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8년 미국 연수 당시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Dynamex 사건(Dynamex Operations West v. Superior Court, 4 Cal. 5th 903)을 선고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이 Dynamex 판결은 물류업체의 배송기사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는데, 동 판결은 종래부터 적용되어 왔던 캘리포니아법상의 판단기준이 아닌 대안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근로자의 인정 범위 및 인정 가능성을 대폭 확대하였다.

Dynamex 판결은 이른바 ABC검증요건(ABC test)를 도입하면서 ‘A, B, C의 3가지 사항을 사용자가 입증하지 못하는 한 노무제공자는 임금명령(wage order)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노무제공자는 일단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용자가 A, B, C를 모두 증명하는 경우에만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ABC 검증요건이란 다음과 같다.

  • A: 노무제공자가 계약상으로나 실제로도 사용자로부터 업무수행과 관련된 지휘/감독(control & direction)을 받지 않는다.
  • B: 노무제공자는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의 업무(outside the usual course)를 수행한다.
  • C: 노무제공자는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형성된 거래, 직업 또는 사업적 본질을 갖춘 업무에 관례적으로 종사(customarily engage)하고 있다.

이후 위 판례 법리는 AB5라는 이름으로 성문화가 추진되었고, 2020년 캘리포니아 노동법전에 반영됨으로써 결국 성문규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실 위 ABC 검증요건의 각 구성요소들 자체는 그리 생소한 내용이 아니다. 그간 근로자성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거론되던 요소들을 좀 더 간단하고 명확하게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시각에서 생소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1) ABC 항목을 근로자 판단을 위한 종합적인 고려요소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모두 충족되어야만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중첩적 소극요건(collective negative test)으로 설정하였다는 점과 (2)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한다는 증명책임 전환일 것이다.

그런데 2025년 위 ABC 검증요건을 본뜬 입법안이 우리나라에 등장하였다. 둘 다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고, 공통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후단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신설한다는 취지다(김태선 의원 대표발의안 기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제2조 제1항 제1호]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되, 사용자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모두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 나.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업무가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 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적으로 형성된 거래, 일 또는 사업에 종사하는 경우

문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위 개정안은 Dynamex 판결이 설시하고 AB5을 통해 성문화된 ABC 검증요건의 문구를 거의 그대로 도입하였다.

과거에 비해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하여 기존의 노동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상당 부분 공감된다. 그러나, 위 개정안은 노동법적 보호범위를 확장하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되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충분히 심사숙고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법체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임금, 근로시간, 고용보험 등 각 제도에 대해 별도의 입법을 하거나, 각 제도별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자’나 ‘사용자’와 같은 주요 개념을 따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제도와 관련하여 근로자 판단 기준이 변경되어도 그 효과는 일단 해당 제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하에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해고제한 등은 물론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 제도까지 모두 규율하고 있다. 이러한 일률적 규율 하에서 근로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근로관계의 전체적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수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리 근로기준법은 위반시 각종 형사처벌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일단 추정’하고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非근로자성을 증명한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 개정안은 소위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에 집중한 나머지 기존 판례 법리에 비해 구체적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생각도 든다. 위 개정안은 플랫폼 노동자 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노무제공자’를 적용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과연 각종 전문직이나 기업의 임원 등 자율성이 강한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ABC검증요건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까? 현재 대법원의 판례 법리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노무제공자의 유형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여 판단 기준을 다소 다르게 가져 감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이 3가지 기준만을, 그것도 ‘중첩적 소극요건’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업무수행상 재량이 크거나 사업자성이 강한 노무제공자에 대해서까지 ‘동일한 강도로’ 노동 관련 법률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실질적인 측면에서 개정안이 고용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양태를 보면 다수가 초단기적∙비전속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업구조가 ‘인력고용의 유연성’을 감안하여 설계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매우 강력한 해고제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아무런 대안 없이 위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된다면 현재의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근로자로 인정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사업자들로서는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유인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개정안이 오히려 고용을 축소시켜서 오히려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개정안은 분명 근로자의 인정 범위를 넓히고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노동법적 보호를 적극적으로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노무제공자의 유형에 따른 구체적 타당성 측면이나 법체계적 차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이며, 고용의 유연성이 낮은 우리나라 노동법의 특성상 자칫 고용 자체를 더욱 위축시킬 여지도 있어 보인다. 개정안은 그 시사점이 크지만, 아직은 좀 더 신중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위 글은 김종현 변호사가 2025. 3. 18. 한경 CHO Insight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