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원칙적으로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면서, 일정한 경우에는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한 도급인에 대하여도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舊 산업안전보건법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2)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으로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사업의 사업주”인 경우에 한하여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 1. 16. 시행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한층 강화하기 위하여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아니하고 도급인으로 하여금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도급인의 의무를 확대하였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여기서 “도급인의 사업장”이란 도급인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업장 뿐만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까지도 포함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이에 따라 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이 아닌 관계수급인 또는 제3자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도급인이 해당 사업장을 ‘지배∙관리’하는 경우에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도급인의 사업장의 개념은 2020. 1. 16. 시행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서, 현재까지는 이에 대한 법원의 판례 등이 없어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가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지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고용노동부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과 함께 배포한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이라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참고하여 해석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위 지침에서 고용노동부는 ‘지배·관리’는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의 해당 여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i)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사업장의 부지 또는 공장의 소유자인 경우, (ii) 관계수급인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나 설비 등이 도급인 소유인 경우, (iii) 공장이나 설비 등이 관계수급인 소유이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도급인이 행한 경우, (iv) 도급인의 근로자들이 관계수급인의 사업장에 수시로 출입하는 경우 등에는 형식적으로는 관계수급인의 사업장이라도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도급인이 해당 사업장을 소유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 임대의 유∙무상 여부, 실질적인 사업장 및 설비의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여부, 도급인의 수급인 사업에 대한 지배∙관리 가능성 여부 등의 구체적 요소와 무관하게 도급인의 지배∙관리를 넓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넓게 보려고 하는 고용노동부 실무자들의 해석론은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 및 보건조치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능력이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단지 도급인이 수급인 사업장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목적물에 대한 지배·관리를 인정하고 도급인으로서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舊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 ‘도급인의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를 정한 舊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도급인)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라고 판시하였던 판례(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에서 지적하였던 것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책임을 정한 규정의 의미에 부합하도록 사업장의 소유권 유무와 같은 형식적인 요건보다는 “사업 전체 진행과정을 총괄 조율할 수 있는 능력” 여부와 같은 실질적 사항을 기준으로 도급인의 지배∙관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2022. 1. 27.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등이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근거가 되는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에 대한 독자적인 판례 또는 행정해석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산안법상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 대한 해석이 상당 부분 그대로 유추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 대한 해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