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건설현장의 대금 지급 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2026. 9. 8. 공포된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건설공사에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27. 1. 1. 이후 체결되는 도급계약부터는 발주자가 지급한 공사대금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하수급인, 건설근로자, 건설기계 대여업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구조가 민간현장으로 확대됩니다. 같은 날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44조의4에 따라, 도급인은 수급인 근로자의 임금 상당액을 구분하여 지급하고 그 지급 여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한편, 앞서 2026. 8. 11. 시행된 개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은 직접지급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하였습니다.
이처럼 공사도급계약의 하위 단계에서의 대금 지급·관리 체계가 제도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급 경로가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지급이 각 단계의 대금채무를 당연히 소멸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위 단계의 채권자(하수급업체, 자재·장비 공급업체, 노무자 등)가 누구인지, 지급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압류나 도산절차가 있는지 등에 따라 수급인이나 발주자가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현행법상 직접지급이 어떤 요건에서 하도급대금채무의 소멸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이어 2027년 시행되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와의 관계, 그리고 이중지급을 예방하기 위한 실무상 유의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2. 현행법상 직접지급의 유형과 하도급대금채무 소멸 요건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그 지급의 법적 근거에 따라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채무의 소멸 시점 및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하도급 관계에서 수급인이 하위 협력사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하거나 하수급인 소속 근로자 및 장비·자재업자 등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에도, 지급 주체와 상대방, 관련 법률에 따라 채무소멸 효과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직접지급의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① 하도급법·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
② 근로기준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의 특별규정에 따른 임금·건설기계 대여대금 등의 직접지급
③ 별도의 법정 직접지급청구권이 없는 채권자에 대한 민법상 제3자 변제 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지급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채무소멸의 시점과 범위, 이중지급의 위험이 달라집니다.
| 직접지급 유형 | 지급 근거 |
|---|---|
| 발주자 → 하수급인 |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
| 수급인(원사업자) → 재하수급인 | 하도급법 제2조 제10항 단서, 제14조 |
| 직상 수급인 → 근로자 | 근로기준법 제44조의 2, 제44조의3 |
| 수급인 등 → 건설기계 대여업자 등 |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제4항, 제35조 준용 |
| 수급인 등 → 일반 자재 공급업자 등 | 제3자 변제 또는 지급지시·합의 |
가. 발주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지급: 하도급법·건설산업기본법상 직접지급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 제14조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두 법률 모두 일정한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면서 그에 따른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채무의 소멸 효과를 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하수급인이 공사의 일부를 재하수급인에게 재하도급한 경우에, 수급인이 재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직접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하도급법은 제2조 제10항 단서에서 재하도급의 경우 원사업자를 발주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해당 거래가 하도급법의 적용 요건을 충족한다면 수급인이 재하수급인에 대해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건설산업기본법은 발주자의 범위에서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하는 수급인을 제외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10호). 즉, 수급인의 재하수급인에 대한 지급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도급법의 적용요건을 갖추지 못한 재하도급 거래에서 수급인이 재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하도급법에 따른 효과는 발생할 수 없고, 아래 다.항과 같이 제3자 변제나 지급지시·합의에 따른 지급으로서의 효과를 검토하여야 합니다(다만, 건설기계 대여업자 등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제4항이 제35조를 준용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두 법은 직접지급에 따른 채무 소멸 시점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즉,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 그 범위에서 채무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직접지급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하도급법의 목적과 취지를 존중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직접지급 합의가 이루어지면 건설산업기본법상으로도,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하며, 그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됩니다.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하도급법과 같은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 적어도 직접지급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실제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직불합의에 따라 채무 소멸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채무의 소멸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직불합의가 있더라도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하수급인이 실제로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에 한정되므로(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6311 판결), 발주자가 하수급인의 실제 시공분을 초과하여 선지급한 금액에 대해서는 수급인에 대해 공사대금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수급인의 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였다면, 그 집행보전된 금액에 대해서는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 직불합의 후 압류명령이 발주자에게 도달한 경우에는, 그 도달 시점까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기성대금에 한하여 직접지급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64769 판결,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78607, 2023다278614 판결).
