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에게 혹시 정신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의 정신질환은 직원 자신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동료들의 건강, 안전, 업무수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 때 사용자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직원의 정신질환이 의심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직원에게 정신과 진단을 받아오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곧바로 해당 직원과 면담을 하기 전에 먼저 동료들의 진술부터 청취해서 진술증거로 채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향후 진단과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료가 되기도 하고, 인사조치의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의학적 진단입니다.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가 신뢰성이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정신과 진단은 정신질환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과 진단서만 받는 것 보다는 이와 병행하여 업무적합성에 관한 진단까지 받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만약 정신질환의 정도가 기존의 직무수행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라면, 사용자로서는 직원을 곧바로 해고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판례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체장해로 인한 통상해고’ 관련 판례를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판례는 상병을 원인으로 한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는 종업원이 장해를 입게 된 경위 및 장해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 종업원의 치료기간 및 치료 종결 후 노동능력 상실의 정도, 종업원이 사고를 당할 당시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성격과 내용, 종업원이 그 잔존노동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존부 및 내용, 사용자가 장해를 입은 종업원의 복직을 위해 담당 업무 조정 등의 배려를 했는지 여부,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 종업원의 적응노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45934 판결, 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누14593 판결 등).
같은 취지대로라면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도 ① 일단 치료 및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② 치료가 끝난 후에는 직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장해나 노동능력이 일부 감소한 상태에서도 수행 가능한 업무를 고려하여 직무를 조정∙부여하며,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업무조정이 무의미하거나 전환배치가 어려운 경우에만 해고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곧바로 해고하지는 못하되,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직원의 존재로 인해 동료들이 불안을 느끼거나 현재 상태로는 직무수행에 지장이 생길 것이 우려된다면, 사용자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용자로서는 결국 일정 기간 휴직 등을 활용하여 직원을 직무에서 멀어지게 하는 한편, 적절한 치료를 받고 오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때 명령휴직이나 대기발령을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다는, 먼저 당해 직원과 면담을 통해 청원휴직이나 상병휴직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직원이 끝내 동의하지 않거나 직원의 정신적 건강상태가 협의를 하기조차 어려운 정도라면 결국 취업규칙 기타 사규를 검토하여 명령휴직이나 대기발령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이 업무상 요인으로 발생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배려조치를 이행해야 할까요? 업무상 발생한 질환이라면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인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그에 상응하는 배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배려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최근 판례들을 보면 법원은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자에 대해 치료∙회복 및 직무조정 등을 일단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1. 5. 선고 2021누34536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1. 18. 선고 2016구합61990 판결 등).
둘째, 신체질환에 비해 정신질환은 업무관련성 유무를 속단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짐작만으로 직원의 정신질환이 업무상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속단하기 보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발생한 질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려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향후 휴업명령이나 해고 등 인사조치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참고로 정신질환의 산재 인정률은 과거 30~40%대였으나 최근에는 60~70%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사항은, 직원의 건강에 관한 정보는 민감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엄격한 보호를 받으므로, 법령에서 특별히 정한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는 직원의 동의 없이 진단 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회사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직원의 민감정보인 정신질환 관련 진단 정보가 분실∙도난∙유출되지 않도록 특별히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개인정보호법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직원의 정신질환에 관한 정보의 수집∙이용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직원으로부터 별도로 동의서를 받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