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고 이후 파산채무자(A)의 계약 상대방(B)이 파산채무자에 대한 채무 변제의 일환으로 파산채권자(C)에게 직접 급부를 한 사안에서, 파산채무자(A) 및 파산채권자(C)는 그 변제로써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으나,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채무자(A)의 변제수령만을 추인할 수 있고, 이 경우 파산채권자(C)는 파산관재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A는 지역주택조합(이하 '본건 조합')과 본건 조합이 공급할 아파트에 관하여 분담금 총액을 OO원으로 하는 아파트 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금융기관인 피고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아 이를 본건 조합에 분담금으로 지급함. 위 아파트 공급계약에는 ‘본건 조합은 계약이 해제된 경우 A가 납부한 분담금 중 중도금 대출을 통해 납부한 부분은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음.
이후 A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었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됨. 본건 조합의 이사회는 ‘피고 은행이 A에 대한 파산선고를 이유로 본건 조합에 대출원리금의 상환을 청구하였으므로 위 아파트 공급계약에서 정한 해제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여 A를 조합원에서 제명한다’는 취지의 결의를 한 다음, 위 계약 조항에 따라 피고 은행에 중도금 대출액 상당을 직접 지급하였음(이하 ‘이 사건 지급행위’).
이후 파산관재인인 원고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이하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에 따라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하면서 A가 본건 조합에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본건 조합은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을 해제한 후 피고에게 중도금 대출금을 변제하였고, 오히려 A에 대하여 위약금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원고의 분담금 반환 요청을 거절함.
이에 원고는 파산채권자에 불과한 피고 은행이 조합으로부터 대출금 상당액을 지급받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함.
2. 원심의 판단: 부당이득 반환청구 기각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민법 제741조의 ‘손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기각함.
원심은, ①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담금 반환채권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청구권이고, ② 본건 조합이 A에 대한 분담금 반환채무의 변제 명목으로 피고 은행에게 중도금 대출원리금을 지급했더라도 당초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분담금 반환채권)에 어떠한 변동(감소)이 생기지 않았으며, ③ 본건 조합의 피고 은행에 대한 중도금 대출원리금 지급을 실질적으로 A에게 한 변제로 보더라도 파산재단이 받은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채무자회생법 제332조 제2항), 당초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어떠한 변동이 생긴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파기·환송
가. 관련 법리
- 채무자회생법 제329조 제1항은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가 파산선고 후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하여 한 법률행위는 파산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위 규정에서 ‘파산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함은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직무를 수행하는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음을 의미함.
- 다만 파산관재인이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이를 추인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로써 그 법률행위는 파산관재인에 대해서도 유효하게 됨. 이러한 법리는 파산선고 후 채무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을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332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됨
나. 구체적 판단
- 이 사건 지급행위는 본건 조합이 이 사건 아파트 공급계약상 조항에 따라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A와 중도금 대출계약을 체결한 피고 은행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로, 이로써 ① 본건 조합의 A에 대한 분담금 반환채무 변제 및 ② A의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금 반환채무 변제가 이루어짐.
- 이 사건 지급행위는 A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에 이루어졌고 당시 본건 조합 역시 A에 대한 파산선고 사실을 알고 있었음. 그런데 ①항의 본건 조합의 변제로 A의 본건 조합에 대한 분담금 반환채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그 채권액 상당의 돈이 파산재단에 귀속되지 않고 오히려 파산절차에 의하여만 행사할 수 있는 파산채권을 보유한 피고 은행에게 지급되었음. 따라서 조합의 변제로 인해 파산재단이 받은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채무자회생법 제332조 제2항1에 따라 이러한 변제로써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음. 그리고 ②항의 파산채무자인 A의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금 반환채무 변제 역시 파산선고 후 파산재단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이므로 채무자회생법 제329조 제1항에 따라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음.
- 다만 파산관재인인 원고로서는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본건 조합의 변제에 따라 이루어지는 A의 변제수령을 추인할 수 있음. 파산관재인인 원고가 피고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의 소를 제기한 것은 위 ①과 ② 중 ① ’A의 본건 조합으로부터의 변제수령'만을 추인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고, 이로써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본건 조합에 대한 분담금 반환채권은 소멸하게 되었음.
- 그러나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 은행은 여전히 대출금채권자인 동시에 이 사건 지급행위를 통해 본건 조합으로부터 지급받은 대출금 상당의 돈도 보유하게 되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고, 이로 인해 원고는 본건 조합에 대한 같은 액수 상당의 분담금 반환채권이 소멸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임. 따라서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기지급받은 대출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파산선고 이후 파산채무자의 채무자가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파산채권자에 직접 변제를 한 경우에 파산관재인이 해당 행위 중 일부(파산채무자의 변제수령 부분)만을 추인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파산관재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파산채권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고, 이로 인하여 파산관재인은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파산채권자는 해당 변제금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파산관재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하였음. 특히 소 제기 자체를 묵시적 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판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음.
파산채무자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파산선고 이후 파산채무자의 채무자인 제3자(시행사, 지역주택조합 등)로부터 약정에 따라 대출금이나 채권을 직접 회수하더라도 파산관재인’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할 리스크가 존재함.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와 연관된 자금 회수 시에는, 해당 회수가 채무자회생법상 파산관재인에 대한 대항 요건을 갖추었는지,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될 소지는 없는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됨.
1 채무자회생법 제332조(파산선고 후 채무자에 대한 변제) ② 파산선고 후에 그 사실을 알고 채무자에게 한 변제는 파산재단이 받은 이익의 한도 안에서만 파산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