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건설공사 계약에서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에 관한 쟁점이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되었고, 결국 차수계약 기간의 연장에 대해서만 추가 간접공사비 청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건설현장에는 간접공사비를 온전히 보전받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되어 공백기간(차수계약 기간 사이에 별도의 계약이 없는 기간)의 간접공사비 보전 방안은 계속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관련하여, 2025. 12. 31.부터 시행된 「공사계약일반조건」(2025. 12. 31. 기획재정부계약예규 제812호로 일부개정된 것)에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으며, 이하에서는 그 주요 내용과 실무상 유의할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2.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 개정 내용 — 공백기에 대한 간접비 보상 근거 신설

정부는 2025년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통해 장기계속공사의 공백기간에 대한 간접비 보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1 그 후속 조치로 2025년 12월 31일 「공사계약일반조건」을 개정하여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에 관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구분 개정 전 개정 후
제26조(계약기간의 연장) - ⑨ 장기계속공사에서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각 연차별 계약 사이 공백기간이 발생할 경우,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상대자의 신청에 의하여 다음 연차별 계약에 공백기간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한다.
부칙 -

제1조(시행일) 이 예규는 2025년 12월 31일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례) 이 계약예규는 부칙 제1조에 따른 시행일 이후 입찰공고를 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대법원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로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법적 구속력이 제한적으로 인정됨에 따라, 어느 차수계약의 계약기간에도 포함되지 않는 공백기간에 대해서는 공기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계약상 근거가 부재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공사들은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반환 등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하여 공백기간 동안 지출한 현장 유지비용을 청구하기도 하였으나,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21747 판결은 부당이득반환 및 사무관리비용상환 청구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공백기간에 대한 간접비 보상을 위한 별도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신설된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에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을 보상하기 위한 계약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이에 따라 향후에는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속하지 않는 사유로 각 연차별 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의 신청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신설된 위 규정은 부칙 제2조에 따라 2025. 12. 31. 이후 입찰공고를 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그 이전에 입찰공고가 이루어진 장기계속계약의 공백기간에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위 신설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3. 실무상 유의할 사항

가. 간접공사비 지급 우회 관행 관련

「공사계약일반조건」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발주자가 간접공사비 지급을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공사량과 무관하게 매 차수계약을 12월 31일까지로 정하는 방식으로, 실제로는 예산 부족에 따라 물량이 축소되었음에도 서류상 공백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리하는 경우’에는 계약의 외관상 공백기간이 없으므로, 신설된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가 어렵다는 것입니다.2

관련하여, (「공사계약일반조건」의 개정 전의 사안에 대해)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두58076 판결은, 발주자가 연차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공사기간을 일수로 특정한 다음 공사 휴지기간을 정하여 이를 계약기간에서 제외시키면서 공백기간을 재배치하더라도 이러한 계약조건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휴지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공백기간을 재배치하는 방식의 계약조건’과 관련하여 거래상지위남용에 관련된 과징금 등의 처분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i) 발주자가 휴지기간 중 추가적인 현장 유지관리의무를 부과한 것도 아니고, (ii) 설령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였더라도 휴지기간 중 발생하는 현장경비 등이 지급되어 계약상대자에게 금전적인 손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와 같은 계약조건이 계약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공백기간을 휴지기간으로 처리하면서도 그 기간에 대한 현장경비 등의 보상이 이루어진 사안에 관한 것이고, 나아가 공백기간에 대해 간접공사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개정 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의 사례에 관한 것이므로, 공백기간의 간접공사비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휴지기간으로 처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나.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법적 구속력 부여에 관한 입법 동향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법적 구속력이 부정됨에 따라,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을 초과하여 체결된 차수계약의 경우에는 간접공사비 지급의 문제가 남아있고, 이러한 문제는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의 신설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2018년부터 국가계약 내지 지방계약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법 개정 시도가 지속되어 왔고, 2026년에도 ‘총공사기간이 아무리 연장되어도 차수별 계약의 횟수만 늘어나며 연장된 기간 동안 현장관리를 위한 인건비 등 간접공사비는 시공사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항의 계약금액 조정 사유에 ‘장기계속계약에 있어서 총계약기간의 변경’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습니다.3  다만, 과거 유사 법안들이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된 사례가 있어, 위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간접공사비 지급에 관한 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다년차 건설공사는 연차별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계속비계약’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이러한 계약방식 자체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의 입장에서 이를 이를 선택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다. 지방계약 관련 행정안전부 예규의 재정비 필요성 

한편,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적용 또는 준용되는 계약에 적용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결되는 계약의 경우에는 여전히 공백기간 비용의 보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이하 ‘집행기준’)에도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에 상응하는 장기계속공사 공백기간 비용 보상 조항이 조속히 도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4. 시사점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9항의 도입으로 장기계속공사의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을 조정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다만, 위 규정은 2025. 12. 31. 이후 입찰공고를 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되고, 현장에서는 발주처가 공백기간의 간접공사비 지급을 피하기 위한 우회 방안을 활용할 여지도 있으므로, 실제 사안에서는 법적 자문을 거쳐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2025. 8. 14.)
2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장기계속공사, 공기연장 비용 분쟁 ‘구조적 한계’ 지속」, 월간 건설법제동향(2026. 3. 30.)
3 의안번호 제2217426호,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광희 의원 등 16인(2026.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