한편, 개정 하도급법으로 이러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종전에는 직접지급 합의를 하면 원사업자의 지급보증 의무가 면제되었으나, 2026. 8. 11. 이후 체결·갱신된 계약부터는 1건 공사금액 1천만 원 이하의 소액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에 대해서는 직불합의가 있어도 지급보증을 하여야 합니다(하도급법 제13조의2 제1항 단서,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 부칙 제2조). 원사업자가 이러한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을 요청하는 것은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의 직접지급사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보증 의무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나. 하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근로기준법상 직접지급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웁니다. 제44조의3은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이 합의한 경우, 근로자가 집행권원을 가진 경우, 하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지급능력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 등에 직상 수급인으로 하여금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면서, 그 지급분만큼 하도급대금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지급의 상대방입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가 자신의 귀책사유 유무나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6321 판결). 또한, 근로자가 임금 수령권한을 하수급인에게 위임하였다는 이유로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도4055 판결). 즉,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직상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책임이 소멸하지는 않으며, 근로기준법 제44조의3에 따른 직접지급 요건을 충족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한 경우에만 그 범위 내에서 하도급대금채무가 소멸합니다.
다. 건설기계 대여업자·자재 공급업자 등에 대한 지급
하수급인의 건설기계 대여업자, 자재 공급업자 등에 대한 수급인의 대금 지급은 채권자의 유형과 법적 근거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집니다.
먼저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제4항은, 건설기계 대여업자, 일정한 건설공사용 부품 제작납품업자 및 가설기자재 대여업자에 대한 대금 지급에 관하여 제35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계약한 이들 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 따른 직접지급사유 및 채무소멸 요건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반면, 위와 같은 법정 직접지급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수급인의 해당 업자들에 대한 대금 지급으로 곧바로 하도급대금채무가 소멸하지 않습니다.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채무를 제3자로서 변제하는 경우에는 구상권의 발생 근거 및 상계 요건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반면, 하수급인의 지급지시에 따라 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대금채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는, 합의에 따른 정산·충당 관계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변제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469조 제2항), 사전에 하수급인의 동의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보다 안전한 방법은, 하수급인 명의의 지급지시서나 3자 합의서를 받아 수급인의 대금 지급을 '하수급인의 지시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지급'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3. 2027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와의 관계
가.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의 주요 내용
개정 건설산업기본법(2026. 9. 8. 법률 제21894호로 개정, 2027. 1. 1. 시행)은 종전에 공공 발주 공사의 수급인과 하수급인에게만 부과되던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의무를, 발주자를 포함하여 1건 공사의 도급금액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민간 건설공사에 대해서까지 확대하였습니다(제34조 제9항). 이에 따라 발주자, 수급인 및 하수급인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하여 공사대금을 청구·지급·수령하여야 하고, 수령한 공사대금 중 하수급인, 건설근로자, 건설기계대여업자, 가설기자재 대여업자 등(이하 '하수급인등')에게 지급할 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나아가, 개정법은 발주자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하수급인등에게 청구내용에 따라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였습니다(같은 조 제10항). 이른바 '발주자 직접지급제'로, 수급인·하수급인의 계좌가 압류되거나 자금이 전용되어 하위 단계의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위험을 차단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한편, 개정법은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지급 사유를 정한 제35조도 함께 정비하였습니다.
나. 법적 쟁점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 지급으로 누구의 어떤 채무가 소멸하는가’는 여전히 별도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특히, 다음 사항은 하위법령과 실무 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적용범위: 2026. 10. 12. 입법예고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은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가 적용되는 민간공사를 도급금액 50억 원 이상인 공사로 한정하면서,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라 2027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 내용은 입법예고 단계에 있어 최종 적용 범위 및 시행 시점은 향후 확정되는 시행규칙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채무 소멸의 효과: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 제10항은 발주자의 지급 경로를 정하고 있을 뿐 지급에 따른 채무 소멸의 효과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26. 10. 12. 입법예고된 시행규칙 개정안은 시스템상 지급 방식 중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에 한하여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에 관한 제35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개정안 제28조의2 제4항 제2호 다목), 이러한 방식에 따라 대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직불합의에 관한 제35조와 대법원 2021다273592 판결의 법리에 따라 실제 지급 전이라도 합의 시점에 채무 소멸의 효과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위 2.가.항 참조). 반면, 그 밖의 방식에 따른 대금 지급은 일반적인 변제 법리에 따라, 하수급인에게 실제로 지급된 때에 그 범위에서 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 기존 권리관계와의 조정: 제34조 제10항은 대금의 지급 경로를 정한 것일 뿐, 하수급인에게 발주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부여하거나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하수급인에게 이전시키는 규정이 아닙니다. 따라서 시스템을 통해 대금이 지급되는 구조라고 하더라도, 압류채권자와의 우선순위나 당사자 사이의 상계 등 기존의 권리관계는 여전히 종전 법리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예상됩니다.
