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의 발행을 사실상 주도하여 유통시킨 금융투자업자는 유동화자산의 수익구조·위험요인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여 투자자에게 제공할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고, 그 책임은 직접 투자를 권유하지 않은 유통시장 투자자에게도 미치며, 이때 손해는 미회수금액의 발생이 확정된 어음 만기일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본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 증권회사들(피고 1, 2)은 이 사건 ABCP의 발행을 주관한 공동주관사, 피고 신용평가회사들(피고 3, 4)은 그 신용등급을 평가·공시한 자임. 피고 증권회사들은 중국 기초회사의 자회사가 발행하고 기초회사가 지급보증한 사모사채(원금 1억 5,000만 달러, 만기 2018. 11. 8., 이하 ‘이 사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특수목적법인(SPC)이 원금 1,635억 원, 만기 2018. 11. 9.의 이 사건 ABCP를 발행하는 구조를 설계하였음.

피고 증권회사들은 중국 기초회사로부터 원금 1억 5,000만 달러의 이 사건 회사채를 인수하였고, 중국 기초회사는 위 회사채의 지급을 보증하는 내용의 보증증서를 발행하였음. 이후 피고 증권회사들은 SPC에게 이 사건 회사채를 매도하였고, SPC는 이 사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이 사건 ABCP를 발행하였음.

아울러 피고 증권회사들은 SPC로부터 이 사건 ABCP를 각각 1,035억 원, 600억 원 상당 인수하였고, 피고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A2 등급을 받아 이를 유통시켰음. 원고는 피고 증권회사들이 인수하여 중간 매도인을 거쳐 유통된 이 사건 ABCP를 2018. 5. 11. 및 2018. 5. 17. 합계 19,666,520,550원 상당 매수하였음.

이 사건 회사채는 중국 지주회사가 중국 밖 자회사(발행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이른바 ‘내보외대’ 구조로서, 중국 외환관리규정상 보증사실을 외환관리국(SAFE)에 등록하지 않으면 보증인이 중국 내 자산으로 중국 밖 채권자에 대한 보증채무를 이행할 수 없음. 중국 기초회사는 보증 당시, 이 사건 회사채의 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이 사건 보증에 대한 SAFE등록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회사채의 원리금을 조기상환하기로 약정하였음. 이에 중국 기초회사는 이 사건 회사채 발행 이후 관할 외환관리국에 SAFE등록을 신청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채 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SAFE등록이 완료되지 않았고, 이 사건 회사채의 원리금이 상환되지도 않았음.

한편 중국 기초회사가 보증한 별건 회사채가 만기(2018. 5. 11.)에 상환되지 못하여 2018. 5. 28. 이 사건 회사채에도 교차부도가 공시되었고, 이 사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이 사건 ABCP 역시 만기인 2018. 11. 9.까지 상환되지 못하였음.

이에 원고는 (i) 주위적으로 SPC가 피고 1 증권회사의 기망 내지 유발된 착오로 이 사건 회사채를 매입했으므로, SPC를 대위하여 이 사건 회사채 매입 계약의 취소 및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고, (ii) 제1예비적으로 유통 경로상 중간 매도인을 대위하여 피고 증권회사들을 상대로 이 사건 ABCP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였으며, (iii) 제2예비적으로 피고들을 상대로 SAFE등록 미완료 사실에 대해 원고를 비롯한 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하였음.

 

2. 1, 2심의 판단

가. 1심 : 원고 청구 전부 기각

  •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SPC의 의사결정이 이를 위탁받은 피고 1 증권회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상, 대리인을 기준으로 인식 여부를 정한다는 민법 제116조 제1항 및 민법 391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SPC가 착오나 기망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각하였음.
  • 제1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중간 매도인의 무자력 등 채권자대위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음.
  • 제2예비적 청구의 경우에도 SAFE등록은 절차적 행정절차일 뿐 발행 당시 등록 불가능을 예견할 객관적 정황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 증권회사들의 SAFE등록 관련 고지의무 위반 내지 피고 신용평가회사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음.

