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의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과세관청의 징수처분이 실체법상 위법하더라도, 그 하자가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중대하고 명백한 '당연무효' 사유에 이르지 않는 한, 납세자는 행정소송을 통해 해당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곧바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과세처분에 대한 올바른 불복 절차의 중요성을 명확히 한 사례.
1. 사안
원고 은행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융거래자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금융거래를 하였고, 금융거래자에게 이자·배당 지급 시 소득세법상 일반세율(14%)을 적용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이를 납부하였음.
이후 피고(대한민국, 남대문세무서장)은 일부 계좌가 사후에 차명계좌로 밝혀지자 해당 계좌의 소득은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른 차등세율(90%) 적용대상이라며 그 차액에 대한 납부고지(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따라 세액을 납부한 후, 처분이 위법하여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계좌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계좌명의자의 실지명의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설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출연자와 예금명의자가 상이한 차명계좌에 해당함을 전제로 살펴보더라도, 출연자가 예금명의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는 경우인 이른바 ‘단순 차명거래’를 넘어서 예금계약상의 당사자를 자기 자신으로 정하는 이른바 ‘합의 차명거래’에 해당한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은 금융실명법 제5조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그러므로, 이 사건 계좌는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당연무효이므로, 이에 따른 원고의 납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종전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 법리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면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은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함.
가. 관련 법리
(1)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임.
(2) 이와 같은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그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이하 ‘출연자 등’)의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함.
(3)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그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그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함.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위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함(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4) 조세의 과오납이 부당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이어야 함.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경우에는 항고소송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부당이득이 되지 않음(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28000 판결 등 참조). 원천징수 세액에 대한 납부고지는 징수처분의 성격을 갖지만, 이에 불복하고자 할 경우 그 하자가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징수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곧바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는 없음(대법원 1974. 10. 8. 선고 74다1254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처분은 부과처분이 아닌 징수처분의 성격을 갖고, 그 근거가 된 금융실명법 제5조 적용에 관한 판단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납부금이 곧바로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님. 그러므로, 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당이득이 성립함.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인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여기에는 부당이득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 금융실명법 하에서의 예금계약 당사자 확정과 관련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로 보아야 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당사자로 보는 것은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예금계약 관여자들 사이에 그에 관한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고 그 인정 역시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판결임.
-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원천징수 세액에 대한 과세관청의 납부고지(징수처분)에 법률 해석의 오류 등 하자가 있더라도, 행정행위의 공정력 원칙상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납세의무자는 행정소송을 통해 그 효력을 다투어야 함을 명확히 하였음. 즉, 징수처분에 취소사유의 하자가 있는 경우,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재확인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