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피고 공단(발주자)은 2017. 피고 회사(수급인)에게 A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도급주었고, 피고 회사는 2018. 원고(하수급인)에게 A공사 중 토공사를 하도급하였습니다. 피고 공단, 피고 회사 및 원고는 2018. 3. 30.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피고 공단이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습니다.
피고 공단은 2019. 1. 28. 기성검사(이하 ‘이 사건 기성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그 기성대금은 약 5.15억 원(피고 회사 직접 시공분 약 1.27억 원, 하도급직불금액 약 3.88억 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한편, 이 사건 기성검사 이전까지 피고 공단에 약 3.5억 원의 피고 회사 채권자들의 압류 및 추심명령이 송달되었습니다.
피고 공단은 노무비만 먼저 지급하고(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의한 압류금지채권), 노무비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에 대해서는 집행공탁(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 변제공탁(민법 제487조 후문) 사유를 들어 혼합공탁(이하 ‘이 사건 공탁’)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공단을 상대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 청구를 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 공단은 이 사건 공탁이 변제공탁으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변제항변을 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1)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서 정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및 직접지급청구권 관련 규정에 관한 판단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은 모두, 발주자, 수급인 및 하수급인 3자간 직접지급합의를 한 경우 하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3자간 합의가 있을 경우 직접지급채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면도,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의 소멸 시점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습니다(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직접 지급 사유 발생 + 직접 지급’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직접 지급 사유 발생’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제2항에 관하여, 대법원은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에 ‘직접지급채무가 발생’하고 ‘양채무가 소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나(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64769 판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 3항에 대해서는 해석상 공백이 있었습니다.
| 건설산업기본법 | 하도급법 |
| 제35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②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1.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와 수급인 간 또는 발주자ㆍ수급인 및 하수급인이 그 뜻과 지급의 방법ㆍ절차를 명백하게 하여 합의한 경우 ③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는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
제14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①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ㆍ수리ㆍ시공 또는 용역수행을 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그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2.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ㆍ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때 ② 제1항에 따른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 제3항에 관하여, “제1호에 따른 합의를 한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더라도 발주자에게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은 해당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하며, 발주자가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제35조 제3항이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과 달리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지급 사유가 인정되면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대하여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함을 인정한 것으로, 건설산업기본법의 특별법인 하도급법의 목적과 취지를 존중하는 해석을 한 것입니다(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참조).
다만,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 따른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수급인의 제3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압류 또는 가압류 등으로 집행보전을 하였다면 그 집행보전된 채권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며(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64769 판결), 압류 및 추심명령이 발주자에게 도달한 시점까지 발생한 하수급인의 기성대금에 한하여 직접지급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이 사건 공탁이 변제공탁 요건을 갖춘 것인지에 관한 판단(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의 해석에 관한 과실 유무)
원심은 피고 공단이 수급인의 채권자들로부터 압류 통지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하도급 직불 금액을 확정하여 직접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제공탁을 한 것으로 보고, 이는 채권자가 누군지 과실없이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변제공탁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채무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공단이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① 하도급대금 직불액은 3.88억 원, 압류로 집행보전된 금액은 3.5억 원으로, 그 합계액은 이 사건 공탁 시점까지 발생한 이 사건 공사대금 5.3억 원(= 이 사건 기성대금 5.15억 원 + 준공금 등)을 초과한다. 피고 공단은 5.3억 원을 누구에게 변제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 ②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 소멸 시기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과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제2항이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피고 공단은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 발생 및 소멸시기에 관하여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 ③ 피고 공단이 압류 통지를 받은 때를 기준으로 원고나 다른 하수급인이 실제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고, 압류채권자와 하수급인의 직접청구권의 선후관계나 범위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3. 시사점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과 압류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이 경합하는 경우 발주자가 지연손해금 경감 등을 위해 공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공탁이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변제공탁 요건 불비, 공탁범위 문제 등) 변제항변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규정 차이에 따른 해석의 어려움, 압류명령이 도달한 시점에 발생한 하도급대금 특정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채권자 불확지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았는바, 실무에서 변제공탁을 하는 경우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