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에 의한 비대면 대출에 있어서 제3자가 명의를 도용하여 대출을 신청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당시의 기술적 수준과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본인확인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하였다면, 전자문서법이 정하고 있는 ‘수신자가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명의 도용에 의한 대출 신청이라도 그 법률효과가 명의인(피해자)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보아 금융기관의 책임을 부인한 사례.

 

1. 사안

원고는 자신의 딸을 사칭한 제3자의 요청에 따라, 운전면허증 사진, 은행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제공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였음.

이후 제3자는 원고 명의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 원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피고 은행의 비대면 대출 절차를 통하여 대출을 받았음.

원고는 원고 명의로 작성된 신용대출 신청확인서는 원고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작성한 것이고 또한 피고 은행이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대출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대출금 상환의무 부존재확인을 구함.

피고 은행은 실명확인증표 사본인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기존계좌 인증 등 모든 법정 본인확인절차를 거쳤고, 원고 명의로 전자서명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계약이 유효하다고 다투었음.

 

2. 원심의 판단(수원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나97362 판결)

원심은 명의 도용자가 권한 없이 체결한 대출 약정이라도, 피고 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 관련 의무사항 및 권고사항을 다수 이행했으므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함. 따라서 수신된 전자문서(대출 신청 확인서)의 효력은 명의인인 원고에게 유효하게 귀속되며, 원고의 주장에 따른 허위 정보 기재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방식의 부적정성만으로는 은행이 문서가 원고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함.

가. 관련 법리

  •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은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는 경우” 중 하나로 제2호에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자문서의 경우 작성자의 의사에 기하여 작성되고 송신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전자문서 송신 과정에서 확인된 외관에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전자문서를 통한 전자거래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가 송신되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됨.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신자가 시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 또는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성격이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함.
  • 즉, 수신자가 수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 기술 수준과 관련 법령 기준에 비추어 적절한지, 거래의 특성상 다단계 인증을 통한 신원 확인 노력을 다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임.

나. 구체적 판단

  • 피고 은행은,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으로서 원고의 운전면허증이 찍힌 사진 파일을 제출받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한 운전면허증 진위확인, ② 원고 명의로 다른 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기존계좌에 1원을 이체한 후 위 계좌의 입금자명으로 확인된 인증번호를 통한 인증, ③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④ 원고 명의 공동인증서를 통한 인증, ⑤ 원고의 신용정보 조회 및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확인 등 복수의 본인확인절차를 거친 후 원고 명의의 전자서명을 받은 점을 살핀 후, 피고 은행이 수행한 이와 같은 본인확인절차는 원고 명의로 작성된 신용대출 신청확인서가 원고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것이라고 보았음.
  • 특히 대출 신청 시 제출된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이 사전에 촬영된 것이라 하더라도, 행정안전부 신분증 진위확인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검증되는 구조상 실시간 촬영과 실질적 차이가 없으므로, 본인확인절차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음.
  • 피고 은행이 수행한 절차는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가 요구하는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송신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정도로 적정하므로,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됨.

 

3.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본 판결은 전자문서에 의한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명의도용이 발생한 경우 거래의 유효성과 금융기관의 책임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하였음.
  •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가 정한 “수신자 신뢰에 있어서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단일 인증수단의 결함 여부가 아니라 여러 인증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함을 분명히 함.
  •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실명확인·공동인증·기존계좌인증 등 복합적 본인확인체계를 구축하고 본인확인절차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법적 방어의 핵심임을 유념해야 할 것임.
  • 한편 고객이 개인정보를 스스로 제공하여 발생한 피해의 경우, 은행이 법령상 정당한 본인확인절차를 모두 거쳤다면 대출계약은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과도한 책임 부담을 완화한 의미가 있음.
  • 금융소비자로서는 휴대전화 원격 제어 앱 설치 또는 개인정보(신분증 사본, 계좌 비밀번호)를 절대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