① 수급인의 채권자에 의한 압류: 시스템을 통한 지급 전에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압류된 경우, 하수급인에게 지급될 몫에 대해서까지 압류의 효력이 미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② 수급인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수급인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후 시스템을 통해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회생채권의 개별 변제 금지와 충돌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③ 수급인의 상계·지급보류: 수급인이 하수급인에 대하여 하자보수비, 지체상금 등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시스템을 통한 지급 과정에서 이를 상계하거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 우회 행위: 불법 하도급이나 차명계좌 등 제도를 우회하는 행위를 차단할 대책도 과제로 지적됩니다.
4. 실무상 유의할 사항
가. 압류·가압류와의 선후 관계
발주자의 이중지급이 문제되는 대표적인 국면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압류·가압류와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청구가 경합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14조에 따른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원사업자의 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 또는 가압류한 경우, 그 이후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집행보전된 채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64769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수급사업자 자신의 신청으로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5다4238 판결).
발주자가 이를 간과하고 직접지급을 하면, 압류채권자에 대해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하거나 직접 지급받은 수급사업자와의 관계에서 부당이득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09다67351 판결 참조). 한편,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채무를 제3자로서 변제한 후 이를 하도급대금채무와 상계하려는 경우에도,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에 대한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뒤에 취득한 구상채권으로는 압류채권자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498조). 아울러, 지급보증 의무의 확대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와 보증금 청구가 병존할 수 있는 만큼, 직접지급 전에 보증금 청구나 지급이 있었는지도 함께 확인하여야 합니다.
직불합의에 따른 직접지급청구권과 압류채권자의 추심권이 경합하여 지급 상대방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변제공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직불액과 압류액의 합계가 발생한 공사대금을 초과하고 압류 도달 시점의 시공분 상당 하도급대금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사안에서, 발주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변제공탁의 효력을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1. 8. 선고 2023다278607, 2023다278614 판결). 다만, 공탁 요건이나 범위를 갖추지 못하면 변제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합니다.
나. 원사업자에 대한 회생절차의 개시
원사업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청구권은 배제되지 않는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7. 선고2009가합37669 판결).
반면, 발주자가 법정 직접지급사유 없이 원사업자의 하위 채권자에게 대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지급이 원사업자의 회생채권을 변제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회생채권의 개별 변제를 금지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발주자는 그 지급을 이유로 관리인에게 공사대금채무의 소멸을 주장하기 어려워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사업자의 부실 징후가 보이는 단계에서는 법정 직접지급사유를 갖추었는지, 회생절차 개시 전에 직불합의를 마쳤는지 여부를 먼저 점검하여야 합니다.
다. 지급 프로세스와 계약서의 정비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임금, 자재대금 등의 지급 지체 사실(원사업자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경우는 제외)을 입증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발주자는 직접지급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제14조 제3항). 따라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발주자는 직접지급 요건과 중지사유를 확인하여 지급 여부 및 범위를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아래 사항을 갖춘 지급 절차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지급 근거의 특정: 법정 직접지급사유 또는 서면 직불합의서 여부 확인
- 기성 확인: 수급사업자의 실제 시공분 또는 납품분에 상당하는 금액 및 기지급금 확인
- 지급보증 확인: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제공 여부 및 수급사업자의 보증금 청구·수령 여부 확인
- 압류·가압류 확인: 지급 전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압류·가압류 여부 확인 및 경합 시 변제공탁 검토
- 지급지시 및 정산: 법정 직접지급 외의 사유로 제3자 지급 시 원사업자 명의의 지급지시서·정산확인서 확보
- 임금 직접지급: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접지급 시 근로자 본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
나아가, 2027. 1. 1. 이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가 적용되는 도급·하도급계약에는 다음 사항을 미리 반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 단계별 지급 내역의 확인 방법
- 시스템을 통한 지급의 정산·충당 방법
5. 시사점
직접지급 제도의 민간공사 확대, 임금비용 구분지급 제도의 도입,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강화 등으로 건설현장의 공사대금 지급 및 관리 체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하위 단계의 대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급의 법적 효과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법정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와 단순히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대금이 지급된 경우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주자와 건설사업자는 지급 전에 해당 지급의 법적 근거와 채무소멸의 범위를 확인하고, 직접지급청구권과 압류·가압류의 선후관계, 지급보증금의 청구 및 지급 여부, 회생절차 개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적용 대상과 구체적인 운영기준 등 하위법령의 정비 동향을 주시하면서, 도급·하도급계약에 지급지시, 정산·충당 및 지급내역 확인 절차 등 지급 절차를 미리 정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급인(원사업자)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직접지급이 예상되는 현장에서는 지급의 근거와 순서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이중지급에 따른 분쟁을 예방하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