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제출명령으로 확보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정보를 관련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에 증거로 제출한 행위는,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 또는 방어권 행사를 위한 것이라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하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
1. 사안
피고인 1(회사 대표이사)과 피고인 2(변호사)는 피고인 1이 제기한 주식 양수도 계약 관련 민사소송(제1 민사사건) 과정에서,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상대방 회사(공소외 2)와 그 관계자(공소외 3)의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함.
피고인들은 이 거래내역을 제1 민사사건의 심리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공소외 3 등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 사건과 별개의 민사소송(제2, 3, 4 민사사건, 사해행위취소, 가처분 사건 등)에 증거자료로 제출함.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및 구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기소함.
2. 원심의 판단
- 원심은 피고인들이 구 금융실명법 제4조 제4항의 ‘거래정보를 알게 된 자’ 및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봄.
- 또한 피고인들이 제1 민사사건의 목적을 벗어나 다른 사건들에 해당 정보를 제출한 것은 금융거래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한 것에 해당하며, 이를 정당행위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함.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의 금지규정 수범자에는 해당하지만, 그 행위의 위법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간과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하였음.
가. 관련 법리
- 수범자 인정: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통해 거래정보 등을 알게 된 소송 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은 구 금융실명법 및 구 개인정보 보호법상 ‘목적 외 이용 금지’ 규정의 수범자에 해당함.
- 정당행위 법리: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여 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했더라도, 그 행위가 재판절차에서 소송상 주장을 증명하거나 수사절차에서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3673 판결 참조). 정당행위 여부는 정보 수집 경위, 제출 목적, 제출 상대방, 정보의 성격, 침해되는 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
나. 구체적 판단
- ①피고인들은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거래내역 등을 '적법하게' 취득했고, ② 피고인들이 공소외 3 등과의 다른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에서 해당 거래내역을 제출한 것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 해제의 정당성과 상대방의 사기 혐의 등을 소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소송행위 및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함. ③제출된 정보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필요한 증거'였고, ④정보가 제출된 곳은 법원과 수사기관으로, 각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이러한 정보가 유출 위험이 적으며, ⑤정보의 내용이 민감정보가 아니고 상대방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함.
- 따라서 피고인들이 법원 및 수사기관에 위 거래내역을 제출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함에도, 원심이 이를 부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 이 판결은 소송 과정에서 적법하게 취득한 상대방의 금융거래·개인정보를 다른 관련 사건에 증거로 사용하는 행위는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하지만, 무조건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위법성 조각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 특히 정보 취득의 적법성, 사건 간의 실질적 관련성, 증거로서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명확히 함.
- 이 판결에 따르면, 기업들은 민사 분쟁이나 형사 사건 대응 시, 법원을 통해 확보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 또는 개인정보를 일정한 요건 하에 관련성이 인정되는 다른 소송이나 수사 절차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됨.
- 단,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출되는 정보를 주장 증명 또는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여야 하며, 제출되는 정보에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거나 정보 제출로 인해 정보 주체에게 현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 성립이 부인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