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서 해제사유를 약정한 경우 그 효력은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고, 약정해제사유가 처분문서로 작성된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분양계약의 해제조항에서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면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원고(매수인)는 2022. 1. 25. 매도인인 피고 ○○○신탁(이하 '피고 회사') 및 위탁자인 피고 2와 사이에 오피스텔 (호수 생략)호를 1,359,444,000원에 분양받는 계약(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음. 이 사건 분양계약 제2조 제3항 제2호는 "매수인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이하 '이 사건 해제조항').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1차 중도금까지 납부함. 한편 피고 회사는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5호의2, 제5호의3에서 분양 광고에 포함시키도록 정한 내진성능 확보 여부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용도지역·용도구역 등에 관한 사항을 분양 광고 내용에 포함시키지 아니하였고, 2024. 12. 18. 서초구청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하여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았음.
원고는 피고 회사가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해제조항에 기한 약정해제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며, 분양대금의 반환을 청구함.
2. 원심의 판단:
원심(서울중앙지법 2025. 8. 27. 선고 2024나70595 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해제조항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피고 회사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그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거나 원고가 이러한 위반사실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에 이르지 못한 경미한 위반사항으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해제조항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3.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음.
- 첫째, 계약에서 해제·해지 사유를 약정한 경우에 그 약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효력은 그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됨. 약정해제사유가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된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
- 둘째, 이 사건 해제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가)목에서 '분양사업자가 분양대상 건축물과 관련하여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가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사항'을 분양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함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한 것임.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는 없음.
- 셋째, 이 사건 해제조항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매수인은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여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음. 이 사건 해제조항의 문언상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사항이 당사자의 계약체결 의사, 계약의 목적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해제권의 발생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움.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 해제조항이 처분문서로서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한 경우, 법원이 위반사항의 경중 등을 추가로 고려하여 해제권 발생 여부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음.
건축물분양법령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의 해약권을 분양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위반사항이 경미하더라도 약정해제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분양사업자로서는 건축물분양법상 의무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지 않도록 법령 준수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사료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