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기업인 발주처는 화력발전소 건설공사의 일부인 설비 구매·설치공사를 건설회사에 도급하였고, 건설회사는 그중 전기제어공사를 다른 업체에 하도급하였습니다. 이후, 현장에서 변압기에 전력을 공급하여 전기의 흐름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제1심은 발주처를 건설공사발주자로 보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반면, 항소심은 발주처가 공사의 시공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관련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해당 공사에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와 공사에 관한 전문성 및 시공능력 등을 종합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전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나아가, 건설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자격이나 전문인력·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계약상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관리 권한이나 의무도 부여받지 않은 사업주가 공정회의를 주관하거나 공정률을 점검·조정하고 시공 상태를 확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공사발주자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구별이 계약의 명칭이나 일반적인 공정관리 관여 여부가 아니라,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과 전문성 및 시공능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발주자는 계약서에 안전관리 권한과 책임의 귀속을 명확히 하고, 실제 공사 수행 과정에서도 자신의 관여 범위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