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본건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공사')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및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수탁은행을 상대로, 업무위탁협약상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임. 법무법인(유) 세종은 수탁은행을 대리하여 공사의 청구에 대하여 업무매뉴얼 위반 자체의 부존재 및 배상범위의 제한을 주장하여, 공사의 청구액 중 약 92%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각시킨 판결을 이끌어냈음.
2. 본건 사실관계
수탁은행과 공사가 체결한 보증업무위탁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 제8조는 수탁은행의 선관주의의무와 공사가 정하여 통지한 업무매뉴얼 등 업무처리기준의 준수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위 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의 기준을 정하고 있음.
공사는 수탁은행이 취급한 보증 4건과 관련하여 ① A 건에 대해서는 전세목적물인 집합건물에 대지권 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증을 승낙한 것이 업무매뉴얼 위반이고, ② 나머지 B·C·D 건은 정식 감정평가서가 아닌 가격자문의견서·담보물건조사서 등 약식감정 자료를 이용하여 주택가격을 산정한 것이 업무매뉴얼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수탁은행에 대하여 공사가 대위변제한 보증서상의 보증금 전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
3. 사안의 쟁점 및 법무법인(유) 세종의 대응
법무법인(유) 세종은 수탁은행을 대리하여 다음과 같은 쟁점별 논리를 전개하였음.
가. 대지권 미등기 건(A): 업무매뉴얼 위반 부존재
공사는 집합건물인 전세목적물에 대지권 등기가 마쳐져 있어야 보증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무법인(유) 세종은 업무매뉴얼의 보증요건 문언상 '전세목적물의 건물과 토지가 모두 동일한 임대인의 소유일 것'으로 정해져 있을 뿐 '대지권 등기가 마쳐져 있을 것'이라는 별도 요건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 해당 건에서 임대인이 전유부분과 대지권 목적 토지 지분을 실제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수탁은행의 업무매뉴얼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함.
나. 약식감정 관련 건(B·C·D): 배상범위의 제한
법무법인(유) 세종은 수탁은행이 약식감정 자료를 이용하여 주택가격을 산정한 업무처리가 업무매뉴얼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그에 따른 수탁은행의 손해배상범위는 공사가 주장하는 '보증금 전액 배상'이 아닌, 이 사건 협약 제8조 제4항 표 상단 규정에 따라 '초과 취급된 보증금액'(업무매뉴얼에 따른 올바른 정보로 산정된 보증한도를 초과하여 보증이 이루어진 금액)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음. 즉 상이한 자료 입력이 보증승낙 결정 또는 보증한도 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배상범위는 정상적인 주택가격 산정에 따른 보증한도 초과분에 한정된다는 논리를 전개하였음.
4. 법원의 판단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음.
① 대지권 미등기 건
업무매뉴얼 문언상 보증요건은 '전세목적물의 건물과 토지가 모두 동일한 임대인의 소유일 것' 등으로 정해져 있을 뿐, 공사가 주장하는 '대지권 등기가 마쳐져 있을 것'이라는 요건은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업무매뉴얼 위반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A 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음.
② 약식감정 관련 건
(책임 발생) 업무매뉴얼의 '감정평가서'란 감정평가법상 정식절차에 따라 전세목적물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한 문서를 의미하고, 가격자문의견서·담보물건조사서는 이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업무협약 및 업무매뉴얼 위반이라고 판단하였음.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협약 제8조 제4항 표 상단 규정을 적용하여, 수탁은행의 손해배상범위는 '초과 취급된 보증금액'으로 제한된다고 판단하고, 공사의 '보증금 전액 배상' 주장을 배척하였음. 그 결과, 기 발행된 보증서상의 보증금액이 아닌 정상적인 주택가격 산정에 따른 보증한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 최종적으로 인정된 손해는 공사가 청구한 금액의 약 8%만 제한적으로 인정됨.
5.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의가 있음.
첫째, 보증업무위탁협약상 업무매뉴얼에 규정된 보증요건을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 공사가 사후적으로 확장 해석한 '대지권 등기' 요건의 존재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수탁은행이 업무매뉴얼을 성실히 준수한 이상 사후적인 확장해석에 의한 책임 추궁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음.
둘째, 업무매뉴얼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협약상의 손해배상 기준에 따라 배상범위를 '초과 취급된 보증금액'으로 제한하여, 보증기관이 대위변제금 전부를 당연히 수탁은행에 대하여 손해로 주장, 전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였음.
셋째, 법원은 기존에 유사쟁점의 사건들에서는 공사의 청구를 대부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음. 법무법인(유) 세종은 최근 수탁은행을 대리하여 수행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에서 수탁은행의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판결을 이끌어 내었는데,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본 판결은 더욱 의미가 있음.
동일, 유사쟁점의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고 공사와 수탁은행들 사이의 공방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 판결에 설시된 법리가 확립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향후 법원의 판단과 법리 정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