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채권자가 조합이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에 따라 신탁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압류·추심하더라도, 신탁업자는 압류 전에 조합에 대항할 수 있었던 자금집행 보류 사유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최선순위 집행대상인 조합원 환불금에도 보류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탁업자로서, △△△지역주택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 시행하는 공동주택 신축사업과 관련하여 조합원 분담금 등의 자금관리 업무를 위임받는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이하 ‘이 사건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한 자임.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합의 설립인가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을 납부하였던 자들임.

원고들은 위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추진위원회의 권리·의무를 승계한 이 사건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상당의 금전 지급을 명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받았고, 해당 결정은 확정되었음. 이어 원고들은 이를 집행권원으로 이 사건 조합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일체의 채권에 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조합과 업무대행사를 상대로 자금집행요청의 의사표시 이행을,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 지급을 각 구하였음.

한편 이 사건 대리사무계약은 조합원 환불금 등을 최선순위로 집행하도록 하면서 권리제한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지급 중단·유보를 정하고(제13조 제4항), 피고가 향후 현금수지의 부족분이 예상되거나 차기 선순위 자금집행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자금집행을 보류할 수 있다고(제13조 제6항) 정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대리사무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의 절차·기준·권한에 따라 지급을 유보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고 다투었음.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가. 제1심: 원고들의 청구 전부 인용

  • 제1심은 이 사건 조합과 업무대행사가 피고에 대하여 자금집행요청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 피고는 그 의사표시가 있으면 자금관리계좌의 범위 내에서 원고들에게 추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음.
  • 피고의 자금집행 보류권 주장에 대하여는, 증빙서류 미흡 시 지급 유보를 정한 제13조 제3항 단서는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기한 추심금 청구인 이 사건에 적용될 내용이 아니고, 제13조 제6항의 보류 사유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음.

나. 원심: 피고 항소 기각 – 제13조 제4항의 지급 중단·유보권과 제13조 제6항의 자금집행 보류권 모두 부정

  • 원심은 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항소이유로 강조된 제13조 제4항과 제13조 제6항 적용 여부에 관하여 추가로 판단함.
  • 원심은 피고가 2025. 12. 기준으로 조합 또는 업무대행사의 채권자들로부터 총 24건의 채권가압류·압류 및 추심명령 등을 받아 권리제한사항 금액이 합계 3,445,078,678원인 반면, 피고가 관리하는 조합의 예금 잔액은 269,394,643원에 불과한 사실은 인정함. 그러나 자금관리계좌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와 조합이 신탁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자금집행요청권’은 구별되는 권리이므로, 압류가 경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자금집행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았음. 나아가 제13조 제4항의 지급 중단·유보권은 채권 (가)압류에 따라 제3채무자에게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처분금지적 효력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제3채무자인 피고로서는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따라 공탁하거나 정당한 추심권자에게 변제함으로써 경합하는 채권자들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13조 제4항에 따른 대항 주장을 배척함.
  • 더불어 제13조 제4항이 조합원 환불금을 제1순위 집행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차기 집행될 선순위 자금의 집행에 영향이 있다’는 사유로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사업이 무산되었다거나 환불금을 반환할 수 없을 정도로 분양이 불투명하다는 점에 관한 피고의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여 ‘향후 현금수지의 부족분이 예상된다’는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제13조 제6항에 따른 자금집행 보류권을 인정하지 않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파기환송

  •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주택법령, 조합 규약,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조합가입계약 등 약정에 따라 규율되므로, 적법하게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경우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 범위와 방법이 정해져 있다면 이에 따라야 하고, 이는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의 모집주체와 조합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임.
  • 지역주택조합 등이 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 내지 제3항에 따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탁업자와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여 자금집행의 절차와 요건을 정하는 것은, 신탁업자가 조합원 분담금 등의 자금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조합 등의 임의적인 집행을 방지하며 자금집행의 투명성과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함임.
  • 따라서 조합 등의 채권자가 위 채권을 압류하여 추심금을 청구하는 경우, 신탁업자는 자금집행의 절차·요건·범위에 관한 계약 조항 등 압류 전에 압류채무자인 조합 등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사유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음(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65987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대리사무계약 제13조 제4항은 조합원 환불금 외에 제세공과금 및 각종 분·부담금, 신탁·대리 사무보수 등도 함께 최선순위로 정하면서 권리제한사항 발생 시의 자금집행 유보까지 규정하고 있음. 환불금만이 단독으로 최선순위가 아니고 권리제한사항을 전제로 한 유보가 규정된 것은 제13조 제6항의 ‘향후 현금수지의 부족분이 예상되는 경우’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제13조 제6항은 조합원 환불금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합리적임.
  • 또한 자금관리계좌의 잔액 합계는 2025. 12.경 271,405,373원인 반면 이 사건 조합의 채권자들로부터의 권리제한사항 금액 합계는 3,401,491,324원에 이르는바, 이와 같은 현저한 불균형은 ‘향후 현금수지의 부족분이 예상되는 경우’에 관한 중요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음.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제13조 제6항의 보류 사유를 들어 압류채권자인 원고들에게 대항할 수 있음.
  • 그렇다면 제13조 제6항이 정한 보류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충분함에도, 피고에게 자금집행 보류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보류 사유와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음.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본 판결은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상 자금집행의 절차·요건·범위에 관한 조항이 내부 업무기준에 그치지 않고 압류채권자에 대한 실체적 대항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음. 판결에 따르면 조합 등의 채권자가 신탁업자를 제3채무자로 삼아 추심금을 청구하더라도, 신탁업자는 압류 전에 조합에 대항할 수 있었던 사유로 추심채권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음.

○ 특히 계약상 최선순위 집행대상으로 정해진 항목이라도 보류 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음.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을 설계·운용하는 신탁업자로서는 보류 사유의 발동 요건과 판단 주체, 최선순위 항목과의 관계를 계약 문언에 구체적으로 규정해 둘 필요가 있음.

○ 신탁업자로서는 자금집행 보류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그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어야 함. 본 판결에서 잔액과 권리제한사항 금액의 현저한 불균형이 보류 사유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평가되었음. 따라서 압류·추심명령 송달 시점의 계좌 잔액, 선순위 집행 예정액, 권리제한사항의 건수 및 금액, 향후 현금수지 전망을 그때그때 산정·보존하는 내부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