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새로운 처분사유를 쟁송단계에 이르러 추가로 주장하는 것은 이른바 ‘처분사유 추가 변경 제한 법리’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건축물용도변경허가신청 및 건축허가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하 ‘본건 처분’이라고 합니다)이 문제된 사안에서, 처분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하고, 그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검토하여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합니다)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인허가 거부를 다투는 소송 등의 심리방식과 대응전략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받은 자로서 건축물용도변경허가신청 및 건축허가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사업계획이 건설폐기물법상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본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소송절차에 이르러 ‘원고의 사업계획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거부처분의 처분사유로 추가하였습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누30200 판결)은, 피고가 추가로 주장한 처분사유의 경우 본건 처분의 근거법령을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로 추가∙변경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유를 관점만 달리하여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허용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원고의 사업계획은 ‘주변환경과의 조화’나 ‘환경오염 발생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추가∙변경된 처분사유가 실체적으로도 타당하다」고 보아 본건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에 관한 기존의 확립된 법리 외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법리들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본건 처분에 관하여 추가∙변경된 처분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고, 처분상대방인 원고가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터잡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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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실체적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 |
2. 시사점
가.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권 존중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처분사유를 소송절차에 이르러 새롭게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처분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처분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설령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를 소송절차에서 새롭게 주장한다 하더라도 특별히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이를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한꺼번에 판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고 유효∙적절한 권리구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상판결은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한다고 보아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변경되는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고, 특히 이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는 경우 그 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도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관하여 처분상대방이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의견을 진술하도록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도 판시하고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과 관련하여 향후 관련소송 절차진행과 심리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 거부처분에 관한 분쟁의 일회적 해결 가능성 제고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에 관한 기존의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는 당해 소송절차에서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할 수 없고, 그 실체적 당부를 판단하여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처분청이 소송절차에 이르러 새로운 처분사유를 주장한다면,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터잡아 이를 처분사유로 삼을 수 없음을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 처분사유와 추가∙변경된 처분사유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전적으로 명확하게 판단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거부처분의 경우 이러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일거에 판단받지 못한다면 수차례의 거부처분과 항고소송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분쟁의 일회적 해결 및 실질적∙실효적 권리구제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처분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당해 소송절차에서 그 실체적 당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처분상대방으로서는 해당 처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유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당해 소송절차에서 변론과 증명의 기회를 부여받아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일괄하여 다툴 수 있으므로 명시적 동의의 실익이 있고, 이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에 관한 기존의 법리 재확인
대상판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제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지 처분의 근거법령만을 추가∙변경하거나 당초의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규범적 평가와 처분의 근거법령의 변경으로 당초 처분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예를 들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되는 경우 등)에는 해당 처분을 취소한 후 처분청으로 하여금 다시 처분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당초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거법령만 추가∙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를 추가∙변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분사유로서 당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는 이상 행정소송법이 허용하는 직권심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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