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1) 이 사건 건물은 상업시설(전유부분 60개)과 업무시설(전유부분 20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행사인 A가 2011. 7. 건물 전체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A는 상업시설은 B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업무시설은 C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B와 C가 합의하여 2011. 8. 30.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아래 조항을 포함한 규약(이하 ‘이 사건 규약’)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사건 규약
제15조 (집회의 종류)
④ 관리인이 없는 때에는 의결권의 5분의 1 이상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임시관리단집회를 소집할 수 있다.

제18조(의결사항)
② 관리단집회는 의결권의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다음 사항을 의결한다.
1. 관리인의 선임 및 해임

(2) 원고들은 상업시설 일부의 구분소유자이나, 이 사건 규약이 제정된 즈음에는 분양계약만 체결하였고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D는 2019. 12. 업무시설 전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구분소유자입니다(전체 의결권의 약 78% 보유).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관리단입니다.

(3) 피고는 2020. 6. 4. D의 소집에 따라 관리인선임을 위한 관리단집회를 개최하였고, 원고들을 비롯한 구분소유자(41인 중 15인, 전체 의결권의 87%)가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업무시설 구분소유자인 D 1인의 찬성만으로 E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를 하였습니다.

(4) 원고들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38조 제1항이 규약으로 ‘구분소유자 과반수’ 요건을 배제하고 의결권 요건만으로 관리인을 선임하는 결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규약 제1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은 구분소유자 과반수 요건을 배제한 것을 무효라고 주장하며 관리인 지위 무효확인을 구하였습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규약의 설정ㆍ변경ㆍ폐지)
①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서 한다. 이 경우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가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제38조(의결 방법)
① 관리단집회의 의사는 이 법 또는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의결한다.

 

2. 대법원의 판단

(1) 제1심과 원심의 판단

제1심과 원심은, 집합건물의 관리단의 의사결정방법에 대한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구분소유자 요건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정된 관리단 규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이는 관리단 규약 제정 후 구분소유자 일부가 변경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 ① 규약 제정에 관한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다61561 판결 참조). 따라서 규약 제정 당시부터 집합건물법 제29조의 요건(구분소유자 3/4 + 의결권 3/4 이상)을 갖추지 않았다면, 집합건물법 제38조 제1항과 달리 의결정족수를 정할 수 없다.
  • ② 집합건물의 규약은 강행법규에 위배되거나 구분소유자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
  • ③ 아래 사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규약은 제정 과정에서 상업시설 40개 구분소유자 의사가 배제되었고, 그로 인해 구분소유자들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어 무효이다.
    - 이 사건 규약은 상업시설 구분소유자 B와 업무시설 구분소유자 C, 즉 2명의 합의로 제정되었다. B는 시행사로부터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때까지 일시적으로만 신탁받은 것이어서 이 사건 규약과 실질적 이해관계가 없다.
    - 이 사건 건물은 제3자에게 분양할 목적으로 신축되었으므로, 원고들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규약에 관하여 실질적 이해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원고들을 비롯한 수분양자들이 소유권을 취득한 후 규약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은 구분소유자 과반수 요건을 삭제하였다. 이 사건 건물은 업무시설에 전유부분 면적이 편중되어 있어 상업시설 구분소유자들이 의결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는 구조이다. 여기서 구분소유자 요건을 폐지하고 의결권 요건으로 일원화하는 이 사건 정족수 규정에 따르면, 업무시설 구분소유자에 의해 관리단 의사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 업무시설은 이 사건 정족수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1명이 소유하고 있다. 이 사건 규약 변경을 위해서는 의결권 3/4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업무시설 구분소유자가 반대하면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을 개정할 수도 없다. 즉, 이 사건 정족수 규정은 상업시설 구분소유자의 의사반영을 영구적으로 배제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3. 시사점

대법원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집회의 의결 정족수를 규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하여, 설령 규약으로 의결정족수를 달리 정하였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규약 제정 당시 집합건물법 제29조의 요건을 갖춰 의결정족수에 관한 조항을 둔 것인지, 실질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구분소유자들의 의사에 따라 규약이 제정된 것인지 여부, 규약의 내용으로 인해 특정 구분소유자의 의사 반영이 전면 배제될 가능성이 없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여 규약을 제정∙변경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