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가 업무를 집행하며 위계의 방법으로 타인의 영업을 방해한 행위는 상법 제399조 제1항의 ‘법령위반행위’에 해당에 해당하여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법령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피고가 대표이사로 있는 A 주식회사(이하 ‘A 회사’)와 사이에, A 회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수학 학원사업부 교재를 공급받고 A 회사의 학원사업부 사업권을 양수하는 내용의 ‘학원사업부 교재공급 및 사업권 양도ㆍ양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학원사업부 영업을 개시함.

A 회사는 이 사건 계약 체결 후에도 교습소 영업을 계속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소외 회사 수학 학원사업부 교재를 사용하여 교습소를 개설하거나 제3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행위의 금지 등을 구하는 본소를 제기함. 원고는 A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함.

위 사건에서 법원은 A 회사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반소청구에 관하여는 A 회사가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위약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됨(이하 ‘관련 민사판결’).

피고는 ‘A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여전히 수학 학원사업부 교재를 판매할 사업권이 있는 것처럼 거짓 행세하며 다른 학원들에게 교재를 판매하는 등 위계로써 원고의 사업을 방해하였다.’는 업무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됨(이하 ‘관련 형사판결’).

원고는 관련 민사판결에 따라 A 회사에 대해 갖게 된 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A 회사가 이사인 피고에 대해 가지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금 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음(이하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이후 원고는, 피고가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범죄사실과 같은 법령 위반 내지 임무해태 행위를 함으로써 A 회사가 원고에게 관련 민사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i) 주위적으로 A 회사를 대위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ii) 예비적으로는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하여 추심금의 지급을 구함.

 

2. 원심의 판단: 주위적ㆍ예비적 청구 기각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A 회사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A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A 회사가 피고에 대해 상법 제399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음.

  • 관련 형사판결에 따른 업무방해의 피해자는 A 회사가 아닌 원고이고, 피고가 업무방해 유죄의 형사판결을 선고받은 것만으로 피고가 대표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상법 등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법령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 A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움.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파기·환송

가. 관련 법리

  •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이사로서 임무 수행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법 등의 제 규정과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관계 법령상의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임.
  • 이사가 임무 수행에 있어 위와 같은 법령 위반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며, 이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음.
  • 이러한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음.

나. 구체적 판단

  • 피고가 A 회사의 대표이사로 업무를 집행하면서 위계의 방법으로 A 회사로부터 사업권을 양수한 원고의 사업을 방해한 행위는 상법 제399조에서 규정한 ‘법령위반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큼.
  • 결국 원심이 피고의 위 업무방해 행위가 ‘법령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상법 제399조의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키는 이사의 ‘법령위반 행위’ 여부의 판단에 관하여, 관련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형식적으로 회사인지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상법 등 제 규정을 위반하였는지를 위주로 폭넓게 판단하였음.

대상 판결은 이사의 ‘법령위반 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음.

이사는 대외적 불법행위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기업은 형식적 법규 준수를 넘어 실질적인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