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가 금지되는 '대리인'은 민법상 대리인에 한정되지 않고, 상장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임에 따라 그 법인을 위한 의사로써 해당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을 포함하며, 중개·알선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법인의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였다면 대리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14년 말쯤부터 코스닥에 상장된 A 주식회사의 설립자인 C로부터 A회사를 위한 투자자 또는 인수자를 물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무렵 알게 된 중국계 미국인들을 연결시키는 한편, A회사의 설립자 C 등과 함께 중국 자본 투자 등과 관련된 의사연락 및 교섭 업무를 해왔음.
피고인은 2015년 5월 중국 회사인 B유한공사의 A회사에 대한 투자 및 경영권 인수조건에 관하여 의사연락을 하였고, 2015. 5. 18.경 B유한공사 회장과의 2015. 5. 25. 중국 면담 일정을 확정하고 투자 및 경영권 인수조건을 사실상 확정한 2015. 5. 22. 서울 협상에도 참여하는 등 경영권 양수도 및 신규투자 유치와 관련하여 A회사의 대리인으로 활동하였음.
피고인은 코스닥 상장법인인 A회사의 대리인 지위에서 합창단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 등 3인에게 A회사가 중국 투자자와 사이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다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전달하여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였다는 자본시장법위반의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됨.
2. 원심의 판단: 무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음. 원심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음.
첫째, 구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제1호의 '대리인'은 민사법상 '대리인', 즉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그의 이름과 계산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그에 따른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제3자'와 동일하게 해석해야 하고, 피고인은 A회사의 대리인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둘째, 설령 피고인을 A회사의 대리인으로 본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 등 3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파기·환송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에 대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제1호의 '상장법인의 대리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음.
가. 피고인이 대리인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하여 처벌되는 대리인은, 행위의 형식이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상장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임 내지 위탁에 따라 그 법인을 위한 의사로써 해당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이고, 반드시 해당 법인으로부터 법률상 대리권을 수여받아 법인을 위하여 의사표시를 하고 그 효과를 직접 법인에게 발생시키는 민법상 대리인에 한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음.
따라서 상장법인의 계약 체결을 중개 또는 알선한 경우에도 단순히 상장법인과 그 상대방 사이의 계약 체결을 돕기 위해 양 당사자를 소개하는 행위를 넘어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 또는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상장법인을 위하여 계약 조건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협상에 관여하는 등으로 해당 법인의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였다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및 전달행위가 금지되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제1호의 대리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이 A회사 내에서 어떠한 직함을 가지거나 명시적으로 투자 유치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보유한 A회사의 주식 현황, A회사의 중국 투자 유치에 관여한 정도, 이 사건 투자협상 과정에서 피고인이 보유한 A회사 주식도 함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여 매수하겠다고 제안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A회사에 중국 투자자를 단순히 소개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투자 유치 또는 투자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A회사로부터 묵시적인 위임을 받고 A회사를 위해 중국 측 투자자와의 협상에 관여하는 등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제1호의 대리인으로서 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음.
나. 미공개중요정보의 생성 시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미공개중요정보란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하고, 당해 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법인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면 거기에 일부 외부적 요인이나 시장정보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음.
나아가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실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그 정보의 중대성과 현실화될 개연성을 평가하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면 중요정보로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
원심은 2015. 5. 22. 서울에서 이루어진 협상 당시 중국 투자자의 A회사에 대한 투자조건이 사실상 확정되었으므로 그 무렵 미공개중요정보가 생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나, 대법원은 그와 같이 구체적인 투자조건이 확정되기 전의 정보가 미공개중요정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음.
피고인의 중국 투자 유치 관여는 그 이전부터 상당한 기간 계속하여 이루어져 왔고, 곧바로 투자 유치가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투자조건에 대한 교섭이 꾸준히 있었으므로, 서울에서 협상이 이루어진 2015. 5. 22. 이전 피고인으로서는 적어도 머지않은 시점에 중국 투자 유치가 성사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음.
다. 피고인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전달하여 이용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 등 3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이용하게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음.
첫째, 피고인과 ○○○ 등 3인은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동호회에서 만나는 사이로서, 위 3인은 피고인으로부터 평소 A회사가 유망한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음. 또한, A회사의 투자에 관한 서울 협상이 이루어지기 불과 나흘 전 월요일인 2015. 5. 18. 및 그로부터 2주 후 월요일인 2015. 6. 1. 피고인과 위 3인이 합창단 모임에서 만났으므로, 이 기회에 미공개중요정보의 제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함.
둘째, 위 3인의 A회사 주식 매수는 서울 협상이 이루어진 당일부터 정보의 공시가 이루어지기까지 약 20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특히 여유자금뿐만 아니라 회사로부터 차입금이나 대출금을 이용한 투자였던 반면, 그와 같이 단기간에 다량의 주식 매수에 나선 이유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가 금지되는 '대리인'의 개념을 민법상 대리인보다 넓게 해석하여, 상장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임에 따라 그 법인을 위한 의사로써 해당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을 포함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음. 이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해석임.
대상 판결은 상장법인의 계약 체결을 중개 또는 알선한 경우에도 단순한 소개를 넘어 실질적으로 법인을 위하여 계약 조건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협상에 관여하는 등 해당 법인의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였다면 자본시장법상 대리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음. 이는 형식적인 명칭이나 지위가 아닌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임.
대상 판결은 미공개중요정보의 생성 시점과 관련하여,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실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그 정보의 중대성과 현실화될 개연성을 평가하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면 중요정보로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음.
기업 및 금융기관은 본 판결을 통해 중요한 투자 유치나 M&A 협상 과정에서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경우, 그 외부 인사가 단순한 소개자나 중개인의 역할을 넘어 실질적으로 법인을 위하여 협상에 관여하거나 조언을 제공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대리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함.
또한 중요한 투자 유치나 M&A 협상 과정에서 정보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협상에 관여하는 모든 인사에 대하여 미공개중요정보의 관리 및 이용 금지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여야 하며, 특히 외부 인사가 실질적으로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들도 자본시장법상 대리인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