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가 수분양자에 대한 공급계약상 책임을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로 한정하는 ‘책임한정특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이 정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수탁자가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이를 공급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관리형 토지신탁사업으로 신축·분양되는 오피스텔의 수분양자(공급계약상 매수인)이고, 피고는 위 사업에 관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의 수탁자(신탁회사)로서 시공사로부터 시행사 및 분양자의 지위를 승계받은 자(공급계약상 매도인)임. 수분양자인 원고는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입주가 지연되자, 오피스텔 공급계약상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입주가 지연된 경우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근거하여 약정해제권을 행사하고, 피고에게 기지급 계약금의 반환 및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음.

피고는, ① 공급계약서상 입주예정일이 확정되지 않았고, 입주지연은 시공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것이며, 원고가 반대급부를 이행하지 않았고, 사업진행에 대한 협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원고의 약정해제권 행사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② 원고의 계약해제에 따라 분양대금반환채권 및 위약금채권이 발생했더라도, 오피스텔 공급계약 특약사항 중 책임한정특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에 따라’, ‘신탁사무처리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또는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함.

 

2. 원심의 판단 – 피고 항소 기각

원심은 원고의 약정해제권 행사를 적법하다고 인정하고, 책임한정특약에 따라 피고의 이행책임이 제한된다는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함.

가. 책임한정특약의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중요한 내용’ 해당 여부

  •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의미하며,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함(대법원 2008. 12. 16.자 2007마1328 결정,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69053 판결 등 참조)
  •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는 신탁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공급계약으로 인해 수분양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져야 함(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31883, 31890 판결 참조).
  • 위 원칙에 반하여 수탁자의 책임을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로 제한하는 책임한정특약은 유한책임신탁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면서도 유한책임신탁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공시(등기, 명칭사용, 거래상대방에 대한 서면교부 등)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 수탁자 책임범위를 실질적으로 축소하여 수분양자의 채권실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조항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수분양자의 계약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함.

나. 피고의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설명의무 이행 여부

원심은 피고가 책임한정특약을 계약내용으로 주장하려면 설명의무 이행을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피고가 책임한정특약을 공급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함.

  • 공급계약 말미에 위치한 ‘계약의 설명 및 고지’란에 포괄적인 문구만 존재할 뿐, 책임한정특약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 및 확인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원고가 별도로 자필 서명한 ‘분양계약자 확인서’에도 책임한정특약과 무관한 일반적 사항만 기재되어 있음.
  • 공급계약이 수분양자에게 신탁원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신탁원부에 포함된 이 사건 신탁계약서는 수십 쪽에 이르고 공급계약이 책임한정특약과 관련된 신탁계약 조항을 특정하여 지칭하지 않으며, 일반 조항과 동일한 색깔·크기·글자체로 구분 없이 기재되어 ‘중요한 내용’임을 외견상으로 구분하기 어려움.
  • 책임한정특약 문구가 ‘신탁재산 및 신탁업무 범위 내에서만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그쳐 비전문가인 수분양자가 불이익의 법적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분양 홍보나 공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해당 문구의 존재와 효과를 구체적으로 표시하거나 별도 자료를 제공한 정황 및 증거가 없음.

 

3. 대법원의 판단: 피고 상고 기각

대법원은 피고의 책임이 신탁재산의 범위 내로 제한되는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함.

  •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상 고객이 계약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점을 전제로 함.
  •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요구하는 이유는 약관의 중요사항임에도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막고자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로는 (1)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으로 고객이 별도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2) 법령상 정해진 내용을 되풀이·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을 들 수 있음. 피고의 설명의무 면제 주장에 대하여도 당해 특약사항이 위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함.
  • 위 예외 중 ①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인지는 해당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② ‘고객이 별도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는 소송당사자인 특정 고객의 개별적 예측가능성이 있었는지의 측면에서 각 판단되어야 함.
  • 관리형 토지신탁에서의 ‘책임한정특약’은 수탁자가 원칙적으로 신탁재산뿐만 아니라 고유재산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에서 그 책임범위를 신탁재산 한도로 축소하는 것으로, 수분양자의 공급계약 체결 여부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
  • 책임한정특약이 신탁업계에서 통용되더라도 수분양자는 거래경험이 많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에 관한 전문지식도 통상 보유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별도 설명 없이 책임한정특약의 존재 및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실무상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책임한정특약이 약관규제법상 설명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판결임.

본 판결은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설명의무 면제 요건과 관련하여, 단지 해당 조항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의 입장에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음.

기업의 실무에서는, 포괄적인 서명란이나 일반적인 확인서에 대한 수분양자의 서명만으로는 책임한정특약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을 입증할 수 없음. 본 판결의 설시에 비추어 향후 분양계약 체결시에는 계약서 내 책임한정특약 조항의 글자체·크기·색깔을 일반 조항과 다르게 표기하여 수분양자가 그 존재를 외견상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필요함. 아울러 계약서 문구에 있어서도 추상적인 표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분양자가 장차 감수하여야 할 법적 불이익을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음.

나아가 분양 홍보 및 공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와 같은 책임한정특약의 존재와 불이익을 명시한 별도 안내 자료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관련 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며, 수분양자가 해당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인지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별도의 확인 서면을 수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