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직원이 위조 또는 허위로 작성한 은행조회서를 신뢰하여 증권예탁증권을 인수한 증권회사의 손해는 인수대금 지급일에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는 그날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중국 X공사는 2010년경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원주로 하는 증권예탁증권(이하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을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였음. Y증권회사는 대표주관회사로, 원고 A, B, C 증권회사는 공동주관회사 또는 인수회사로서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국내 상장에 관여함.

피고1, 2 은행은 '중국 X공사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계좌 잔액에 관한 은행 조회서' 등의 서류(이하 '이 사건 은행조회서 등')를 중국 X공사에 대한 감사 및 검토 업무를 진행하던 Z회계법인에게 각 제출함. Z회계법인은 중국 X공사에 대한 연결재무제표에 기재된 예금 잔액과 이 사건 은행조회서 등으로 확인되는 계좌 잔액이 99.4% 일치함을 확인하고 적정 감사의견과 검토의견을 각 표명하였음. 중국 X공사는 Z회계법인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와 검토보고서가 첨부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에 대한 상장절차를 진행하였음.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에 대한 공모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청약률이 저조하여 실권주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 A, B, C 증권회사들은 중국 X공사와 체결한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총액인수 및 모집계약에 따라 정해진 비율대로 실권주를 인수하고 2011. 1. 17. 인수대금을 납입하였음.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은 그 직후 상장되었으나, 불과 2개월 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싱가포르 원주의 거래를 일시정지 하였고, 같은 날 한국거래소도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거래를 정지하였음. 이어 중국 X공사의 싱가포르 특별감사인이 중국 X공사의 2010. 12. 31.기준 은행 잔고가 2010년도 재무제표상 기재된 11억 위안이 아니라 약 9,300만 위안에 불과하다는 감사결과를 보고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2013. 9.경 감사인의 감사의견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상장폐지를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은 2013. 10.경 상장폐지 되었음.

Y증권회사는 2015. 12. 11. 피고 1, 2 은행들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2021. 12. 30. "중국 X공사와 공모한 피고들 직원 또는 그로부터 지시를 받은 제3자에 의하여 이 사건 은행조회서 등의 위조 또는 허위 발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들은 민법 제756조에 따라 공동하여 Y증권회사에 이 사건 은행조회서 등의 위조 또는 허위 발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됨.

이에 원고 A, B, C 증권회사들은 2021. 10. 13. Y증권회사 사건과 동일한 사유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피고 1, 2 은행들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청구 기각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을 인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한 2011. 1. 17.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소는 그때부터 10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21. 10. 13.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음.

  • 피고들의 피용자인 직원들이 위조 또는 허위로 작성한 이 사건 은행조회서 등을 바탕으로 중국 X공사의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Z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등이 작성되었고 그것이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에 첨부되었음. 중국 X공사의 은행잔고, 즉 현금자산이 얼마인지 여부는 중국 X공사가 발행한 싱가포르 주식을 원주로 하는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인수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함. 그와 같이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기재로 원고들은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가치평가를 그르쳐 최종적 인수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인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들은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실제가치보다 높게 산정된 인수대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을 취득하는 손해를 입었음.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는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 인수대금을 지급한 날인 2011. 1. 17.에 곧바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이때부터 진행된다고 할 것임.
  • 원고들이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을 인수한 이후에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의 거래가 정지되었다고 하여 그 실제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또 중국 X공사로부터 워런트를 부여받은 것은 원고들의 손해가 사후적으로 일부 회수 또는 보전된 것에 불과하여 손해액을 산정할 때에 고려되면 족한 여러 사정 중의 하나일 뿐임. 이러한 사정들 때문에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 인수에 따른 원고들의 손해 자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거나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음.
  •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가 이 사건 증권예탁증권 인수대금을 지급한 날인 2011. 1. 17.에 곧바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였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는 그날부터 진행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증권의 인수회사 또는 공동주관회사가 위조 또는 허위로 작성된 은행조회서를 신뢰하여 증권을 인수한 경우, 그 손해는 인수대금을 지급한 날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음. 이는 증권 인수와 관련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법적 예측가능성을 높인 것임.

대상 판결은 증권 인수 이후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의 사정이 발생하거나 워런트 부여 등으로 손해가 일부 회수 또는 보전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손해액 산정 시 고려할 사정일 뿐 손해 발생 시점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음.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임.

은행은 본 판결을 통해 회계법인 등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은행조회서를 발급하는 경우, 그 내용의 정확성을 철저히 확인하고 위조 또는 허위 발급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함. 은행조회서의 위조 또는 허위 발급으로 인하여 인수회사 등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은행은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

증권회사는 증권의 인수 또는 주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증권신고서 및 그 작성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허위 또는 부실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하고 관련 실사(due diligence) 절차를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그리고 은행조회서가 위조 또는 허위로 작성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인수대금 지급일로부터 10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손해 발생 후 법적 조치가 늦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