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정원에 결원이 생겨 후임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를 가지는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이사’에 해당하므로, 그 퇴임이사와 회사 사이의 소에서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감사가 회사를 대표한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는 주류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자들임. 피고 회사 정관 제20조 제1항은 ‘본회사에 이사 3명 이상, 감사 1명 이상을 두며,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음.
2024. 3. 31. 피고 회사의 이사 5인 중 4인(원고들, 사내이사 D, 대표이사 F)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었음.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2024. 4. 2. 원고들에 대하여만 ‘2024. 3. 31. 임기만료’를 원인으로 사내이사 말소등기를 마쳤음.
이에 원고들은 상법 제386조 제1항에 따라 후임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여전히 이사의 권리의무를 가진다고 주장하면서, 위법하게 말소된 사내이사등기의 회복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하였음. 1심에서 피고 회사를 대표한 자는 감사 H이었고, 위 감사는 원고들이 제출한 정관(갑 제2호증, 피고 회사에는 이사를 3인 이상을 둔다고 기재되어 있었음)에 위조된 부분이 없다고 진술하였음.
피고 회사는 남아있는 이사 3인으로 이사의 정원을 충족하고 있어 원고들의 퇴임으로 정원에 결원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고 다투었음. 1심판결 선고 후에는 대표이사 F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여 항소하면서, ① 퇴임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적용이 배제되어 감사가 아닌 대표이사에게 대표권이 있으므로 위 감사의 진술은 피고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② 유효한 정관은 이사의 정원을 ‘1인 이상’으로 정한 피고 회사 제출 정관(을 제1호증)이라고 주장함.
2. 1심과 2심의 판단
가. 1심 : 원고들의 청구 전부 인용
-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가 임기의 만료나 사임으로 퇴임함으로써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정원에 결원이 생기는 경우 그 퇴임한 이사는 후임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로서의 권리의무가 있고(상법 제386조 제1항, 제389조 제3항), 회사는 후임이사가 취임하기 전에는 퇴임한 이사의 퇴임등기만을 따로 신청할 수 없음(대법원 2005. 3. 8.자 2004마800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 피고 회사 정관이 이사를 3인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임기만료된 이사들 사이에 순위 등의 구별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후임이사의 취임등기가 되지 않는 한 임기만료된 이사들은 모두 이사로서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보아, 그중 원고들에 대하여만 말소등기를 한 것은 특별한 사정 없이 원고들의 사내이사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함.
나. 2심 : 항소 모두 기각
-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고, 피고 회사 및 피고보조참가인의 추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함.
- 이사가 이미 이사의 자리를 떠난 후 회사가 그 사람을 상대로 제소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94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 등 참조)를 확인하면서도, 이 사건 소는 원고들이 상법 제386조 제1항에 따라 이사 지위를 계속 보유함을 전제로 이사말소등기의 회복을 구하는 것이어서 위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이사’에는 퇴임이사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단함.
- 나아가 남아있는 이사 중에 대표이사인 피고보조참가인이 포함되어 있어 감사가 아닌 위 대표이사가 피고 회사를 대표하게 될 경우 이해충돌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감사 H에게 대표권이 인정되고 그가 1심에서 한 진술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함.
- 정관에 관하여도 (i) 피고 회사의 적법한 대표권자인 감사가 원고들 제출 정관에 위조된 부분이 없다고 진술한 점, (ii) 피고 회사가 별건 부당이득반환소송에 서증으로 제출하였던 정관이 원고들 제출 정관과 같은 것인 점, (iii) 이사를 3명 이상으로 규정한 과거의 정관도 제출된 점, (iv) 피고 회사 제출 정관은 이사를 ‘1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정관의 시행 당시 상법 제383조 제1항은 이사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들의 이사등기가 말소될 당시 유효한 정관은 원고들 제출 정관이고 피고 회사의 이사 정원은 3인 이상이라고 인정함. 이에 2심은 정원에 결원이 발생하였음에도 원고들에 대하여만 이사말소등기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항소를 모두 기각함.
3. 대법원의 판단: 상고 모두 기각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이사’에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가 포함되는지 여부
- 상법 제394조 제1항이 이사와 주식회사 사이의 소에 관하여 감사로 하여금 회사를 대표하도록 한 것은, 이사와 회사 간에 이해의 충돌이 있기 쉬우므로 그 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한 소송 수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임(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6다275679 판결 등 참조).
-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퇴임하였으나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정원에 결원이 생겨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는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와 회사 사이의 소에서도, 이사와 회사 간에 이해의 충돌이 있기 쉬우므로 그 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한 소송 수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
- 따라서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이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회사가 위와 같은 퇴임이사에 대하여 또는 위와 같은 퇴임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394조 제1항에 따라 감사가 그 소에 관하여 회사를 대표함.
- 원고들이 상법 제386조 제1항에 의하여 피고 회사 이사로서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를 대표할 자는 대표이사인 피고보조참가인이 아니라 감사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 이사와 주식회사 사이의 소에서 회사를 대표할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정원에 결원이 생겨 이사의 권리의무를 가지는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가 상법 제394조 제1항의 ‘이사’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그 퇴임이사와 회사 사이의 소에서는 감사가 회사를 대표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음.
실무상 회사가 퇴임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거나 퇴임이사로부터 소를 제기당하는 경우, 소장에 회사의 대표자를 대표이사로 표시하면 대표권 흠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본 사안에서는 회사의 대표자를 감사로 하여 소송이 진행되었으나 1심 선고 후 대표이사가 보조참가하여 회사의 대표자는 대표이사이고 따라서 감사가 1심에서 한 진술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이것이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되었음. 등기 말소된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또는 회사가 등기 말소된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이사가 상법 제386조 제1항의 퇴임이사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여 회사의 대표자를 대표이사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감사로 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함.
등기 실무에서는, 이사들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어 정관상 정원에 결원이 생긴 경우 그중 일부에 대하여만 말소등기를 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 임기만료된 이사들 사이에 순위를 구별할 수 없는 이상 후임이사의 취임등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퇴임등기를 따로 신청할 수 없으므로, 결원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후임이사 선임 절차를 미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함.
아울러 회사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정관이 별건 소송에서 스스로 제출하였던 정관이나 그 시행 당시의 상법 규정과 어긋나는 경우에는 진정성립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관의 제·개정 연혁과 원본을 평소에 정비하여 둘 필요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