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법원의 제출명령 등을 통해 적법하게 입수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 및 소득금액증명을 당해 사건이 아닌 다른 소송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행위는 금융실명법 제4조 제4항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위반에 해당하나, 주요 쟁점과 증거가 공통된 관련 사건에서 방어권 행사 및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한 범위 내 제출이었다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B가 C외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사건(이하 ‘제1 민사사건’)과 E가 C외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민사사건(이하 ‘제2 민사사건’)에서 동일한 피고들인 C외 2명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소송을 수행함.
제1, 2 민사사건은 모두 B와 E가 망인 D에게 과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을 망인 D의 상속인인 C외 2명에게 청구한 사건으로, 근로계약 체결 여부, 근로제공 여부, 근로계약 기간 중 별건 소득의 존재 여부, 근로계약서의 진정성립 여부 등 주요 쟁점과 증거가 상당 부분 공통됨.
피고인은 제1 민사사건에서 재판부를 통해 B의 은행 거래내역을 확인하였고, 제2 민사사건에서는 E가 제출한 소득금액증명 및 재판부를 통해 확인한 E의 은행 거래내역을 보유하게 되었음. 이후 피고인은 B의 거래내역을 제2 민사사건에, E의 소득금액증명 및 거래내역을 제1 민사사건에 각각 증거자료로 제출함(이하 ‘각 증거제출행위’).
검사는 각 증거 제출행위가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알게 된 거래정보 등을 그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한 행위이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을 금융실명법위반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함.
대상판결의 핵심 쟁점은 (i) 각 증거제출행위가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상의 목적 외 이용·누설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ii) 관련 소송에 대한 증거제출의 필요성을 가지고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목적 외 이용·누설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지 여부였음.
2. 1심과 2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이 금융실명법 제4조 제4항의 ‘제1항 각 호에 따라 거래정보등을 알게 된 자’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 다만, 피고인이 해당 정보를 관련 민사사건에서의 증거제출 용도로만 사용하였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벌금 5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함.
- 제1심은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확보된 금융거래정보가 해당 사건의 심리를 위한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 만큼, 이를 다른 사건에 제출하는 것은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 또한 피고인이 소송대리인으로서 담당 업무 과정에 취득한 E의 소득금액증명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알지 못하는 다른 재판부 등에 증거로 제출한 이상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보았음.
정당행위 주장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변호사로서 금융거래정보나 소득금액증명과 같은 정보의 경우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문서송부촉탁 등 특별한 조치 없이 취득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으며, 각 사건에서 별도로 제출명령 또는 문서송부촉탁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뢰인의 이익 및 소송경제를 위한 행위라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함.
제2심은 B와 E가 두 소송에서 공동으로 소송을 수행하였으므로 ‘소송공동체’로서 동일인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피고인측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보아 배척하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단을 유지함.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파기·환송
가. 관련 법리
- 대법원은 먼저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증거 제출행위가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및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에서 금지하는 행위인 금융실명법 제4조 제4항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음. 즉, 소송대리인이 법원의 제출명령 등을 통해 알게 된 금융거래정보를 다른 사건에 제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목적 외 이용’ 문제가 될 수 있음.
- 다만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금융거래정보 또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함.
-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정보의 수집·보유 경위와 제출 목적, 제출 상대방,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안전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 정보의 내용·성질·양, 정보주체에게 침해되는 법익의 정도, 다른 제출수단의 존재 및 이를 취하지 못한 불가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음.
나. 구체적 판단
- 대법원은 제1, 2 민사사건이 모두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사건으로서 주요 쟁점, 사실관계 및 증거가 공통되고, 일방 당사자도 동일하므로, 피고인이 B와 E의 동일한 주장을 반박하고 그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하여 해당 거래내역 및 소득금액증명을 증거로 제출할 필요가 있었음.
- 피고인이 해당 자료를 각 민사사건에서 적법하게 제공받았고, 자료 수집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거나 다른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음.
- 제출자료는 금융거래정보 또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① 모두 B와 E가 주장한 근로기간에 관한 자료라는 점, ② 사상·신념, 노동조합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③ 자료 제출 상대방도 국가기관인 법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보주체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 이에 대법원은 피고인의 각 증거제출행위가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더라도 정당한 소송행위의 일환으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정당행위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4. 대상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소송대리인이 적법하게 취득한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를 당해 사건 외의 소송에 증거로 제출하는 행위가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구성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음. 이는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라도 해당 소송 목적 범위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기업 법무팀 및 외부 소송대리인은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음.
그러나 대법원이 정당행위 여부를 이유로 파기·환송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음. 대법원은 두 소송 간 사실관계의 밀접성, 증거의 사용 목적, 정보가 이미 법원의 관리 하에 있다는 점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는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정당행위 인정 가능성이 일정 부분 열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 수행 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를 취득하게 되는 경우, 해당 정보를 취득한 사건 이외의 관련 사건에 활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므로, 증거 활용에 앞서 자료의 관련성·필요성뿐 아니라 제출 범위의 최소화, 불필요한 항목의 비실명화, 열람제한·비밀유지명령 등 보호조치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음.
특히 다수의 민·형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거나 노동·상속·주주분쟁과 같이 사실관계와 증거가 교차하는 사건에서는, 별도로 제출명령·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할 것인지, 이미 확보한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출할 것인지에 따라 절차 효율성과 형사·규제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정보의 관리 및 활용 절차에 대한 사전 법률 검토가 필수적임.
법무법인(유) 세종은 복수 절차가 병행되는 기업·금융분쟁에서 증거제출 전략과 금융·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함께 설계하여 소송상 필요성과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