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과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 금지 규정을 적용 받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

노동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실질적 지배력에 근거한 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단체교섭’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는데, 최근 법원 하급심 판결 및 노동위원회 판정 중에는 이러한 주장을 반영하여 단체교섭과 관련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2023. 1. 12. 운송업체 A사 사건 판결을 비롯하여 2022년말~2023년 초에 선고된 상당 수 법원 하급심 판결과 중노위 판정이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여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① 운송업체 A사 사건 행정소송 제1심은 원∙하청관계에 있어서 단체교섭 가능성을 다룬 최초의 법원 판결이었습니다. 법원은 사실상 하청 근로자의 근로3권 보장 범위나 제한의 정도가 원청 사업주에 의해 결정되고 그 제한의 정도에 따라서는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러한 근로조건 하에서 하청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는 등의 논거를 제시하면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집배점(하청업체)이 일정부분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의제에 대해서는 집배점과 A사가 중첩적으로 지배력을 가진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

② 하청업체 노조의 신청이 기각되었지만 원청업체의 사용자성만큼은 인정된 사건도 있습니다. 다른 운송업체 B사사건에서 중노위는 하청업체의 지입차주 노조가 원청인 B사에 대하여 교섭 대상인 근로조건을 특정하지 아니하고 교섭요구를 하자 B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22. 12. 6.자 중앙2022부노156 판정). 그러나 중노위는 B사가 지입차주들의 노동조건 형성에 대한 지배∙결정력을 행사하여 왔다는 것을 이유로 B사의 사용자성 자체는 인정하였습니다.

③ 하청업체 노조가 C사를 상대로 ‘원청(C사)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라’는 교섭요구를 한 사건에서도, 중노위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하청업체 노조들끼리 실시하면 충분하며 C사가 원청업체 소속 노조까지 포함한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하면서도 C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와 관련해서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22. 12. 7.자 중앙2022교섭42 판정).

④ 작년 연말인 2022. 12. 30. 고용노동부는 D사가 하청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중노위의 중앙2022부노139 판정과 관련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노위는 “하청업체 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고 판정하면서도,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업체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원청업체를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은 ‘단체교섭권’과 ‘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을 분리하여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법리적인 비판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사건마다 시사점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법원 하급심 판결과 중노위 판정에서 단체교섭에 있어서 원청업체의 사업자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향후 하청업체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이 인정될 수 있을지 여부와 연결되어 있어 노동관계법 제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개별적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자를 사용자로 상정하여 설계된 제도인데, 위 C사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듯 하청의 교섭요구에 있어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위와 같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향후 최근과 같은 판례/판정례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해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도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조와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되는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중첩적으로 지배력을 가지는 의제의 합의 당사자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교섭 결렬로 인하여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하여 하청업체가 떠안는 부담은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존재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역시 ‘실질적 지배력∙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까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는 최근 노동법 분야에서 그야말로 ‘핫 이슈’이며, 2023년에도 이와 관련된 법원 하급심과 중노위의 판결/판정이 계속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하청 구조에서 하청 노동조합이 존재하거나 설립될 여지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추후 이러한 사건들의 구체적인 쟁점에 대하여 어떠한 결론이 내려지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