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한 차임 및 보증금이 '현저히 고액'인지는 기존 차임 및 보증금과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와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심리한 다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01. 9.경부터 이 사건 상가를 임차하여 약국을 운영하였는데, 2018. 1. 1. 원고와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차임 월 600만 원, 임대차기간 2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후 위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음.  원고는 2023. 4.경 피고에게 차임을 월 2,400만 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2023. 9. 18. 갱신 거절 의사와 함께 임대차기간이 2023. 12. 31. 만료됨을 통지하였음.

피고는 2023. 10. 24. 신규 임차를 희망하는 D와 사이에 권리금을 22억 원으로 정한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이를 알렸음.  원고는 D에게 임대차보증금 5억 원, 차임 월 2,000만 원을 제시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고, 피고는 D에게 계약금을 반환하고 권리금 계약을 해제하였음.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이 사건 상가의 인도를 구하는 본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필요비 상환과 함께, 원고가 D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등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였다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1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이하에서는 반소의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손해배상 쟁점만 검토함).

 

2. 원심의 판단

원심[부산지방법원 2026. 1. 21. 선고 2025나41158(본소), 2025나41165(반소) 판결]은 ① 피고가 적정 보증금과 차임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점, ② 상가가 병원 정문 인근에 위치하여 약국으로서 입지가 좋고 피고 약국의 2023년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04,329,156원에 이르는 점, ③ 원고가 약 5년간 차임 등을 증액하지 않다가 증액을 요구한 점 등을 들어 원고가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음.  아울러 원고가 D와 협의를 진행하였고 이후 스스로 신규임차인을 물색하여 권리금 계약 체결을 주선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 일부(피고 손해배상 청구부분) 파기환송

  •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호, 제3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보증금이 '현저히 고액'인지는 조세·공과금과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보증금 외에도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보증금과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음.

  •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을 위하여 감정 등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요구액이 기존 차임·보증금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보증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그 요구액이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할 만큼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함.

  • 이 사건에서는 ① 원고가 D에게 요구한 차임은 기존 차임의 약 333%이고,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환산보증금도 25억 원으로 기존 환산보증금 7억 원의 약 357%에 달하여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고, ② 3배 이상 증액하더라도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에 비하여 현저히 고액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이 기록상 확인되지 않으며, ③ 원고는 피고와 D에게 기존보다 3배 이상의 차임을 요구하였을 뿐 별다른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아 이들로 하여금 임대차계약 체결을 단념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

  •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다는 점은 임차인인 피고가 증명하여야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 원심은 적정 차임 및 보증금을 심리한 다음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반소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임대인의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사실심의 심리 범위를 제시하였음.

○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고액의 차임 증액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주변 시세, 조세·공과금 변동 등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여야 하고 또 실제 요구시에는 협상에 따른 감액 가능성도 열어 둘 필요가 있음. 한편, 기존 임차인의 영업 실적에는 인적 요인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업실적을 근거로 한 대폭 증액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

○ 임차인은 신규임차인 주선 경과, 권리금 산정 근거,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과 협상 경과를 문서로 남기고 소송에서는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한다는 것과 신규 임차인과 합의한 권리금이 적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적정 차임 및 권리금(바닥권리금·영업권리금 구분)에 관한 감정을 적극 신청할 필요가 있음.

 

1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4.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③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