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관재인이 권리변동의 성립요건인 '등기행위'를 부인했더라도 그 원인행위인 '출연행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수익자는 부인등기가 되기 이전까지 해당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정당한 권원이 있으므로,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
1. 사안
채무자 회사(이하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피고 재단법인에게 부동산을 출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는데, 이후 채무자의 파산관재인(원고)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에 따른 등기부인 청구로 위 소유권이전등기 (이하 ‘이 사건 등기’)만을 부인하는 판결을 받아 피고 명의의 이 사건 등기를 부인하는 내용의 등기(이하 ‘이 사건 부인등기’)가 마쳐진 후,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시점부터 이 사건 부인등기가 마쳐진 전날까지 부동산을 점유·사용한 것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사안임.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등기행위만이 부인되었을 뿐 그 원인행위인 출연행위는 부인되지 않고 유효하게 존속하는 이상, 피고에게 해당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 점유·사용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
가. 관련 법리
(1) 파산관재인의 제3자성과 대항 가능성
파산채무자가 파산 선고 전에 상대방과 형성한 법률관계는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 아니며 (파산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의 실질적 법률관계에 따라 채무의 소멸을 파산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4다68366 판결 참조), 이는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2) 등기행위 부인의 특수성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에 따라 권리변동의 성립요건인 등기행위만을 부인하더라도, 그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이 사건의 경우 ‘출연행위’)의 효력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님.
권리변동의 원인행위가 유효하고 등기행위만 부인된 경우, 그 등기행위로 소멸하였던 상대방의 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부인권이 행사된 때로 소급하여 부활함.
(3) 부인권 행사 후 이행불능
다만,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ㆍ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42020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75321 판결 등 참조), 파산관재인이 소로써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이 사건 부인등기까지 마쳐진 경우, 파산관재인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됨.
(4) 점유·사용권
토지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토지를 인도받은 때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 이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음. 따라서 매도인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대법원 1996. 6. 25. 선고 95다12682, 12699 판결,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
재단법인이 출연행위 등의 효력으로 이미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 적법하게 점유·사용하고 있는 중에 등기행위의 부인으로 출연행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됨. 즉, 원인행위가 유효한 이상 재단법인은 계속하여 적법하게 점유·사용할 권리를 보유함.
나. 구체적 판단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된 이후 원고에 의하여 이 사건 등기행위에 관한 부인권이 행사되었더라도, 권리변동의 원인행위인 이 사건 출연행위가 부인되지 않은 이상 피고는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을 구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출연행위의 이행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았던 피고는 여전히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음.
다만 원고가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나아가 그 부인등기까지 마쳐졌다면, 이로써 피고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되고 피고는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시가에 상당하는 액수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게 되므로, 그때부터 피고는 더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수 없을 뿐임.
따라서 피고의 점유는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음.
4.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파산절차에서 파산관재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의 원인행위는 그대로 둔 채 그 등기행위만을 부인한 경우, 상대방의 법적 지위와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 즉, 등기행위가 부인되어 소유권 등기명의가 파산재단으로 복귀되더라도, 그 원인행위(매매, 증여, 출연 등)가 유효한 이상 상대방은 그 원인행위의 효력에 기해 부인판결 확정 및 부인등기 경료 전까지는 해당 부동산을 적법하게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였음.
이에 따라 파산관재인은 이러한 경우 상대방에게 과거의 점유·사용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됨. 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부인판결 확정 및 부인등기 시점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고, 이때부터는 점유할 권리를 상실하는 대신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파산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됨을 확인한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