나. 2심 : 피고 증권회사들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인정(책임 50% 제한), 피고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청구 기각

  • 2심은 1심과 달리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자산유동화의 주관사는 ABCP의 발행을 설계·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에 관한 합리적 실사 내지 조사를 다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는 사모발행이거나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 증권회사들이 기초회사의 재무상황·자금용도 및 SAFE등록 관련 위험 등을 제대로 조사·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무 위반을 인정함.
  • 다만 원고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책임을 50%로 제한하되, 손해발생일을 원심 변론종결일(2022. 10. 28.)로 보아 그 다음 날을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로 하였음.
  • 반면 제2예비적 청구 중 피고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것은, 신용평가는 의뢰인이 제출한 자료가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제공된 자료를 초과한 독자적인 실사·조사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 제2예비적 청구 중 지연손해금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 파기 환송

가. 대법원은 제2예비적 청구에 대한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함.

  • ABCP는 일반적인 기업어음과 달리 유동화자산의 현금흐름으로 상환될 것이 예정되어 있어 유동화자산의 수익구조·위험요인·투자회수구조 등에 따라 투자위험(유동화자산 위험)이 달라짐. 금융투자업자가 ① 유동화자산 및 유동화구조 등 주요 내용을 실질적으로 정하고, ② 유동화자산을 양수할 법인을 설립하여 ABCP를 발행하도록 한 다음, ③ 나아가 자본시장법 제9조 제11항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발행을 사실상 주도하고 이를 유통시켰다면, 그러한 금융투자업자(ABCP 발행·유통자)는 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제공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위 유동화자산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음. 또한 신용평가 의뢰 과정에서 유동화자산의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신용평가회사에 제공하여야 하고, 그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부적절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만연히 제공되지 않도록 합리적 조치를 취하여야 함.
  • 금융투자업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고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며, 그 책임은 부정확한 정보 제공에 기인하므로 직접 투자를 권유한 상대방이 아닌 투자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부담함.
  • 구체적으로, (i) SAFE등록 여부가 상환가능성과 직결됨에도 피고 증권회사들이 취득한 법률의견서가 조건부·원론적 답변에 불과하였다는 점, (ii) SAFE 미등록시 역외자산으로만 보증 이행이 가능하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역외자산의 충분성에 대한 검토나 확인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iii) 다른 금융기관이 같은 위험을 이유로 거래를 거절한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확정적 표현을 사용하여 유동화자산의 위험을 투자자가 인지하도록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하였을 때, 피고들이 신용등급이 유동화자산의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신용평가회사에 정확한 정보·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음.

나. 상당인과관계 및 책임제한

  •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면 이는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권이 침해되어 의도하지 아니한 투자위험을 지게 된 결과이므로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40681 판결 참조).
  • 2심이 피고 증권회사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50%로 제한한 판단에는 책임제한 비율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음.

다. 손해발생시점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파기 환송 부분)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으면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지연손해금도 그 시점을 기산일로 하며(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참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함(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8. 25. 선고 97다4760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68 판결 참조).
  • 이때 손해액은 투자자가 지급한 금전의 총액에서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뺀 금액이므로, 손해는 미회수금액의 발생이 확정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손해액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함(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다6115 판결 참조).
  • 이 사건 ABCP는 유동화자산인 이 사건 회사채가 만기에 상환되면 그 상환금이 SPC를 통해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구조인데, 만기인 2018. 11. 9. 어음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 명백하고 그 이후 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다고 볼 자료가 없음.
  • 그럼에도 2심이 2심 변론종결일에서야 원고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발생일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므로, 원고 패소 부분 중 제2 예비적 청구의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2심 법원에 환송함.

 

4. 대상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ABCP의 발행을 사실상 주도하고 유통시킨 금융투자업자를 ABCP 발행·유통자로 규정하고, 그가 유동화자산의 위험요인 및 신용평가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투자자보호의무를 구체화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음. 또한, 위와 같은 금융투자업자의 책임은 ABCP가 시장에서 전전 유통되어 금융투자업자와 최종 투자자 사이에 직접적인 권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음.

반면 신용평가회사의 경우, 평가의뢰인이 제공한 자료의 정확성까지 조사할 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유동화증권의 발행을 주도한 금융투자업자와 동일 선상에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음. 따라서 추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신용평가회사를 손해배상 청구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