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후보자인 피고인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조합으로부터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선거인 명부를 제공받았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선거사무원에게 명부 일부를 전달하고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였는데, 조합 선거관리규정은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에게만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이 선거인 명부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였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란 본래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의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이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선거사무원은 피고인의 지휘·감독 아래 피고인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선거인 명부를 이용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을 유지한 채 이를 내부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여 제3자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합의 내부 규정 등에 위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여부는 형식적인 전달행위가 아니라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이 이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조합 내부 규정 위반이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조합은 선거인 명부의 제공 목적과 이용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후보자도 선거사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및 개인정보 관리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