 감사로 인해 사채권의 가치평가를 그르쳐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안에서, 손해액은 사채권 매입 시점을 기준으로 사채권 매입 대금과 실제가치(부실 기재가 없었다면 형성되었을 가액) 간의 차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사채 매수 후의 이자 수령이나 출자전환 등 후발적 사정은 원칙적으로 손해액 산정이나 손익상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

상장법인 ㈜○○○(이하 ‘피고 회사’)는 2010~2015 회계연도 동안 매출액과 자산을 과대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하고,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하 ‘피고 회계법인’)은 감사를 부실하게 하여 ‘적정의견’으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함.

원고는 피고들의 허위 공시를 신뢰하여 피고 회사가 발행한 사채(이하 '이 사건 사채')를 매수함.

이후 피고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고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는 피고 회사 및 피고 회계법인에게 과징금 및 업무정지 처분을 부과함. 그리고 피고 회사의 사채권자집회에서 만기 연장, 이자율 인하, 출자전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짐.

원고는 피고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사업보고서 및 피고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가 허위로 기재된 것을 신뢰하여 사채를 매수하였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함.

 

2. 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함.

  • 피고 회사 및 피고 회계법인은 증권신고서·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의 허위 기재로 인하여 원고의 투자 판단을 그르치게 한 불법행위 책임이 있음.
  • 손해액은 사채 매입 당시의 매수가격에서 ‘허위 기재가 없었을 경우의 실제 가치(정상가격)’를 공제한 금액으로 산정해야 하며, 이는 사채 매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
  • 사채 매입 이후 이자 수령, 출자전환 등으로 일부 자금을 회수했더라도 이는 후발적 사정에 불과하여 손해액 산정에 영향을 주는 사정이나 손익상계의 대상이 되지 않음.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고를 모두 기각함.

가. 관련 법리

  • 손해액 산정 기준 : 증권신고서 등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로 사채권 매입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손해액은 사채권의 매입 대금에서 부실 기재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사채권의 실제 가액을 공제한 금액임. 이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인 사채권의 매입 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함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90647 판결 등 참조).
  • 손익상계 요건: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① 손해배상책임의 원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어야 하고, ②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③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함.

나. 구체적 판단

  • 원고의 손해는 이 사건 사채를 고가에 매입한 시점에 이미 발생함. 사채 투자자가 사채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액(예: 만기 상환금, 이자)은 사채 매입이라는 불법행위의 원인이 된 행위(부실 기재 공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손해액에서 공제하거나 손익상계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지지함.

 

4.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본 판결은 분식회계 등 증권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은 '매수 시점'이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함. 다시 말해 가치평가를 그르친 사채권 매입으로 인한 손해액은 ‘투자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사후적인 회수나 회생절차상의 출자전환 등의 사후적 사정은 불법행위와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득이 아니므로 손해액 산정에 영향을 주거나 손익상계로 공제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음.
  •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자료의 작성 및 감사보고서 제출 시 회계투명성 확보와 주의의무 이행을 충실히 해야 하며, 회계법인 역시 공시서류를 부실검토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함.
  • 투자자는 손해액 산정을 위해 소송 시점의 주가나 채권 가격이 아닌, 매수 시점의 가치 하락분을 손해로 주장하고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함. 따라서 매입 시점의 사채의 실제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감정 결과 등)를 확보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임을 인지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