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인격권) 침해가 될 수 있으나, ‘동의 없는 녹음행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고 볼 수는 없고, 침해방법의 부당성(기망·협박 등) 또는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 2차 이용 여부,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의 피해 정도를 종합하여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

본 사안에서는 회사 측이 폐점 및 갱신거절 통지 과정에서 분쟁 예방·증거 확보 목적으로 녹음하였고, 녹음물을 노동위원회·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었을 뿐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법성이 부정됨.

 

1. 사안의 개요

피고 A 자산운용사(이하 ‘피고 회사’)는 부산 지역에 오프라인 영업을 위한 영업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원고는 해당 영업소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근무하였음. 이후 피고는 영업소 폐점 방침을 정하고, 피고 B(부서장)가 원고에게 갱신 없이 종료될 것임을 통지하였음.

이 과정에서 피고 B는 영업소 사무실에서 원고와의 대화(폐점, 확인서 관련) 내용을 원고 동의 없이 2회에 걸쳐 녹음하였음.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i)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침해, (ii) 동의 없는 녹음으로 인한 음성권 침해(불법행위)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i)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ii) 동의 없는 녹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본건 녹음행위는 원고가 수인해야 할 범위 내에 있어 음성권 침해의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음.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함.

 

3. 대법원의 판단: 상고기각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음1

가. 음성권의 법적 성격 및 기본 원칙

음성권은 “자기 음성이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재생·복제·방송·배포되지 않을 권리”로서, 이는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보장되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므로, 상대방 의사에 반한 녹음이나 녹음물의 방송·배포는 원칙적으로 음성권 침해가 될 수 있음.

나. 위법성 판단구조

(1) ‘동의 없는 녹음’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님
민사소송에서 동의 없는 녹음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기존 판례), 실체적 진실 보존·자기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 녹음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의 없는 녹음 사실만으로 음성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음. 그러나 아래와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

(2) 동의 없는 녹음행위의 위법성 판단 요소

  • 침해방법의 부당성: 상대방의 명시적 반대에도 기망·협박 등으로 녹음하는 경우
  • 동의 없는 2차 이용: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배포하는 등의 경우
  •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필요성 vs. 피해의 성질·정도의 비교형량

다.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① 녹음 과정에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반대했음에도 기망·협박으로 녹음한 사정은 없다는 점, ② 영업소 폐점 및 계약 갱신 불가 통지 과정에서 분쟁 예방 및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 ③ 대화 내용은 갱신 거절 통지 취지에 불과하여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내용이 아니고,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 ④ 녹음파일/녹취록은 노동위원회·법원에 분쟁 관련 증거로만 제출되었고, 방송·배포 등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 ⑤ 피고들은 원고와의 분쟁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성격과 판단 절차에 비추어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제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는 수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녹음행위의 위법성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유지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동의 없는 녹음 = 자동 위법”이 아니라, ‘위법성’은 사안별 형량에 따름
기업 내부 분쟁(노무, 계약, 분쟁 대응)에서 증거 확보 목적의 녹음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 판결은 위법성 판단 프레임(방법의 부당성·2차 이용·형량)을 명확히 정리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기준점을 제공함.

기업의 실무 가이드(리스크 최소화 포인트)

  • 녹음 필요성이 있다면, 가능하면 사전 고지·동의를 받는 것이 최선
  • 동의가 어렵더라도, 기망·협박 등 부당한 방법으로 녹음을 강행하지 말 것(명시적 반대가 강한 경우 특히 주의)
  • 녹음물은 목적 외 사용(방송·배포 등)을 철저히 제한: 내부 공유 최소화, 외부 제출은 공적 판단기관(노동위원회/법원 등) 제출 범위로 한정
  • 녹음 대상 대화의 범위를 업무 관련 최소 범위로 통제(사적·내밀 영역 회피)
  • 분쟁 대응 목적이라면, 녹음보다 서면 확인, 이메일/메신저 기록화, 회의록·확인서 등 대체 수단을 병행

 

1 이하에서는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위주로 살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