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1) 피고 A시(발주자)와 피고 B(수급인)는 지하철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B는 하수급인인 원고와 이 사건 공사의 일부인 비개착공사(이하 ‘이 사건 하도급공사’)에 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2) 원고와 피고들은 2019. 12. 이 사건 하도급공사에 관하여, 피고 A시가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43억 원 범위 내에서 직접 지급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직불합의’)를 하였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 B는 2020. 12. 직불합의액을 48억 원으로 증액하는 직불합의서를 작성하여 피고 A시에게 제출하였으나 피고 A시는 이에 대한 날인이나 승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3) 피고 A시는 2021. 10. 피고 B에게, 피고 B가 요청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총 금액이 피고 A시의 대금 지급의무 범위를 초과하므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지하니 피고 B는 원고 등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2021. 10. 22. 재차 피고 B에게 지급보증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피고 B는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하수급인들에 대한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피고 A시에 제출하였으나 원고에 대해서는 변경된 하도급 공사금액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지급보증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지급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4) 원고는 이 사건 직불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 A시에게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 A시는 피고 B와 원고가 2020. 12. ‘직불합의액을 임의 증액함에 따라 이 사건 직불합의가 해지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i) 관계 법령 상 원사업자는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 등 공사대금의 지급보증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된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발주자에 대하여 하수급인의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ii) 피고 A시가 피고 B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통보하고 이에 따라 피고 B가 원고를 제외한 다른 수급인들에 대해 지급보증 조치를 취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직불합의는 2021. 10. 경 해지되어 실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피고 A시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합의의 묵시적 해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 ① 계약의 묵시적 합의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는 경우에만 성립하며, 이 경우에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인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이 경우 쉽사리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 ②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기존의 직접지급합의 중 아직 시공이 완료되지 않아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수급사업자가 향후 시공을 완료하더라도 그 부분 공사대금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점에 관하여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이 이 사건 직접 지급합의를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 ①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가 합의한 경우, 수급사업자가 자신이 하도급받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별도의 직접지급의 요청이 없더라도 발주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그 범위 안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도 소멸한 것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증액된 직불합의서에 피고 A시가 승인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직불합의 및 변경합의에 따른 직접 지급청구권은 기존의 직불합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실제 공사를 마친 부분에 대하여는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이 부분은 적어도 이미 발생한 직접 지급청구권 부분까지 묵시적 합의 해지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 ② 피고 A시가 2020. 12. 증액된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서에 날인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 직불합의에 따른 합의금액 변경에 관한 의사가 일치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사정일 뿐이다.
- ③ 피고 A시가 피고 B에게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더라도, 이는 변경된 하도급대금 전액에 대한 직불합의가 되지 않음에 따라 이 사건 직불합의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별도의 지급보증을 요구한 것 등으로 볼 수 있어,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직불합의의 해지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시사점
대법원은,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지급하기로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사이에 하는 합의(이른바 직불합의)와 관련하여, 하도급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명시적 내지 묵시적 합의해지는 엄격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즉,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의 제출 등의 사정만으로는 기존 직불합의의 해지가 인정될 수 없다고 하면서 (i) 이미 발생한 직접청구권 부분에 대해서는 묵시적 합의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ii) 향후 시공을 완료할 직접청구권 부분에 대한 묵시적 합의해지는 엄격히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직불약정이 해지되더라도 이미 공사가 완료된 부분에 대한 하도급대금은 어떻게 되는지, 향후 시공이 완료된 부분과 관련하여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또 어떻게 되는지 등 당사자 사이에 계약종료와 관련하여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는 사항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항들에 대한 합의까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는 한 묵시적 합의해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수급사업자의 직접청구권을 보다 두텁게 인정해주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도 이해되므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합의, 해지 및 그에 따른 지급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리를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