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과 임차인이 차임 면제 등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임대차계약을 변경하였더라도, 그 변경사항이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이를 건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13. 4.경 당시 건물 소유자였던 종전 임대인으로부터 상가건물 일부를 보증금 3,000만 원, 월 차임 40만 원으로 임차하고 사업자등록을 마쳤음.

종전 임대인은 피고에게 부담하는 기계 매매대금채무 등을 이유로 차임을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두 차례 작성해 주었음. 2013. 8. 21.자 각서는 종전 임대인이 피고로부터 외상으로 매입한 기계 대금의 잔액이 1억 2,000만 원으로 감액될 때까지 월 차임 40만 원을 2013년 9월분부터 기계 대금의 이자 중 일부로 대체하여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고, 2018. 1. 15.자 각서는 종전 임대인이 채권자인 피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임대료 없이 공장에 관한 모든 권한을 피고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임.

원고는 이후 경매절차에서 건물을 매수하여 2020. 9. 29.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에게 차임 상당의 임료를 청구하였음. 피고는 종전 임대인과의 약정에 따라 차임이 면제되었고, 원고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으므로 원고에게도 위 차임 면제 약정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음.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은 이 사건 각서가 임대차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었다거나 임대차계약에 관한 변경계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각서를 통해 차임을 면제하기로 하였더라도 피고가 이로써 제3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음.

반면, 원심은 2013. 8. 21.자 각서 등에 따라 종전 임대인과 피고 사이에서 임대차계약의 내용이 차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므로, 건물을 양수하여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원고에게도 피고가 차임 면제 약정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의 사업자등록은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하도록 하는 공시방법이므로, 사업자등록의 공시 범위는 일반 사회통념상 이를 통해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함.

종전 임대인과 피고 사이의 2013. 8. 21.자 각서는 서로 다른 계약에서 발생한 종전 임대인의 차임채권과 피고의 기계 매매대금채권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시키기로 하는 약정에 불과하여 그로 인해 임대차계약의 내용 자체가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나아가 설령 각 각서를 통해 차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임대차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통해 그 변경사항이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않은 이상 피고는 이를 건물 양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음.

차임 면제의 변경사항이 공시되었는지 심리하지 않고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이 있으므로 파기환송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임대차 변경사항의 공시 필요성

상가임대차의 대항력은 임대차의 존재뿐 아니라 제3자가 공시를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계약 내용의 범위에서 인정됨을 명확히 하였음.

○ 부동산 거래·경매 실사의 범위

건물 양수인은 사업자등록과 임대차 현황서에 공시되지 않은 임차인과 종전 소유자 사이의 각서·상계·차임 감면 약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나, 임차인의 점유나 유치권 주장 등 차임 외의 분쟁이 병존할 수 있으므로, 실사 단계에서 각서·정산합의 등의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 임차인의 계약관리

보증금, 임차료, 임대차기간 등 주요 조건을 변경한 임차인은 변경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자등록 정정신고 등 공시절차를 이행하여야 새로운 소유자에 대한 대항력을 확보할 수 있음.

○ 상계 약정과 계약 변경의 준별

서로 다른 계약에서 발생한 차임채권과 다른 채권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시키기로 하는 약정은 임대차계약 내용의 변경이 아니어서 임대인 지위 승계의 대상이 되지 않음. 차임을 실질적으로 면제하기 위해서는 상계의 형식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의 변경계약으로 문서화하고 공시절차까지 이행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