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투자기구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자와 체결한 투자계약의 상대방이지만,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투자금 전액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여 신탁원본에 납입되도록 하였다면 그가 취득한 금전상 이익이 현존한다는 추정은 번복되므로,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부정된다고 판단한 사례(다만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별도로 인정)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호주 부동산 관련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에 투자한 투자자들이고, 피고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집합투자업자인 E 주식회사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E가 설정·운용하는 펀드(이하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자임.

이 사건 펀드는 (i) 신탁재산으로 호주 소재 법인(차주)에게 대출을 실행하고, (ii) 차주가 대출금으로 자산을 취득운〮용하여 그 수익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면, (iii)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됨.  원고들은 피고의 투자권유에 따라 이 사건 펀드에 950억 원을 투자하였고, 피고는 투자금을 신탁업자인 은행에 지급하여 이 사건 펀드의 투자신탁재산에 편입되게 하였음.

이후 차주가 제출하였던 신탁증서 등의 서류가 허위, 위조된 것이 드러남.  원고들은 (i) 주위적으로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펀드 투자계약(수익증권 매매계약)을 사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고 투자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으며, (ii) 예비적으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함.

피고는,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① 신탁증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신뢰하였을 뿐 기망 의사가 없었다는 점, ② 원고들의 착오는 중요부분의 착오가 아니고 피고가 유발한 것도 아니라는 점, ③ 피고는 수익증권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수령한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그대로 납입하여 보유하고 있는 이득이 없다고 주장함.  한편,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①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② 자신은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부정거래·불건전영업 금지의무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함.


2. 1심과 2심의 판단

가. 1심 : 사기 취소 및 피고의 악의 수익자로서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인정

  • 1심은 신탁증서의 허위 작성 사실 등은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피고의 담당자들이 원고들에게 위 중요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원고들을 기망하였다고 판단함.  
  • 1심은 이 사건 펀드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는 악의의 수익자로서 원고들에게 수익증권 매매대금과 수령일 이후 이자 및 지연손해금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함.

나. 2심 : 사기 취소 대신 착오 취소 인정, 현존이익추정 복멸 법리를 이유로 주위적 청구 기각, 예비적 청구(자본시장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인정. 

  • 2심은 피고가 수익증권 매매계약 체결 전 이 사건 펀드의 여러 장치들을 검토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신탁증서 등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수익증권 매매와 관련하여 원고들을 기망할 만한 동기나 유인이 확인되지도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기망행위를 인정하지 않음.
  • 2심은 피고가 투자상품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투자를 권유함에 따라 원고들이 차주의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 하에 수익증권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원고들의 착오는 피고에 의하여 유발된 동기의 착오에 해당된다고 보아 원고들의 계약 취소 주장을 인정함.
  • 2심은 ‘수익자가 급부자의 지시나 합의에 따라 수령 금전을 사용, 지출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수익자에게 현존이익이 있다는 추정은 번복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원고들의 매매대금이 이 사건 펀드의 신탁재산에 편입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현존이익의 추정이 복멸되었다며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함.
  • 2심은 피고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등 자본시장법 위반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다만, 원고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수익증권을 매수하였으며,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90%로 제한함.


3.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가. 투자중개업자의 계약 당사자 지위

  • 집합투자업자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자에게 직접 투자를 권유하여 수익증권을 판매하고 투자금을 수령하며, 투자자가 지급한 돈은 투자중개업자를 거쳐 신탁업자에게 납입되어 신탁원본이 전액 납입되면 수익증권이 발행되고 투자자가 이를 취득함(자본시장법 제184조 제5항, 제189조 제1항 및 제3항 참조).
  • 이러한 투자권유·계약 체결, 투자금 납입과 수익증권 판매·발행 과정을 종합하면,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자가 체결한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 투자에 관한 계약의 상대방 당사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짐.

나. 부당이득반환에서 선의의 수익자의 현존이익 추정과 그 번복

  • 부당이득반환에서 선의의 수익자는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책임을 지는데(민법 제748조 제1항), 그 이익이 금전인 경우에는 소비 여부와 무관하게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됨.  다만 수익자가 급부자의 지시 또는 급부자와의 합의에 따라 그 금전을 사용·지출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위 추정은 번복될 수 있음(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다244488 판결 등 참조).
  • 투자금을 수령했던 투자중개업자가 선의의 수익자로서 신탁업자에게 투자금을 지급하여 신탁원본이 납입되게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급부자인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투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투자중개업자가 받은 금전상 이익이 현존한다는 추정은 번복됨.
  • 피고가 이 사건 펀드 투자계약의 당사자로서 원고들로부터 수령한 투자금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은 인정되나, 수익자가 되려는 원고들과의 합의에 따라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여 신탁원본이 납입되게 하였고, 이후 신탁업자가 집합투자업자 E의 운용지시를 받아 투자금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하게 되었음.
  • 피고에게 투자금과 관련한 금전상 이익이 현존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현존이익의 추정은 번복되어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없음.

다.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투자중개업자는 원칙적으로 집합투자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투자설명서 등을 투자자가 정확히 이해하도록 설명하면 되고 그 내용의 진실성까지 독립적으로 조사·확인할 의무는 없으나, 투자신탁의 설정을 사실상 주도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집합투자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함(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4다15996 판결 등 참조).
  • ① 피고가 2018. 10.경 외부 관계자를 통해 차주에 대한 부동산 매입자금 대출 구조의 투자상품을 직접 소개받았고, ② 2019. 초경 집합투자업자인 E에게 그 투자상품을 집합투자기구로 설정·운용할 것을 먼저 제안한 것을 볼 때, 피고는 이 사건 펀드의 설정을 사실상 주도한 자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 수익구조·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본 판결은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 투자와 관련하여 투자중개업자(판매사)의 계약 당사자성을 인정하면서도, 판매사가 선의의 수익자로서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여 신탁원본이 납입되게 한 경우에는 현존이익 추정이 번복되어 착오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책임이 부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음.
  • 판매사가 투자신탁의 설정을 사실상 주도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해당 판매사는수익구조·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착오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과는 책임근거 및 반환/배상 범위가 다르므로 부당이득반환책임이 부인되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
  • 증권사 등 판매사의 입장에서는, ① 투자금 수령 및 신탁업자 납입의 법률관계·자금흐름을 사후에 입증할 수 있도록 계약서·합의 및 지급기록을 정비하는 한편, ② 투자상품의 설정·구조 설계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더 무거운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으므로 위험요인 조사 및 정보제공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