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있어서 법원은 당사자 주장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고,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그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며, 국제사법이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계약의 준거법을 외국법으로 선택했다면 그 외국법에 따라 계약의 효력과 해제  가능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한 사례.

 

1. 사안

원고는 피고와 함께 캄보디아 법에 따라 설립된 소외 회사를 통해 식품제조·판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하기로 하고, 피고에게 소외 회사의 사업자금을 제공하고 사업수익을 배분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소외 회사의 사업자금을 지급함.

이 사건 계약에는 ① 소외 회사의 연 수익금 중 25%를  원고에게 배분하되, 사업 수익이 없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매월 2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하고, ②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소외 회사가 해산 및 청산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잔여  재산의 50%를 지급하며, ③ 계약상 다툼에 관한 관할은 대한민국 법원으로 하되, 계약상 권리·의무는 캄보디아 법을 준거법으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됨.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소외 회사가 사실상 폐업상태가 되자,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투자금 전액의 반환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다면 매월 200만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함.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이유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 모두를 기각함.

  • 주위적 청구(해제 및 원상회복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은 금전, 물품, 노하우 등을 상호 출자하여 이익을 공유하기로 한 동업계약으로, 해제권 유보 특약이 없는 한 원상회복을 전제로 한 계약해제는 허용되지 않음.
  • 예비적 청구(매월 200만원의 최소수익금 지급 청구)에 관해서도,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잔여재산 분배조항, 즉,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소외 회사가 해산 및 청산되는 경우 잔여재산의 50%를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는 것 등을 근거로, 원고가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직접 피고에게 매월 최소 수익금 200만 원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함.

가. 관련 법리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사법’이라  한다) 제1조가 “이 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원칙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하여야  함.
  • 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그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함. 따라서 법원은 준거법 관련 주장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음.
  • 구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는 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음.

나. 구체적 판단

(1) 준거법 관련

  • 이  사건 계약은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되어 있고, 캄보디아 법에 따라 설립될 회사에 의해 수행될 예정이었으며,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캄보디아 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하였으므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함.
  • 따라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될 캄보디아 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심리·조사하고 그에 기초하여  원고의 부당이득금 청구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함.
  • 캄보디아 민법 제407조, 제409조, 제411조는 계약 위반 시 해제 및 원상회복의무를 인정하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캄보디아 법의 내용만으로는 원심이 판단한 것처럼 동업계약 해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음. 오히려 원심은 동업계약 해제를 둘러싼 캄보디아 법의 내용을 충분히 심리, 조사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 민법상 조합계약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였다는 의문이 듦.

(2) 이 사건 계약 상 최소수익금 지급 조항 해석 관련

  • 이 사건 계약상 사업수익이 없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매월 200만 원을 수익금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음. 원심이 든 잔여재산 50% 지급 조항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소외 회사가 해산하여 청산되는 경우의 배분에 관한 조항일 뿐 위 최소  수익금 지급 조항을 배제하는 조항으로까지 해석되지는 않음.
  • 따라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수익 배분의 종료 사유가 발생할 때까지는 위 최소  수익금 지급 조항에 따른 수익금이 계속 지급되어야 함.
  • 요컨대 이 사건 계약서상 ‘해산  시 잔여재산 분배’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월 최소수익금  지급’ 조항을 배제할 수 없음. 두 조항의 관계 및 효력  역시 준거법인 캄보디아 법에 따라 해석해야 함.
  • 원심의 판단에는 계약의 해석 및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4.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본 판결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의 경우,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함. 다시 말해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법원이 해당 외국법의 구체적  내용까지도 당연히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는 것까지 분명히 하였음.
  • 국제사법상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해외 사업·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준거법 선택 가능성이 있고, 그 선택에 수반되는 법적 규율의 내용과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통해 준거법 선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음.
  • 이는 기업이 외국법 전문 법률 자문을 미리 확보하고, 계약 체결 시 외국법에 따른 법률관계의 내용을 명확히 해두어야 국내 소송 진행 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함.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외국법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입증 자료(전문가  의견서 등)를 준비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