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경매개시결정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하지 않아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코스닥 상장법인인 A 주식회사의 주주들, 피고들은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재직하였던 사람들임. B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 소유의 공장용지 등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4. 12. 15. 경매개시결정(이하 ‘이 사건 각 임의경매개시결정’)을 받았고, 그 개시결정문이 2014. 12. 16. A 주식회사에 송달되었음.

A 주식회사는 2015. 1. 6.에야 이 사건 각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는 내용의 공시를 하였고, 2015. 1. 7.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음. A 주식회사는 2015. 1. 28. 위와 같은 경매 관련 공시불이행을 이유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었음.

원고들은 위 경매개시결정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의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하여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사유에 해당하는데, 피고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기간 내에 이를 공시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청구 일부인용

원심은, 이 사건 각 임의경매개시결정은 A 주식회사 회생신청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이고 그 자체로 법인의 경영ㆍ재산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함에도 피고들이 고의ㆍ과실로 이를 관련 법령에 따른 기간 내에 공시하지 아니함으로써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파기·환송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음.

  • 첫째, 자본시장법 제정 전 구 증권거래법 하에서는 상장유가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모두에 신고하여야 했으나,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의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상대방은 금융위원회만으로 규정되어 있음.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제도는 자본시장법 제정 시 기존의 수시공시 항목 중 특별히 중요한 사항들을 분리하여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하고 그 밖의 사항들은 자율 규제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기업이 이중으로 공시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한 것이므로,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이러한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
  • 둘째,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자본시장법 제429조 제3항 제2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음(자본시장법 제446조 제28호). 구 증권거래법 제186조 제1항 제6호를 위반한 경우 5백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만 가능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형사처벌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이러한 점에서도 구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엄격하게 해석함이 타당함.
  • 셋째, 만약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의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에 '증권에 관한' 소송 외에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모든 소송이 포함된다면,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법인 스스로 그러한 소송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서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야 함. 그런데 '중대한 영향'이라는 문언은 그 자체로 일의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명확하게 해석되기도 어려우므로 그 해석에 따른 위험을 제출의무자인 법인이 부담하게 되고, 결국 법인으로서는 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법인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된 모든 경우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움. 당초 주요사항보고서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결과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음.
  • 나아가 위와 같이 해석해야 한다면,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사유로 제1 내지 8호의 사유 외에 제9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실이 발생한 때'라고 정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면서 굳이 그 전단에서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야 함을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음.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의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67조 제1항 제2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증권에 관한 소송만을 의미하고, 그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음.

따라서 이 사건 각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고 하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의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A 주식회사가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음.

결국 원심이 이 사건 각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면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함을 전제로 피고들의 공시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것은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의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을 '증권에 관한 소송'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회사 부지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과 같이 해당 회사의 증권(주식)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이 아닌 경우에는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음.

대상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정 시 주요사항보고서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특별히 중요한 사항만을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하여 기업의 이중 공시의무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었음을 확인하고,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사유를 확대 해석할 경우 법인이 과도한 공시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음.

상장법인의 이사들은 대상 판결을 통해 회사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과 같이 회사의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증권에 관한 소송'에 해당하지 않는 한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이사의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의미를 가짐.

다만, 대상 판결이 회사 보유 주요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시 공시의무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며, 거래소 규정에 따른 수시공시 의무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으므로, 상장법인은 자율규제 차원의 공시의무를 별도로 검토하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